
최근 SNS를 장식하는 뜨거운 키워드가 있다. 바로 관악산이다. 단순한 등산 이슈라고 보기에는 열기가 심상치 않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에 따르면 관악산 관련 언급량은 단 2주 만에 150% 이상 급증했고, 실제 현장에서는 정상석 인증사진을 찍기 위해 80m가 넘는 대기 줄이 늘어설 정도라고 한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등반 행렬은 마치 인기 팝업스토어 앞의 ‘오픈런’을 연상시킨다.
흥미로운 점은 등산 인구의 구성이다. 최근 관악산을 찾는 이들 가운데는 20~30대, 이른바 MZ세대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다. 전통적으로 등산이 중장년층의 취미로 여겨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유는 어렵지 않다. 이들에게 관악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관악산에 가면 기운을 받는다”, “정상에서 소원을 빌면 운이 풀린다”는 식의 이야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방문객이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며 ‘관악산 인증’을 남긴다. 여기서 소비되는 것은 자연 경관이나 등산의 성취감이 아니라 그 이야기에 참여했다는 상징적 경험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장소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를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인증 사진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신호가 된다. ‘나도 그 이야기 속에 있다’는 메시지다. SNS는 이러한 신호를 증폭시키는 장치다. 누군가 올린 사진은 또 다른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호기심은 다시 등반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반복되는 참여와 공유의 과정 속에서 관악산은 하나의 사회적 밈으로 확산된다.
이 현상을 바라보면 현대인의 행동 방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과거 사람들은 신앙이나 의식을 통해 의미를 찾았다면, 오늘날 사람들은 경험과 콘텐츠를 통해 그것을 소비한다. 누군가는 이를 ‘디지털 의례’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고, 댓글과 공감을 받는 과정은 일종의 의식처럼 반복된다.
그래서 이번 관악산 열풍은 단순히 등산 붐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많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산을 오르는 행위 자체보다 그 경험을 공유하고 이야기로 확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사람들은 산을 오르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와 집단 행동에 참여하기 위해 모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흐름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해석도 따라붙는다. 풍수나 역술에서는 2024년부터 2043년까지를 ‘화(火)의 기운’이 강해지는 시기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불꽃의 형상을 닮은 산으로 알려진 관악산을 오르면 강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덧붙는다. 과학적 근거를 떠나 이런 서사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결국 관악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긴 줄은 단순한 등산객의 행렬이 아니다. 그것은 SNS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고, 공유하고, 함께 참여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관악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단지 산을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은 이야기 위를 걷고, 콘텐츠 속으로 들어가며, 동시에 하나의 집단적 경험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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