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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기술 독립 전략과 도전: '제28의 제도'로 미국 기술 패권에 맞서다

유럽과 미국, 스타트업 투자의 격차는 어떻게 심화됐는가?

‘제28의 제도’,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는 EU의 새로운 카드

한국은 이 흐름 속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유럽과 미국, 스타트업 투자의 격차는 어떻게 심화됐는가?

 

유럽연합(EU)이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뒤처질 위기에 직면하면서 이른바 '제28의 제도(28th regime)'라는 새로운 전략적 도구를 꺼내들었다. 비즈니스 리뷰(Business Review)가 2026년 3월 1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 계획은 유럽 각국의 스타트업 등록과 자본 조달을 단일화하고 간소화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다.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오늘날, EU의 이러한 정책이 과연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기술 기업에 투자가 집중된 결과는 글로벌 자본이 어떻게 비대칭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5년 첫 9개월 동안 미국의 기술 기업은 1,770억 달러의 민간 투자를 유치한 반면, 유럽 스타트업은 그 수치가 330억 달러에 그쳤다.

 

이는 5배가 넘는 격차로, 유럽과 미국 간 기술 생태계의 불균형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 분야는 특히 두드러졌다.

 

2025년 4분기에만 단 8개의 미국 AI 스타트업이 320억 달러라는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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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유럽 전체 스타트업이 9개월 동안 유치한 금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러한 투자 격차는 단순히 자금 규모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는 글로벌 기술 혁신의 중심축이 어디로 기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결과적으로 EU의 기술 주권과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미국이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압도적인 자본을 동원하며 선도적 위치를 강화하는 동안, 유럽은 상대적으로 자본 접근성이 취약한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불균형이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유럽의 장기적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입지를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 집행위원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위원장은 202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그녀는 유럽 내 규제 파편화를 '유럽 성장의 핸드브레이크'로 표현하며, 이것이 유럽 스타트업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게 도약하지 못하는 주요 장애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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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이 필요한 인재, 기술, 자본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7개 회원국으로 분절된 규제 환경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 같은 경쟁국들이 누리는 원활한 운영 환경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 인식에 기반하여 유럽연합은 '제28의 제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법적 구조를 도입하고 있다.

 

'제28의 제도'란 27개 EU 회원국의 기존 국가별 규제 체계와 별도로, 28번째 선택지로서 통합된 유럽 차원의 기업 구조를 제공하는 제도다. 이 프레임워크 하에서 혁신 기업들은 48시간 이내에 온라인으로 유럽 내 어느 회원국에서든 회사를 등록할 수 있으며, 단일하고 단순한 규칙과 통합된 자본 체제를 누릴 수 있다. 기존에는 각 회원국마다 상이한 회사 설립 절차, 회계 기준, 세무 규정, 자본 조달 규칙을 따라야 했기 때문에 범유럽 차원에서 사업을 확장하려는 스타트업에게 막대한 행정적, 재정적 부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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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의 제도’,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는 EU의 새로운 카드

 

'제28의 제도'는 이러한 장벽을 제거하고 유럽 전역을 사실상 단일 시장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EU는 이 규칙을 조화시킴으로써 자금 조달을 통일된 시장처럼 쉽게 만들고, 유럽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확장하는 데 필요한 자본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자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27개국의 서로 다른 법체계를 파악할 필요 없이 표준화된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유럽 전역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게 되므로, 투자 결정이 단순화되고 리스크가 감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EU가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핵심 목표는 명확하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유럽 스타트업이 글로벌 생태계에서 보다 강력한 전략적 입지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히 경제적 수치로만 이해될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적, 지역적 경제 전략의 핵심이자, 더 나아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기술 독립성을 유지하려는 유럽의 생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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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공급망 재편과 기술 디커플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EU는 제3의 독립적 기술 블록으로서 자립 기반을 구축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EU 차원의 정책 변화는 개별 회원국들, 특히 스타트업 생태계가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국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루마니아 같은 국가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루마니아는 IT 인력과 기술 역량 면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 측면에서는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후발 주자에 머무르고 있다. 자본 접근성, 규제 환경, 시장 규모 등 여러 측면에서 구조적 제약이 존재해왔다.

 

그러나 '제28의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루마니아 스타트업들도 유럽 전역의 투자자들에게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범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특히 루마니아는 동유럽 지역의 기술 허브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며, EU의 통합된 스타트업 지원 체계는 이러한 성장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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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를 위해서는 루마니아 정부와 민간 부문이 EU의 새로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를 육성하기 위한 보완적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한국은 이 흐름 속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러나 이러한 EU의 정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미국의 투자 환경은 기술 기업에 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충분한 자본 풀과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규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있어 구조적으로 유리하다.

 

미국은 단일 언어, 단일 통화, 통합된 법체계를 갖춘 거대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성숙한 벤처 캐피털 생태계가 수십 년간 구축되어 왔다. 반면 유럽은 '제28의 제도'를 도입한다 해도 언어, 문화, 비즈니스 관행의 차이라는 근본적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기존의 복잡한 규제 체계 및 관료적 절차를 완전히 극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

 

실제로 '제28의 제도'가 27개 모든 회원국에서 일관성 있게 적용되고 집행될 수 있을지, 그리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한다. EU의 정책 결정과 실행 과정은 역사적으로 느리고 복잡했으며, 회원국 간 이해관계 조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왔다.

 

더 나아가 자본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급격히 이루어질 경우, 다른 규제 영역이나 정책 간 불균형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U의 이 전략은 시도할 가치가 충분하다. 유럽은 경제적, 기술적 독립성 강화를 통해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자국 이익을 보호하고, 글로벌 기술 질서에서 발언권을 유지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이러한 점에서 '제28의 제도'는 투자자들에게 유럽 시장의 매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규제 완화만이 아니라, 유럽이 통합된 단일 시장으로서 미국이나 중국에 필적하는 규모의 경제를 제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성공 여부는 정책을 얼마나 신속하고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을지, 그리고 회원국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을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도 이러한 글로벌 투자 흐름의 변화와 EU의 신전략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각국은 자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경쟁력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어떤 전략적 제휴와 협력을 추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U의 사례는 단순히 하나의 관찰 대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주권과 경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 실험의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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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작성 2026.03.18 01:44 수정 2026.03.18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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