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길을 홀로 걸을 때 누군가 뒤를 쫓아온다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만약 그 발소리의 주인이 사람이 아닌 차가운 기계라면 어떨까.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편리를 약속했지만, 일상으로 다가온 첨단 로봇 기술이 때로는 우리의 원초적 불안을 자극하는 기묘한 모순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카오를 발칵 뒤집은 사상 최초의 '로봇 체포' 사건
지난 3월 5일 밤 9시경, 중국 마카오 파타네 주택가에서 전례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키 130cm의 휴머노이드(인간의 신체 구조와 움직임을 모방해 만든 인간형 로봇) '유니트리 G1'이 야간에 홀로 걷던 70대 여성의 뒤를 바짝 추격한 것이다. 혼비백산한 여성의 외침에 로봇은 팔을 들어 올리며 멈춰 섰지만, 피해자는 극심한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에 이송되었다. 결국 출동한 경찰이 로봇의 어깨를 잡고 연행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 장면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상 최초의 로봇 체포'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기계의 반란이 아닌, 예견된 '설계의 빈틈'
이 사건은 영화 속 기계의 반란이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한 교육센터의 홍보용 원격조종 실수와 추종 알고리즘(특정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따라가게 만드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오작동이 겹친 결과다. 더 큰 구조적 문제는 제도의 부재에 있다. 최근 중국은 유니트리 등 자국 기업을 앞세워 인간형 로봇과 순찰 로봇의 공공장소 배치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 하지만 사람과의 안전거리 확보나 사생활 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규제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닌 다가올 일상의 리스크
이는 바다 건너의 해프닝이 아니다. 한국 역시 당장 내년에 인공지능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인간형 로봇에 특화된 안전 규제는 여전히 공백 상태다. 국내에서도 현대차 보스턴다이내믹스의 H-1A 로봇 등이 호텔과 쇼핑몰 등 일상 공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무방비한 로봇 도입은 기체의 카메라와 센서를 통한 공공장소 데이터 수집으로 광범위한 사생활 침해를 유발할 수 있다. 나아가 오작동 사고 발생 시, 제조사와 운영자 중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한 법적 기준조차 모호하다.

소설 속 '3원칙'을 넘어 현실의 '킬 스위치'가 필요한 시간
과거 SF 소설은 '로봇 3원칙'을 통해 기계가 스스로 인간을 해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마카오 사건이 증명하듯, 현실의 위협은 로봇의 반란이 아니라 인간의 조종 실수와 설계의 빈틈에서 온다. 소설 속 낭만적인 원칙에 기대어 있을 때가 아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 포함된 데이터 최소화 가이드라인(목적 달성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하도록 제한하는 원칙)만으로는 다가올 물리적 위협을 막기에 역부족이다.
유럽연합(EU)의 고위험 로봇 규제나 미국처럼 '킬 스위치(오작동 등 위급 상황 시 즉각적으로 기계의 전원을 차단해 작동을 멈추게 하는 물리적 비상정지 장치)' 도입을 즉각 의무화해야 한다. 공공장소 배치 전 엄격히 위험성을 평가하는 심의 제도 신설도 시급하다. 공포를 유발하는 로봇은 더 이상 혁신이 될 수 없다.
[참고] 소설 속 '로봇 3원칙'이란?
SF 문학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가 1950년 출간한 단편 소설집 《아이, 로봇(I, Robot)》에서 제창한 로봇의 윤리 강령입니다.
제1원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방관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자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