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부터 바이오 소재까지, 순환 경제의 급성장
순환 경제라는 단어가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우리의 삶 곳곳에서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배터리, 재활용 플라스틱, 바이오 소재로 만든 옷,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들이 바로 순환 경제의 핵심 동력입니다.
여기에 중고 명품을 재판매하는 패션 리세일 플랫폼까지, 순환 경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릅니다. 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은 지속 가능한 자원 활용을 목표로 하며, 기업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빠르게 중심 무대로 올라서고 있습니다. 실제로 순환 경제는 지난 10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투자 테마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럼 순환 경제가 왜 이렇게 화두가 되는 걸까요? 2026년 3월 13일 기준으로 발표된 글로벌 투자 데이터는 그 배경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순환 경제 스타트업들은 누적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며 눈부신 성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Redwood Materials가 현재까지 22억 달러를, 농업 중심의 바이오 경제를 선도하는 Indigo Ag가 14억 달러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광고
이러한 스타트업들이 각광받으면서 순환 경제는 녹색 산업의 투자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상위 10개 스타트업이 전체 순환 경제 지분 투자의 약 63%를 차지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막대한 자본이 특정 기업과 기술에 쏠리며 시장을 선도하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배터리 재활용은 전체 순환 경제 투자금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분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기차와 모바일 기기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요구는 점점 강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2025년 3월 이후 12개월 동안에만 18개의 스타트업이 새로운 자금을 조달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순환 경제 투자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 추세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광고
유럽은 순환 경제의 또 다른 주요 투자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독일의 WeSort.AI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핵심 원자재 회수 기술을 통해 1천만 유로를 유치하며, 재활용 산업의 혁신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습니다.
WeSort.AI의 기술은 단순한 폐기물 분류를 넘어 리튬, 코발트 같은 희귀 금속을 효율적으로 회수하여 자원 순환의 핵심 고리를 완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는 Xycle이 난분해성 플라스틱을 열분해 오일로 전환하는 화학 재활용 시설 구축을 위한 자금을 성공적으로 확보했습니다.
이 기술은 기존 기계적 재활용으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복합 플라스틱 폐기물을 다시 원료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입니다.
유럽과 미국, 녹색 기술 투자 선도 지역은 어디?
독일의 다른 기업들 역시 이 분야의 성장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금속 거래 플랫폼을 개발하는 METYCLE은 1,410만 유로를, 순환 플라스틱 기술 발전에 집중하는 aevoloop은 약 800만 유로를, 재활용 물류 서비스 확장을 추진하는 ScrapBees는 400만 유로를 조달했습니다.
광고
METYCLE의 플랫폼은 금속 스크랩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급망을 효율화함으로써 재활용 금속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유럽이 자원 효율성과 공급망 강화를 위해 순환 경제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유럽연합의 엄격한 환경 규제와 탄소중립 목표는 이러한 투자를 가속화하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순환 경제 스타트업 성장의 중심지입니다.
특히 BEAM Circular Accelerator는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농업 중심의 순환 바이오경제를 육성하며 혁신 스타트업들에게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약 1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으며, 지속 가능한 바이오 소재와 재활용 방식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순히 자금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 개발, 시장 진입 전략, 투자 유치 노하우 등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광고
BEAM Circular Accelerator의 노력이 더해져, 미국은 AI와 바이오 기술을 결합한 순환 경제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의 풍부한 농업 자원과 실리콘밸리의 기술력이 결합되면서 농업 폐기물을 고부가가치 바이오 소재로 전환하는 혁신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순환 경제는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기술 개발과 투자 흐름을 보여줍니다. 유럽은 AI 기반 재활용과 화학적 재생 기술에, 미국은 바이오경제와 농업 순환 시스템에 강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 국제적 트렌드에서 어떤 입지를 갖춰야 할까요?
한국은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같은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이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배터리 재활용처럼 친환경적인 순환 단계가 아직 부족한 상황입니다.
광고
이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과 투자는 한국이 순환 경제 선도국으로 자리 잡을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AI 기술을 통해 재활용 산업의 혁신을 도모하는 유럽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한국의 강력한 AI 연구 역량과 제조업 노하우를 결합하면 WeSort.AI와 같은 혁신 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환경 문제 해결과 지속가능 산업 육성을 동시에 도모하려면, 기존 제조업 분야와 순환 경제 스타트업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대기업의 자본력과 시장 경험, 스타트업의 민첩성과 혁신성이 결합될 때 진정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도 순환 경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전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재활용 기술 개발에 대한 R&D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순환 경제 스타트업이 한국 산업에 주는 메시지
물론 순환 경제 투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특정 기업에 집중되는 자금과 기술이 시장의 다양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은 설득력 있는 반론입니다.
상위 10개 스타트업이 전체 투자의 63%를 차지한다는 사실은 자본 집중도가 매우 높음을 의미하며, 이는 중소 규모 혁신 기업들의 성장 기회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일부 분야에서는 기술적 현실성이 아직 낮아 적용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학 재활용 기술은 아직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으며, 대규모 상업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기술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글로벌 협력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태양광 발전, 전기차 배터리 같은 녹색 기술들도 초기에는 비슷한 회의론에 직면했지만, 꾸준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고 주류 시장으로 진입했습니다. 순환 경제도 같은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순환 경제는 약점보다는 발전 가능성이 두드러지는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자원 안보가 전 세계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순환 경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결론적으로, 순환 경제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닙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미래 산업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며, 글로벌 투자 흐름이 이를 적극적으로 비추고 있습니다. 2026년 3월 현재까지의 데이터는 순환 경제 투자가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배터리 재활용에서 AI 기반 원자재 회수, 화학적 플라스틱 재생, 바이오경제까지, 순환 경제는 다층적이고 역동적인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글로벌 변화를 빠르게 캐치하여, 산업적, 환경적 기회를 포착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이 강점을 가진 배터리, 전자제품, 반도체 분야의 순환 경제 솔루션 개발에 집중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자분께는 이런 질문을 남기고 싶습니다.
우리는 순환 경제의 중심에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낼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그리고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 거대한 전환의 물결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입니까?
박지영 기자
광고
[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