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VC의 역할: 위기 속 생존의 동력
전쟁이 한 나라의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혼란과 불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단순한 군사적 갈등을 넘어 경제적, 기술적 혁신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도전을 가져왔습니다.
2026년 3월 17일 발표된 최신 분석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쟁 한가운데서 적응하고 성장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생존 이야기에서 벗어나, 위기를 기회로 삼고 혁신의 발판을 마련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특히 현지 벤처 캐피탈의 역할, 듀얼유즈 기술로의 전환, 그리고 제도적 지원의 중요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지만, 현지 벤처 캐피탈(VC)의 활약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전쟁 초기 투자 관심은 37%나 급감했으며, 국제 투자자들이 위험을 피하려는 경향을 보였을 때, 우크라이나 내 직간접적으로 활동하는 Flyer One Ventures 및 u.ventures와 같은 VC들은 창업자들에게 긴급자금을 제공하며 생존의 발판을 마련하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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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연결뿐만 아니라, 현지 상황에 맞춰 실질적이고 신속한 보조를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의 탄력성을 높였습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현지 벤처 캐피탈은 창업자들에게 운영적 근접성(operational closeness)을 제공하며 중요한 버팀목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분석은 이들의 중요성을 부각시킵니다. 운영적 근접성이란 단순히 자금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현지 규제 변화에 대한 실시간 조언, 전시 상황에서의 인력 관리 지원, 긴급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 등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자금 조달 전략 또한 전쟁으로 인해 근본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과거에는 가능한 한 많은 스타트업에 소액을 분산 투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전쟁 이후에는 이미 탄력성을 입증한 기업들에 자본을 집중하고, 후속 투자 라운드를 위해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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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생존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별하여 집중 지원함으로써 전체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이려는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또한, 전쟁은 듀얼유즈(dual-use)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며 기술 혁신의 방향성을 크게 바꾸었습니다.
듀얼유즈 기술이란 군사적 용도와 민간 시장에서 동시에 활용 가능한 기술을 의미합니다. 사이버 보안 및 인공지능(AI) 기술은 특히 이러한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며 전후 경제 회복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드론 기술의 경우 전장에서의 정찰 및 공격 용도로 사용되면서 동시에 농업, 물류, 재난 구조 등 민간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AI 기반 위협 탐지 시스템은 군사 방어뿐만 아니라 금융 사기 탐지, 산업 보안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IT 산업은 GDP가 -33% 감소하는 극도의 압박 상황 속에서도, 2023년 약 7% 성장을 기록하며 기술 기반 경제의 회복 가능성을 분명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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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억 달러에 달하는 IT 수출 기록은 전쟁 기간에도 경쟁력 있는 기술을 생산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사이버 보안과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은 지정학적 갈등 속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전쟁은 사이버 무기가 현대 지정학적 갈등의 필수 요소임을 명확히 드러냈으며, 우크라이나는 2025년에 전담 사이버 부대와 우주군을 창설하여 기술력이 곧 국력임을 증명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군사 조직의 창설은 단순히 방어 목적을 넘어, 관련 기술 개발을 촉진하고 민간 부문으로의 기술 이전을 가속화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듀얼유즈 기술: 전쟁이 몰고 온 변화
제도적 지원 또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축이 되고 있습니다. Google for Startups는 2022년 5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통해 창업자들에게 비희석 자금 지원과 클라우드 크레딧을 지원한 바 있으며, 2024년과 2025년도에는 이를 1,000만 달러로 확대하여 생존과 성장을 동시에 도모했습니다.
비희석 자금 지원은 지분을 희석시키지 않고 현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쟁으로 인해 기업 가치 평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창업자들에게 매우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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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크레딧은 인프라가 파괴된 상황에서도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생명줄 역할을 했습니다. 더불어 유럽 혁신 위원회(EIC)의 딥테크 스타트업 지원도 피해 전후 복구와 여성 주도 창업 분야를 포괄하며 2025년까지 2천만 유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IC는 특히 유럽 시장 통합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스타트업들이 전후 유럽 경제의 일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성 주도 창업에 대한 집중 지원은 전쟁으로 인해 많은 남성들이 군복무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비즈니스 영역에서 여성의 역할이 커진 현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은 단기적 생존에서 벗어나 경제 회복 계획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생명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간 것은 아닙니다. 전쟁 기간 동안 소비자들의 기업에 대한 기대도 눈에 띄게 변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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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중립성"이 더 이상 대중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변화된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이는 기업이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신호를 던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분쟁 상황에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국가의 스타트업이 배울만한 점으로 꼽힙니다. 침묵하거나 중립을 지키는 기업은 오히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러한 교훈과 혁신은 완벽한 모델이 될 순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듀얼유즈 기술을 군사적 활용에 치중하거나, 국제 자금 지원이 특정 지역이나 특정 분야에만 집중된다는 제한점을 지적합니다. 실제로 듀얼유즈 기술 개발에 대한 과도한 집중은 순수 민간 기술 개발을 위축시킬 수 있으며, 전후 평화 시기로의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인프라 파괴, 인재 유출, 장기적 경제 불안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많은 우크라이나 IT 인력이 해외로 이주했으며,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국제 지원과 한국 스타트업에 주는 시사점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쟁 속에서 버티고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의 사례는 위기 속에서도 혁신과 생존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이는 전후 경제 재건의 핵심 동력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후 재건 계획에서 IT 산업을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파괴된 인프라를 재건하는 과정에서도 스마트 시티, 디지털 정부 등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할 계획입니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이와 같은 교훈을 활용할 수 있을까요? 한국은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되고, 급격한 기술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듀얼유즈 기술처럼 다목적 혁신이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사이버 보안, AI, 드론, 우주 기술 등은 한국이 이미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이며, 이를 군사적·민간적 용도로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또한, 지역 VC의 중요성과 글로벌 자금 연결을 강화하는 움직임은 한국에서도 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례가 보여주듯, 위기 상황에서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VC들의 운영적 근접성이 생존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전쟁처럼 극한 상황은 아닐지라도,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은 새로운 혁신의 경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다각화된 지원 구조를 구축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정부, VC, 대기업, 글로벌 파트너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스타트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우크라이나 소비자들이 보여준 것처럼, 한국 소비자들도 점차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명확한 가치 표명을 중요하게 여기는 추세이므로,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합니다. 우크라이나 사례는 단순히 한 국가의 독특한 경험을 넘어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 널리 적용될 수 있는 교훈을 던지고 있습니다.
단지 기술력뿐만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사이의 신뢰, 정부와 VC의 유기적 협력,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의 빠른 적응력이 위기 속 혁신을 이끄는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금 강조합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만들어낸 이러한 교훈들은 평시의 경제적 불확실성, 기술 경쟁, 시장 변화 등에 직면한 전 세계 스타트업들에게도 유효한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으며, 위기를 단순히 견디는 것이 아니라 혁신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론을 배울 수 있습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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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findnstar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