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도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경기도가 행정력을 총동원한다. 단순한 복지 지원을 넘어 금융 채무와 정신건강을 하나로 묶는 이른바 '통합 생명 안전망'이 본격 가동된다.
경기도는 지난 19일, 도청 상황실에서 김성중 행정1부지사 주관으로 '경제·금융 위기 대응 자살예방 전담조직(TF) 첫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한계 상황에 직면한 금융 취약계층의 극단적 선택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도출하고자 마련됐다.
'경제중심위험형'이 자살 원인 1위… 90% 이상이 '부채 스트레스'
도가 이번 대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처참한 통계 지표 때문이다. 경기도가 실시한 '심리부검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자살 위험군 중 경제적 사유가 주된 원인인 '경제중심위험형'이 전체의 36.7%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특히 이들 중 무려 90.4%는 감당하기 힘든 빚 독촉과 부채 압박에 시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채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는 주거비 마련(28.7%)이 가장 컸으며, 뒤를 이어 생활비 부족(23.3%)과 사업 자금난(20.0%) 순으로 집계됐다. 이는 서민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 곧 생명의 위협으로 직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3050 남성 '위험수위'… 절반 이상이 '침묵 속의 종말'
더욱 심각한 지점은 위기 신호를 보내지 않는 '고립성'이다. 조사 대상의 절반이 넘는 51.6%가 유명을 달리하기 전 3개월 동안 그 어떤 공적 기관이나 민간 단체에도 도움을 청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별로는 사회적 허리 역할을 하는 30대(22.1%), 40대(30.5%), 50대(18.1%)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성별로 보면 남성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39.5명으로 여성(16.7명)보다 2.4배나 높게 나타나, 경제적 책임감이 강한 중장년층 남성들에 대한 특화된 관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조기 발견에서 재기 지원까지'… 도 전역에 촘촘한 그물망
이에 따라 경기도 TF는 '선제적 발견골든타임 확보통합 연계'를 3대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 빚 때문에 삶을 포기하려는 이들에게 서민금융지원과 경기극저신용대출 등 실질적인 자금난 해소 방안을 연결하는 동시에, 심리 상담을 병행하여 정서적 자립을 돕는 방식이다.
김성중 행정1부지사는 "과거 IMF 외환위기 당시의 뼈아픈 경험을 통해 경제 위기가 자살 급증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을 확인했다"며 "적절한 시기의 공적 개입은 비극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만큼, 부채가 죽음의 결론이 되지 않도록 금융과 복지 데이터를 결합한 '생명 공동체'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경기도는 행정1부지사를 필두로 경제, 청소년, 우울증, 연구통계 등 4개 전문 분과를 운영 중이다. 위기 상황에 처한 도민은 24시간 운영되는 자살예방 상담전화(15770199)나 카카오톡 상담 채널 '마들랜'을 통해 언제든 손을 내밀 수 있다.
경제적 파산이 곧 인생의 파멸이 아니라는 사회적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경기도의 이번 TF 가동은 '빚'이라는 쇠사슬에 묶인 도민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벌어주는 강력한 공적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