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편의 글이 불러온 기억 여행
지난주였다. 블로그 이웃 ‘북바위’님의 글을 통해 잠시 추억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낭만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나누어 주신 글 속에는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이층의 다방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다방’이라는 단어를 읽는 순간 머릿속에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 세대에게는 어떤 공간이 있었을까. 단어 하나가 오래된 기억을 불러내는 순간이었다.
우리에게는 ‘캔모아’가 있었다
지금은 길을 걷다 보면 어디에서든 카페를 쉽게 볼 수 있다. 커피 전문점부터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까지 선택지는 넘쳐난다. 그러나 내가 학창 시절을 보내던 시기에는 지금처럼 카페가 흔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에게는 또 다른 공간이 있었다. 바로 ‘캔모아’였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다소 낯선 이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세대에게 캔모아는 친구들과의 추억이 가득 담긴 장소였다. 생과일 주스와 디저트를 파는 가게였지만, 실제로는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작은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우리는 별다른 약속이 없어도 그곳으로 향하곤 했다.
흔들리는 소파와 그네 의자
캔모아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매장 안에 있던 흔들거리는 소파 의자와 장미꽃으로 장식된 그네 의자다. 특히 그네 의자는 항상 인기 있는 자리였다. 친구들과 함께 그 자리에 앉기 위해 경쟁 아닌 경쟁을 하기도 했다. 토요일마다 캔모아로 달려갔지만 이미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운 좋게 그네 의자에 앉는 날이면 괜히 더 기분이 좋았다. 작은 행운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토스트 빵이 남긴 기억
캔모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기억이 있다. 바로 토스트 빵이다. 바삭하게 구워 나온 빵을 크림에 찍어 먹던 그 맛은 지금 떠올려도 꽤 또렷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토스트를 리필해 주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토스트를 나누어 먹던 시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특별히 비싼 음식은 아니었지만 그 공간에서 함께 나누었던 시간만큼은 참 소중했다. 돌이켜 보면 그곳은 단순히 음료와 디저트를 먹는 공간이 아니었다. 친구들과의 이야기와 고민, 그리고 웃음이 모여 있던 작은 청춘의 장소였다.
사라진 공간, 남아 있는 기억
얼마 전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캔모아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예전에 자주 가던 매장이 아직 남아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찾아보았다. 그러나 오래도록 이어져 오던 그 매장은 이미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크게 서운하지는 않았다. 그 공간은 사라졌을지라도 그곳에서 친구들과 나누었던 시간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세대마다 기억하는 공간은 다르다
북바위님의 글 속 ‘다방’이라는 단어는 또 다른 세대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누군가에게는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다방이 청춘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세대에게는 캔모아가 그런 공간이었다.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는 또 다른 장소가 있을 것이다. 카페일 수도 있고, 어느 골목의 작은 가게일 수도 있고, 혹은 온라인 공간일 수도 있다. 세대마다 기억하는 장소는 다르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당신의 청춘에는 어떤 공간이 남아 있는가.
학창 시절 친구들과 가장 자주 모였던 장소는 어디였는가.
그 공간을 떠올리면 어떤 장면이 함께 떠오르는가.
그리고 지금의 세대에게는 어떤 장소가 그런 기억으로 남게 될까.
사람의 기억은 장소와 함께 자라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결국 추억을 먹고 살아간다
사람은 참 신기한 존재다. 지금의 시간을 살아가면서도 가끔 이렇게 옛 기억을 떠올리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캔모아라는 공간은 사라졌지만 그곳에서 친구들과 나누었던 웃음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날의 공간과 그날의 대화, 그리고 그날의 청춘이 있었기에 지금도 그 시간을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 생각한다. 사람은 결국 추억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그리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있다는 것 역시 삶이 건네는 또 하나의 선물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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