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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칼럼] 139화 흙탕물 속의 잉어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우리는 늘 맑고 선명한 길만을 걷지 않는다

맑은 물이 아니어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흙탕물 속에서도 헤엄치는 잉어들, 맑은 물이 아니어도 삶은 계속된다. [사진=김기천 칼럼니스트]

 

가족과 함께한 주말의 한 장면

지난 주말이었다. 장모님의 생신을 맞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장인어른과 장모님, 우리 가족, 그리고 처남네 식구들까지 모두 모이니 금세 북적였다. 오랜만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웃는 시간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저녁 식사 전까지 잠시 시간이 남았다. 우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 한 수목원으로 향했다. 나 역시 약 10년 만에 다시 찾는 곳이었기에 작은 설렘이 있었다. 수목원에 도착해 천천히 길을 걸었다. 넓게 펼쳐진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마음이 자연스럽게 차분해졌다. 아이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주변을 살폈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뒤를 따랐다. 그렇게 걷던 중 작은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흙탕물 속에서 발견한 생명

물가 가까이 다가가 물속을 들여다보았다. 물고기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물은 상당히 탁했다. 흙탕물처럼 뿌옇게 흐려져 있어 물속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순간이었다. 흐릿한 물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자세히 보니 큰 잉어들이 여러 마리 헤엄치고 있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꽤 많은 수의 잉어들이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도 그 모습을 발견하고 눈을 반짝였다. 그때 한 마리의 잉어가 수면 가까이 올라와 입을 뻐끔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 장면이 시선을 붙잡았다.

 

낯설지 않게 느껴진 이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탁한 물속에서도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물은 뿌옇고 앞이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은 환경이었다. 깨끗하고 맑은 물이 아니라 시야가 제한된 공간이었다. 그런데도 잉어들은 아무렇지 않게 그 안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그 장면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이 떠올랐다.

 

우리는 늘 맑은 길을 걷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맑고 선명한 길만을 걷지 않는다. 오히려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이 더 많다. 방향이 흐릿하고, 지금 내가 잘 가고 있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 마치 흙탕물 속에 있는 것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불안함을 만든다. 확신이 없다는 것은 두려움을 만든다. 그래서 때로는 멈추고 싶고, 때로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환경을 핑계로 멈추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종종 환경이 좋아지기를 기다린다. 상황이 나아지면, 길이 보이면, 확신이 생기면 그때 움직이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삶은 대부분 불완전한 상태에서 시작되고, 불완전한 상태 속에서 이어진다. 그날의 잉어들은 그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환경이 완벽하지 않아도, 시야가 흐릿해도, 그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지금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며 멈춰 있지는 않은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저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가.

 

흐릿해도 나아가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완벽한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상황이 부족해도 그 자리에서 묵묵히 나아가는 것이다. 흙탕물 속에서도 헤엄치는 잉어처럼. 수목원을 나서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이 와도 멈추지 말자. 환경을 탓하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오늘도 나는 일상을 통해 또 하나를 배운다. 맑은 물이 아니어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도 묵묵히 나아가는 사람이 결국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것을 말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3.21 17:32 수정 2026.03.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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