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깊은 도시 하르키우, 그 문화유산이 사라지다
전쟁의 소용돌이는 단순히 생명을 앗아가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피해는 그토록 사랑받아 오던 건축물과 유산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문화적 정체성에도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러합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 전쟁의 상처는 그곳 문화유산의 파괴로 더욱 가까이 다가옵니다.
이는 단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에 남겨진 인류 문화의 흔적이 사라져가는 비극은 우리 역시 피해갈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문화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2022년 2월 24일부터 2026년 4월까지 전체 우크라이나에서 총 1,723개의 문화유적지와 2,524개의 문화 인프라 시설이 파괴되거나 손상을 입었습니다.
특히 하르키우(Kharkiv) 지역은 이 같은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으로, 이 지역에서만 349개의 문화유산이 훼손되었습니다. 하르키우는 다채로운 역사와 건축유산을 가진 도시였으며, 단순히 우크라이나의 자산을 넘어 세계가 함께 보호해야 할 소중한 문화적 보물로 가득 차 있던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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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쟁이 이곳을 휩쓸며 그 찬란했던 문화적 유산들이 하나둘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1,723개의 유적지 중에서도 159개는 국가적 중요성을 갖고 있는 유적지로 평가됩니다. 지역적 중요성을 가진 유적지만 하더라도 1,403개가 손상을 입었으며, 총 45개의 문화유산은 완전한 소멸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고유의 정체성을 품고 있던 박물관, 갤러리, 도서관, 예술 교육 기관 등 2,524개의 문화 인프라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 중 518개의 문화 인프라 시설은 완전히 파괴되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문화 인프라의 상세 피해 현황을 살펴보면, 클럽 시설 1,245개, 도서관 872개, 예술 교육 기관 191개, 박물관 및 갤러리 139개, 극장·영화관·필하모닉 홀 52개 등이 포격과 전투로 손상되거나 파괴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건축물이나 시설의 손실을 넘어 우크라이나 국민과 세계가 공유하던 지식과 기억, 문화적 유산의 영원한 상실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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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던 귀중한 문헌들, 박물관에 전시되었던 역사적 유물들, 극장에서 공연되던 전통 예술들이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문화유산은 단순한 돌덩어리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사회의 역사적 성장 과정을 증언하는 증거물이며, 민족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매개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산이 적의 포탄으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은 단지 우크라이나만의 상실로 간주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문화유산의 파괴는 민족의 정신적 결속력과 사회적 연대를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역사를 지우고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문화유산의 파괴는 단순히 땅을 점령하기 위한 행동이 아닌, 민족의 혼을 뺏으려는 시도로 풀이될 수 있습니다.
물리적 파괴 그 이상의 상처, 문화적 정체성의 훼손
우크라이나 상황을 지역별로 들여다보면, 하르키우 지역이 349개로 가장 많은 피해를 기록했으며, 그 다음으로 헤르손(Kherson) 지역에서 302개, 오데사(Odesa) 지역에서 200개, 도네츠크(Donetsk) 지역에서 193개, 키이우(Kyiv) 및 그 주변에서 173개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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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파괴는 우크라이나 전역 341개 행정구역에서 기록되었으며, 특히 도네츠크, 하르키우, 헤르손, 수미, 키이우, 미콜라이우 지역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역에 걸친 광범위한 문화적 재앙임을 보여줍니다.
전쟁은 이 모든 것을 파괴하며, 이에 대한 복구는 단순히 예산과 기술을 투입한다고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한번 사라진 역사적 건축물의 원형은 복원이 아무리 정교하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진정성을 완전히 되찾기 어렵습니다.
박물관에서 소실된 유물들, 도서관에서 불타버린 고문서들은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인류의 손실입니다. 각각의 문화유산은 수백 년, 때로는 수천 년의 시간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기에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파괴 행위에 대해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사실, 전쟁 중 문화유산의 파괴에 대한 국제적 규제는 1954년 헤이그 협약(무력충돌 시 문화재 보호를 위한 협약)을 비롯한 여러 협약을 통해 제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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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협약은 전쟁 중에도 문화재를 보호하고, 이를 군사 목표물로 삼지 않으며, 점령 지역의 문화재를 약탈하거나 파괴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시행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한계가 존재합니다. 국제적인 공조는 미흡하고,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러한 협약은 전쟁의 속도를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모든 법과 규율을 초월한다는 전제 아래, 국제법은 자주 무시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러시아 역시 자신들의 논리를 내세우며 공습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군사 목표물들을 겨냥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물의 잔해 속에서 사라진 국민적 기억과 정체성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확률이 더 큽니다.
실제로 많은 문화유산들이 군사 시설과는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파괴되었으며, 이는 의도적인 문화 말살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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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유산 보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결국 이런 와중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전쟁으로 파괴되고 훼손된 문화유산을 어떻게 다시 살리고 보존할 것인가입니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정부 기관의 몫이 아니라, 문화에 가치를 두는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야 할 일입니다.
유네스코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피해 문화재의 목록을 작성하고, 전쟁이 끝난 후 복구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국제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문화유산 보호에 대한 강력한 국제법 집행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살고 있는 한국의 경주, 공주, 서울 같은 곳들이 전쟁으로 인해 한순간에 모습을 잃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석굴암과 불국사, 수원 화성, 창덕궁이 포격으로 무너진다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국보급 유물들이 불타버린다면 우리는 어떤 상실감을 느낄까요? 지금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비극은 우리에게도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일입니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고려할 때, 이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문화유산의 보호라는 화두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단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삶의 한 부분이 사라지고 있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지금의 무관심이 결국 미래에 커다란 후회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제 사회는 더 강력한 문화재 보호 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전쟁 중 문화재를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과연 당신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문화유산 보호 단체에 기부하거나,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정부에 국제적 문화재 보호 노력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윤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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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vertexaisearch.cloud.goog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