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디시즘 철학 동화 - 2. 왜 보지 못했을까
아침이었다.
지호는 늘 걷던 길을 걸었다.
아파트 입구를 지나고,
편의점 앞을 지나고,
학교로 향하는 좁은 골목을 걸었다.
늘 같은 길이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무가 있었고,
하늘이 있었고,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지호의 눈에는
그것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지나가는 길일 뿐이었다.
보는 것과 느끼는 것 사이
수업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지호는 우연히 걸음을 멈췄다.
작은 소리 때문이었다.
“사각—”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는 소리였다.
지호는 고개를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무가 보였다.
햇빛이 잎사귀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고,
연두색과 초록색이 섞여
천천히 흔들리고 있었다.
“이게, 원래 있었나?”
지호는 잠시 서 있었다.
늘 지나던 길인데,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바람이 얼굴에 닿았다.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였다.
지호는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조용히, 아주 조용히
마음이 움직였다.
그때였다.
머릿속에
어딘가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스쳤다.
“너는, 보고 있었니?”
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저 서서
다시 나무를 바라봤다.
우리는 왜 보지 못했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호는 천천히 걸었다.
같은 길이었다.
하지만 조금 달랐다.
전에는
지나가던 길이었고,
지금은
머무는 길이 되었다.
지호는 생각했다.
“나는, 그동안 왜 보지 못했을까.”
그리고 스스로 답했다.
“보고 있었지만, 느끼지 않았으니까.”
그날 이후,
지호는 가끔 멈춰 섰다.
그리고 바라봤다.
세상은 그대로였지만,
지호의 눈은 달라지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