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전환기, 피할 수 없는 전쟁과 혁명의 시간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보면, 패권의 교체는 단순한 국가 간의 순위 바뀜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류가 발을 딛고 선 문명의 토대 자체가 뒤바뀌는 거대한 지각변동이었다. 농업 문명으로 이행할 때 동양은 춘추전국시대라는 수백 년의 살육전을 견뎌야 했고, 산업 문명으로 넘어올 때 몇 차례의 세계 대전이라는 파멸적 대가를 치렀다.
이병한 교수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디지털 문명'으로의 이행기 역시 향후 수십 년 동안 전례 없는 붕괴와 혼란이 불가피한 불편한 미래라고 단언한다. 현재 UN을 구성하고 있는 200여 개의 국가 체제는 사실상 산업 문명의 산물이며, 이들이 디지털 국가로 완전히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구 체제의 파편들이 튀어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성공 비결이었던 유럽 사상을 편집하여 완성한 산업 문명 OS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여기는 민주공화국의 표준 모델은 사실 250년 전 미국이 만든 정교한 소프트웨어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다. 그 후로도 100년 넘게 공화정과 군주정을 오가며 피비린내 나는 적폐 청산(앙시앙 레짐)의 진통을 겪어야 했다.
반면, 구 질서의 적폐가 없었던 신대륙의 미국은 유럽에서 건너온 최고의 지적 자산들을 편집하기 시작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경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정치), 루소의 『사회계약론』(철학)이라는 세 권의 고전을 결합해 '미국 연방 헌법'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 운영체제(OS)를 출시한다. 입법, 사법, 행정이라는 삼권분립의 시스템은 그렇게 산업 문명의 표준이 되었고, 미국은 이 패러다임을 앞세워 세계를 지배했다.
낡은 소프트웨어와 새로운 하드웨어의 불협화음
그런데 지금 전 세계가 왜 이토록 시끄러운가? 미국도, 유럽도, 한국도 정치가 오작동하며 '엉망진창'인 이유는 명확하다. 사회의 하드웨어는 이미 빛의 속도로 연결되는 초연결 디지털로 바뀌었는데, 이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250년 전 증기기관 시대에 만든 낡은 OS이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는 최신형 양자 컴퓨터인데 소프트웨어가 윈도우 95라면 시스템은 멈추거나 충돌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혼란은 특정 정치인 개인의 일탈이나 무능 때문만이 아니다.
'국가 경영 패러다임'의 전면적 재설계 시급하다
그것은 시대에 뒤처진 구시대의 제도적 틀이 디지털 문명의 에너지를 담아내지 못해 발생하는 '문명적 불협화음'의 결과다.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정책의 변화나 인물 교체로 해결될 수준을 넘어섰다. 이제 인류는 단순히 패치를 업데이트하는 수준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국가 경영 소프트웨어를 요구받고 있다.
디지털 문명의 속도와 복잡성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결정 구조와 통치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문명 교체기의 거대한 혼란 속에서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구시대의 유통기한은 끝났다. 이제는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국가 운영체제를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연재 中 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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