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김창민 감독 사건 이후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거리로 나섰다. 차가운 바닥 위에 몸을 낮추는 오체투지는 단순한 시위가 아니다. 그들이 반복하는 말은 분명하다. “배려가 아니라 의무다.”
이 말은 감정의 호소가 아니다. 이미 법에 적혀 있는 문장이다. 그리고 그 법은 수사 과정에서 무엇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정해놓고 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발달장애인이 연루된 수사에서, 경찰은 그 의무를 실제로 이행했는가.
발달장애인이 피해자이거나 목격자인 경우, 경찰은 단순히 조사할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다. 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의무를 진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장애인복지법」은 국가의 권리 보장과 인권 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형사 절차에서도 진술권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법적 원칙은 하나로 수렴된다.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말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수사의 법적 출발선이다.
이 법적 원칙을 현장 기준으로 풀면 더 분명해진다. 수사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최소 조건은 복잡하지 않다.
✔ 보호자 또는 신뢰관계인의 동석이 보장됐는가.
✔ 질문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가.
✔ 충분한 설명과 시간이 제공됐는가.
이 세 가지는 선택이 아니라 법이 요구하는 기본 조건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았다면, 그 수사는 결과를 따지기 이전에 절차부터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판단 기준도 단순하다. 발달장애인의 진술이 수사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면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조사를 하지 않았거나, 법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조사하지 않았거나. 두 경우 모두 결론은 같다. 법이 정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이 순간 문제는 ‘미흡한 수사’가 아니라 ‘절차 위반’의 문제로 넘어간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종종 “배려가 부족했다”는 말로 상황을 설명한다. 그러나 이 표현은 본질을 흐린다. 배려는 선택이지만, 지금의 문제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발달장애인 수사에서 요구되는 조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법이 강제하는 의무다.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문제는 태도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다.
이번 사건이 드러낸 것은 제도의 부족이 아니다. 이미 법은 존재하고 기준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이유는 하나다. 그 기준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권리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한 개념이 아니다. 이미 법에 적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하다. 그 법을 기준으로 묻고, 지켜지지 않았다면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이 남긴 질문은 하나다. 말을 못한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가.

김범일
• 법정교육연구소 대표
•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식개선강사
• 경기도 비상임 인권보호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