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아웃 시대의 실존 철학 - 29. 우리는 왜 같은 관계를 반복하는가
― 익숙한 고통과 무의식의 선택
처음에는 다르게 시작한다.
다른 사람이고,
다른 상황이고,
이번에는 괜찮을 것 같다고 믿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상하게도 비슷해진다.
비슷한 갈등,
비슷한 감정,
비슷한 결말.
그리고 우리는 말한다.
“왜 나는 항상 이런 관계를 만날까.”
이 질문은 정확하다.
그러나 방향이 부족하다.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왜 나는 이런 관계를 선택하는가.”
사람은
익숙한 것을 선택한다.
그것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말투,
어떤 태도,
어떤 관계의 흐름.
이것이 낯설지 않으면
불안이 줄어든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익숙한 것이
항상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것.
우리는 종종
익숙한 고통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계는
의식적으로만 선택되지 않는다.
무의식이
함께 선택한다.
어릴 때의 경험,
반복된 감정,
내면에 남아 있는 관계의 이미지.
이것들이
하나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설명하지 못하는 끌림을 느낀다.
“왠지 편하다.”
“왠지 끌린다.”
하지만 그 감정은
새로움이 아니라,
과거의 반복일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단순하다.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해되지 않았고,
정리되지 않았고,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만든다.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려는 시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전의 감정을 다시 마주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는
다시 반복된다.
반복을 멈추는 방법은
단순하지 않다.
관계를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필요한 것은
하나뿐이다.
패턴을 보는 것.
나는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가.
나는 어떤 상황에서 무너지는가.
나는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는가.
이 질문들이 시작될 때,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반복의 구조가.
우리는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과거의 경험,
무의식의 패턴,
익숙한 감정.
이것들이
선택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완전히 갇혀 있는 것도 아니다.
패턴을 인식하는 순간,
하나의 틈이 생긴다.
그리고 그 틈에서
새로운 선택이 가능해진다.
익숙한 것을 선택할 것인지,
낯설지만 다른 것을 선택할 것인지.
그 선택은
편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그 선택이 반복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된다.
우리는 더 이상
같은 관계를 반복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르게 선택하는 사람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