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에서 도박에 빠져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는 규모가 크고 중독까지 이어지는 도박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형 카지노나 고액 배팅이 문제 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고독과 피로를 잊기 위해 우연히 시작한 소규모 도박이 중심에 있었다.
건양대학교 웰다잉융합연구소와 한국여론리서치가 전국 1인 가구 4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는 삶이 크게 흔들렸을 때 도박으로 감정을 추스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4.1%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도박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수치만 보면 낮아 보이지만 도박이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도박이 처음부터 ‘즐기기 위한 선택’으로 시작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응답자 상당수는 외로움과 공허감, 정서적 피로를 먼저 경험하였다. “나는 뭔가 있어야 할 것 같은 공허감을 자주 느낀다”라는 응답은 25.7%, “나의 외로움이 타인보다 더 크다고 느낀다”라는 응답은 25.2%였다. 이는 외로움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감정을 이완하거나 다른 일에 빠져드는 보상 행동에 더 쉽게 끌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도박은 목적이 아니라 ‘견디게 해주는 방법’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특히 도박 문제는 월소득 200만 원 미만의 1인 가구와 가족이나 친구와 연락이 주 1회 미만인 사람들, 혼자 산 기간이 오래된 60대 이상 노년층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공통으로 감정적 지지 기반이 약하고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었다. 이들에게 도박은 단순한 도피를 넘어 일상에서 즉각적인 자극과 몰입을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도박의 위험을 여전히 개인의 절제 부족이나 도덕적 문제로만 바라보는 시선이다. 정서적 고립과 경제적 취약성, 관계 단절이 겹칠 때 도박은 선택이 아닌 일상을 견디는 수단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초점은 단순히 ‘도박은 나쁘다’와 같은 주장이 아니라 1인 가구가 일상에서 타인과 연결되고 정서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맞춰져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생활 커뮤니티를 확대하고 혼자 지내는 사람을 먼저 찾아가는 생활 밀착형 상담 지원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도박 위험 자가 진단과 상담을 연계하는 시스템 등도 방법이 될 것이다.
건양대학교 웰다잉융합연구소 김광환 소장은 “도박 문제를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설명하기보다 오래 누적된 외로움과 불안을 나타내는 신호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라며, “혼자 살아도 정서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 관계 만들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결국 도박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 고독 속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1인 가구의 외로움과 불안을 함께 감당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