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의 문턱을 낮춘 성수동, 아트컬렉팅 시작의 무대가 되다
트랜디한 미술 전시는 더 이상 조용하고 엄숙한 갤러리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동시대적 감각이 가장 조밀하게 밀집된 성수동의 한 구옥에 현대 미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번 전시는 그림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명확한 기획 의도에서 출발한다.
대중의 일상 속으로 바짝 다가가고자 팝업스토어 형식을 과감히 차용했다. 한정된 무대를 벗어나 유목민처럼 이동하며 작업을 확장하는 프로젝트 아트 그룹 <아뜰리에 노마드>의 단체전이다. 낡은 구옥이 품은 오래된 시간의 결 위로 감각적인 동시대 회화가 교차한다.
변화의 속도가 가장 빠른 성수동 한복판에서 관람객에게 잠시 멈춰서서 바라보는 상태를 제안한다. 젊은 세대가 일상적인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작품과 마주하고 생애 첫 아트컬렉팅을 경험하도록 이끄는 것이 이번 전시의 중요한 종착지다.
고정됨을 거부하는 노마드, 변화하는 상태 자체를 전시하다, 역동하는 라이브페인팅
전시 기간 내내 현장에서 진행되는 작가들의 라이브페인팅은 이 전시의 성격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관람객은 일방적인 관찰자에 머물지 않는다. 작가의 붓끝에서 새로운 이미지가 생성되고 확장되는 순간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목격할 수 있다.
각기 다른 작업들이 한 공간에서 부딪히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해석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변화 중인 상태 자체를 훌륭한 전시 형식으로 승화시켰다.


페르소나를 벗은 자아부터 흙속의 생명력까지, 네 명의 노마드가 직조한 예술 세계
전시에 참여한 네 명의 작가는 저마다의 뚜렷한 시선과 철학이 담긴 고유의 언어로 다채로운 작업 세계를 펼쳐 보인다.
우승연(Woo Sungyun) 작가는 현대인의 억눌린 자아를 탐구하며, ‘페르소나를 벗어 던지고’라는 일관된 화두를 던진다. 그녀는 모범생, 현모양처, 성공한 아들, 멋진 아빠 등 시대가 부여한 역할들을 나도 모르게 장착된 무거운 제복으로 정의한다.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결코 녹록지 않은 세상 속에서 그 제복을 벗고 진정한 나를 찾고 싶어 하는 심리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억압에서 벗어나 우주와 오로라를 향해 비상하는 새를 형상화하며 자유를 향한 갈망을 담아낸다. 특히 최근 개인전을 통해 선보인 화두 ‘지관(止觀): 멈춰서서 보라’는 이번 전시가 지향하는 ‘멈춰서 바라보는 상태’와 깊이 맞닿아 있어 더욱 긴 여운을 남긴다.
이정은(Lee Jungeun) 작가는 스스로를 ‘바다를 물감으로 하늘에 편지를 그리는 작가’로 명명한다. 개인전만 14회를 개최하며 단단한 내공을 쌓아온 그는 4년간 그리스에 머물며 받았던 영감을 캔버스에 풀어낸다.
특히 100일 동안 매일 유화 한 점씩을 그렸던 풍경들을 이번 팝업 전시에서 회화 작품과 한정판 굿즈로 다채롭게 선보인다. 그녀는 모든 색채와 붓질을 편지의 문장과 단어처럼 조심스럽게 연결한다. 살아있는 시간들이 겹겹이 쌓인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에게 평안과 사랑의 이야기를 건넨다.
‘즐거움’을 사랑한 아티스트 EJ은정(EJ EUNJUNG)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일상의 파편들을 수집해 포장하고 진열하는 ‘EJ 아트편의점’이라고 설명하며, 빠르게 휘발되는 찬란한 ‘찰나’를 예리하게 낚아채어 캔버스 안에 담아낸다.
특히 이번 작품들에서 작가는 "나는 내 고양이가 다음 세상에서는 히어로가 되어 있기를 상상한다"며 특별한 애정을 드러낸다. 작가에게 이 그림 속 고양이들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우리가 사랑했고, 의지했고, 마음을 내어주었던 존재들의 또 다른 모습이다.
삶의 한 시기를 함께 통과한 동반자이자,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해주는 상징인 이들을 영웅으로 그리며, 상실의 슬픔이 기억과 신화로 변하는 순간을 작품에 담아냈다. 멈춰진 그림 속에서 슬픔마저 희망과 유쾌한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그녀의 따뜻한 작업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흙속작가’ 김희경(Kim Heekyoung)은 독특한 정체성으로 시선을 깊은 땅속으로 돌린다. 그녀에게 존재는 고정된 실체가 아닌 경험하고 선택하는 과정이다. 존재가 분해되고 에너지가 내부로 전환되는 흙속을 가장 안정적인 지대로 바라본다.
흙속에 묻혀 원형을 잃은 유물이 밖으로 나오면서 ‘유물의 익살스러운 인사’를 건네며 새로운 실존적 관계를 맺는 모습을 포착한다. 스스로를 제한했던 존재들이 다시 잘 살아보려는 자발적 순환의 과정을 재촉하지 않고 따뜻한 눈길로 풀어낸다.
특히 다가오는 5월 일본 우에다 시립미술관 개인전에서 생명력이 팽창하는 '수막새 호랑이'와 '흙속' 시리즈를 함께 선보이며, 국경을 넘은 따뜻한 연대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작품을 소유하는 새로운 방식, 동시대적 감각을 공유하다
프로젝트 아트 그룹 <아뜰리에 노마드>의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 일상 속에서 예술을 능동적으로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전시장 한편에는 회화 작품을 섬세하게 가공한 한정판 굿즈가 마련되어 있다. 원화가 주는 압도감에 갇히지 않고, 관람객이 예술을 자신의 일상으로 가볍고 자연스럽게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성수동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맞물려 작품이 공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새롭게 읽히는지 관찰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끊임없이 변형되는 동시대의 흐름 한가운데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보자. 갖가지 꽃과 잎이 어우러진 봄처럼 각기 다른 네 명의 작가가 뿜어내는 신선한 예술적 에너지를 오롯이 마주할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정보]
▪️전시명: 아티스트 그룹_아틀리에 노마드 (Project Art Group_ATELIER NOMAD) in 성수
▪️전시기간: 2026년 4월 21일(화) ~ 4월 27일(월)
▪️관람시간: 11:00 ~ 18:00
▪️전시장소: 서울특별시 성동구 연무장길 41-9 (연무316)
[아티스트 소개: 우승연]
현대인이 장착한 모범생, 현모양처 등의 사회적 가면(페르소나)을 무거운 제복으로 정의하고, 이를 벗어 던진 진정한 자아를 캔버스에 탐구하는 작가다. 겉보기엔 화려하지만 녹록지 않은 세상 속에서 우주와 오로라를 향해 비상하는 ‘새’를 형상화하며 자유를 향한 갈망을 혼합 매체로 표현한다. 2026년 제4회 한국여성작가 회화공모전에서 특선을 수상하고 프랑스 특별전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24년 갤러리 서촌 개인전을 시작으로 2026년 갤러리71과 갤러리1582에서 열린 <지관(止觀): 멈춰서서 보라> 등 다수의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2025년 이탈리아 피렌체 아트페어와 2026년 파리 갤러리 히비스커스 전시 등 해외 무대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며 자신만의 확고한 예술 세계를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현재 공식 SNS(@artist_woosy)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아티스트 소개: 이정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 석사(MFA)를 졸업하고 14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치르며 굳건한 입지를 다진 베테랑 작가다. 스스로를 ‘바다를 물감으로 하늘에 편지를 그리는 작가’라 명명하며, 특히 4년간의 그리스 체류 경험은 작가의 대표적인 ‘풍경과 편지’ 작업 세계에 중요한 시각적·정서적 기반이 되고 있다. 또한 Art Capital (Grand Palais) 참여 및 수상을 통해 프랑스 파리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그리스 아테네 전시를 비롯한 해외 활동을 통해 국제적인 영역으로 확장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리스에서 100일 동안 매일 한 점씩 유화로 기록한 이국적인 풍경과 다채로운 굿즈를 대중에게 선보이며, 일상에 잔잔한 평안과 사랑의 메시지를 선물한다. 현재 공식 SNS(@thestoryof_goodtree)를 통해 팬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있다.
[아티스트 소개: EJ 은정 (장은정)]
의류직물학을 전공하며 인물화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고, 삶의 지치는 순간들을 극복하고자 유화 붓을 잡았다. 기질적인 우울감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키며, 세필 묘사와 끝없는 덧칠을 통해 사유를 확장하는 진지한 작업 방식이 특징이다. 2022년 대한민국회화대전 서양화 부문에서 작품 <개와 늑대의 시간>으로 특선을 차지하고, 관악예술상점 '관객이 뽑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총 7회의 개인전과 아트페어에 꾸준히 참여하며 입지를 다졌다.
지난 3월 인사동 갤러리재재에서 열렸던 개인전 <EJ 아트 편의점>을 시작으로 4월 뱅크 아트페어, 6월 울산아트페어, 7월 시애틀 아트페어 등 활발한 활동을 앞두고 있다. 현재 공식 SNS(@eddie9151_kr)을 통해 대중과 소통 중이며, 일상에 기쁨의 파편을 선물하는 '인물화로 기억되는 작가'가 되기 위해 매일 캔버스 앞에 선다.
[아티스트 소개: 흙속 작가 김희경]
한양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에서 미술치료 석사를 졸업한 후 인간의 내면과 감정, 회복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회화 작가다. 저서 『마음 숲 물 한 모금』, 『엄마가 괴물로 변하지 않는 비밀』을 출간하며 대중에게 다정한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25년 한국미술협회 우수 작가 유공표창을 수상했으며, 독일 베를린 아트페스티벌, 프랑스 아를 전시에 참여하는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흙 속 작가'로서 소멸과 생성이 공존하는 안전한 은신처를 평면에 구현하며 예술이 갖는 치유의 힘을 실천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 세계 및 작업 과정은 공식 SNS(@heeppy_12345)를 통해 알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