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72문
Q. What is forbidden in the seventh commandment? A. The seventh commandment forbiddeth all unchaste thoughts, words, and actions.
문. 제7계명에서 금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답. 제7계명은 모든 부정결한 생각과 말과 행동을 금지합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마 5:28)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니(마 15:19)
음행과 온갖 더러운 것과 탐욕은 너희 중에서 그 이름조차도 부르지 말라 이는 성도에게 마땅한 바니라 누추함과 어리석은 말이나 희롱의 말이 마땅치 아니하니 오히려 감사하는 말을 하라(엡 5:3-4)

우리는 '보는 것이 곧 소유하는 것'이라 믿는 시각 중심의 시대를 살고 있다. 손가락 하나로 전 세계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현대인에게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72문의 경고는 다분히 도발적이다. 제7계명은 단순히 육체적 결합의 부적절함을 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시선이 머무는 '생각'과 공기 중에 흩어지는 '말', 그리고 가시적인 '행동' 전체를 정조준한다.
이는 부정결(Unchastity)을 단순한 도덕적 일탈이 아닌, 인간 영혼의 중심부인 마음에서부터 시작되는 실존적 오염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헬라어 '포르네이아(πορνεία, 음행)'가 단순한 행위를 넘어 인격의 전체적 무질서를 의미하듯, 제72문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타인을 수단화하려는 모든 시도를 금지한다.
부정결한 생각은 타자를 인격이 아닌 '대상'으로 치환하는 인지적 왜곡이다. 르네 지라르(René Girard, 1923-2015)가 '모방욕망' 이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은 흔히 타인의 것을 모방하며 그 대상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결핍을 채우려 한다. 그러나 제72문이 금지하는 '음욕 섞인 시선'은 관계의 신비로움을 파괴하고 상대를 나의 욕망을 투사하는 스크린으로 전락시킨다. 이는 마태복음 5:28절이 경고하듯 물리적 접촉 이전에 이미 영혼의 살인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마음의 정원에서 잡초처럼 자라나는 부적절한 생각들을 방치할 때,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존엄성을 갉아먹는 포식자가 된다.

제72문의 금지는 더욱 구체적인 사회적 함의를 갖는다. 에베소서 5:4절이 언급하는 "누추함과 어리석은 말이나 희롱의 말"은 공동체의 신뢰를 부식시키는 독소이다. 언어적 성희롱이나 타인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농담들은 공동체의 심리적 안전망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며, 우리가 내뱉는 말은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정결하지 못한 언어는 타인과의 거리를 무례하게 침범하며, 인격적 환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수치심과 경계심을 심는다. 언어의 품격은 곧 그 집단이나 공동체의 문화적 자본이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이다.
행동의 부정결은 결국 삶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결과로 나타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정결(Chastity)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도 관련이 있다. 한 개인의 정서적, 육체적 에너지가 무질서한 탐닉으로 분산될 때, 그가 맺어야 할 본연의 관계와 과업은 필연적으로 훼손된다.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간음과 음란"(마 15:19)이라는 선언은, 우리의 외부 행동이 '내면'이라는 설계도에 따라 지어진 건축물임을 상기시킨다.
부적절한 행동은 단발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고, 그가 속한 가정과 일터, 그리고 사회적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자산을 단숨에 파산시킨다. 따라서 제72문의 금지는 우리를 억압하려는 사슬이 아니라, 우리의 에너지가 사랑과 창조라는 본연의 목적을 향해 흐르도록 돕는 안전한 둑이라 할 수 있다.
제72문이 금지하는 것은 단순히 '성적인 죄'가 아니라 '인간을 도구로 삼는 모든 방식'이다. 우리는 타인의 눈동자 속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타인을 빛나게 하는 조명이 되고 있는가, 아니면 그를 나의 욕망 아래 가두는 그림자가 되고 있는가.
현대의 에로스가 방향을 잃고 방황할 때, 소요리문답은 우리에게 '정결'이라는 고결한 나침반을 제시한다. 금지된 영역을 넘보지 않는 절제가 오히려 진정한 자유를 선사하며, 그 경계선 안에서만 인간은 비로소 온전한 인격적 연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마음의 울타리를 견고히 세우는 일, 그것이 이 무질서한 시대에 우리가 회복해야 할 최고의 덕목일 것이다.
허동보 목사 | 수현교회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AI시대, 히브리어로 답하다』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