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할 수 있어요”
작업실에서 불쑥 나오자마자 맥락 없이 한마디 던진 이는 순수청년 유영철화가입니다. 30대인 유작가는 10년간 그린 100여 점의 작품으로 2024년 고양어울림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지난해는 경기도 장애인 미술공모전에 출품한 ‘김장’으로 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습니다.
김장하는 풍경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독특한 구도와 색채가 너무나 특별해 대상으로 낙점했다는 심사평을 받은 그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데요.
직업 재활을 위해 시작한 초상화 그리기가 어느 순간 자신의 작품세계로 빠져들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자폐, 지적장애아들의 생활공동체인 사랑의 동산에 점심 한 끼 봉사하러 갔다가 마무리로 유작가의 작업실에 들러 그림을 보고 있는데 그가 여럿이 하는 감탄의 말 중, 어떤 말에 답하고 싶었던 건지 다짐하듯이 한말입니다.
저는 그 말을 이틀째 담아두고 있는데요.
그날 봉사시간에 늦어, 가지고 가겠다던 물품을 마트에서 서둘러 구입하여 출발했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오는 길이면 우유하나 사 오라는 다른 봉사자의 말입니다. 순간 다시 돌아가서 사려면 15분은 더 걸릴 텐데 ‘안 그래도 늦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자 머뭇거렸지요.
그 마음을 어찌 이해했는지 모르겠으나 그는 편의점에 들러서 저렴한 거 하나 사 오라합니다. 편의점은 사랑의 동산으로 가는 길에 어렵지 않게 주차하고 살 수 있기 때문에 가벼워진 마음으로 알겠노라 답했지요.
유작가의 ‘나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을 듣자 몇 시간 전에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주저하던 제 마음이 그 말에 겹쳐졌습니다.
편의점이 멀기도 하지만 평소 마트 또는 인터넷으로 장을 보는 편이라 편의점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할 수 없다’를 전제로 생각하기보다 우선 ‘할 수 있다’를 딛고 방법을 찾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자 은퇴 후 생활반경이 좁고, 단순해지니 생각의 폭도 좁아지는 게 아닌지, 생각을 열어둔다는 것에 대해 골똘해지는 시간이었는데요.
나만의 일상의 루틴을 만드는 것은 시간 관리와 에너지 분배에 도움이 되는 터라 은퇴 후 나만의 하루 루틴, 운동 루틴을 만들려 애쓰기도 했는데 효율성이라 이름 붙이고 자유로울 수 있는 일상을 적정한 시간에 가둬두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에 미치자 이 또한 조금은 내려놓고 싶어 집니다.
열린 마음, 열린 생각이 좀 더 깃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더디지만 매일 화폭에 담아가는 유작가의 세계를 떠받치고 있는 마음을 엿본것 같아 그의 그림앞에서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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