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라는 가면 뒤에 숨은 리더십의 실종
리더의 자리는 책임의 무게를 견디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어떤 리더는 그 무게를 피하기 위해 '불행'이라는 가면을 씁니다. "세상이 나를 돕지 않는다", "동료들이 내 마음을 몰라준다"며 모든 불운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는 순간, 리더로서의 자질은 소멸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은 잘하고 싶지만 환경 탓에 안 된다는 말은, 사실상 자신의 무능력을 타인에게 전가하는 가장 세련된 변명에 불과합니다.
동료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특권 의식
이러한 리더의 곁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말할 수 없는 피로감을 느낍니다. 자신이 '가장 불행한 존재'이기에 무조건적인 위로와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리더의 태도는 조직 내의 정서적 균형을 무너뜨립니다. 타인의 호의는 당연한 의무로 여기면서 본인의 작은 배려는 '특별한 은혜'로 생색내는 이중 잣대는 동료들의 헌신을 비웃음거리로 만듭니다.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는 자기 인식은 역설적으로 타인을 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로 작동하며 조직을 병들게 합니다.

'남 탓'이라는 도피가 낳은 고립된 섬
제3자의 시선에서 이런 리더십은 투명하게 보입니다. 본인은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비난의 화살을 밖으로 돌리지만, 그 화살이 닿는 곳은 결국 함께 배를 저어야 할 동료들의 마음입니다. 리더가 "왜 나만 힘들지?"라고 탄식할 때, 정작 조직원들은 "저 리더 때문에 우리가 힘들다"고 절규합니다. 감정을 '조절'의 대상이 아닌 '무기'로 사용하는 리더십은 결코 지속될 수 없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비난할 대상을 찾는 데 에너지를 쏟는 리더 곁에는 결국 무기력한 추종자나 침묵하는 방관자만 남게 됩니다.

불행의 화살표를 나에게로 돌리는 용기
성숙한 리더는 고통의 순간에도 "이 상황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질문합니다. 환경 탓을 멈추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내적 통제' 능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세상이 나를 외면한다는 비관론은 사실 본인이 세상을 외면하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릅니다. 타인의 친절을 당연하게 여기는 오만함을 버리고, 내가 먼저 세상에 어떤 손길을 내밀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리더가 인생의 핸들을 다시 잡고 자신의 책임을 기꺼이 껴안을 때, 비로소 조직원들도 리더를 신뢰하며 함께 노를 저을 준비를 합니다.

리더의 품격은 책임의 크기에서 나온다
남의 탓을 하면 당장의 자존감은 지킬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조수석에서 운전자만 비난하는 사람은 결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리더의 품격은 자신의 불행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행을 뚫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책임감에서 나옵니다. 주변의 호의에 깊이 감사하고 자신의 몫을 다하는 리더를 볼 때 동료들은 비로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느낍니다. 당신의 화살표는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그 화살표 끝에 타인이 있다면, 지금 즉시 나 자신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때입니다.

백 서 현
커리어리드업 대표
일터의 숨은 감정 결을 읽어내어 소통의 언어로 복원하는 ‘사람 해석가’로 활동 중이다. 현대인의 만성 피로와 관계의 긴장을 예리하게 통찰하는 글과 강연을 통해 수많은 이들에게 정서적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KCS NEWS 전문 칼럼니스트로서 독자들이 내면의 힘을 회복하고 나답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깊이 있는 관점을 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