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최대의 종교 행사인 성지순례 '하지(Hajj)'를 앞두고 보건당국이 중동 지역 방문객을 대상으로 강력한 감염병 주의보를 발령했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5월 25일부터 30일경까지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 성지순례 시기에 맞춰,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과 수막구균 감염증에 대한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매년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수백만 명의 인파가 모이는 하지는 대규모 군중 모임의 특성상 감염병 전파 위험이 매우 높다. 특히 메르스는 2018년 이후 국내 유입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에서는 여전히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2025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7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등 산발적인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현지에서 메르스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낙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할 것을 강조했다. 낙타 타기 체험이나 생낙타유 섭취, 익히지 않은 낙타고기 시식 등은 감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또한, 진료 목적이 아닌 현지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고 사람이 밀집한 장소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치명적인 급성 질환인 수막구균 감염증에 대한 대비도 필수적이다. 작년 사우디 성지순례와 관련해 17건의 침습성 수막구균 사례가 보고된 만큼, 방문객들은 출국 최소 10일 전까지 반드시 백신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수막구균은 호흡기 비말을 통해 전파되며 발병 24시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만큼 진행이 빠르다.
질병관리청은 입국 검역 체계도 강화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13개국을 경유하거나 체류한 입국자는 반드시 QCODE(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를 통해 건강 상태를 신고해야 한다. 만약 귀국 후 14일 이내에 발열, 기침, 숨가쁨 등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전 반드시 질병관리청 콜센터(1339)에 신고하여 안내를 받아야 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대규모 인파가 집결하는 성지순례 특성을 고려할 때 개인 위생수칙 준수와 백신 접종 등 사전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귀국 후 증상 발생 시 신속한 신고가 지역사회 확산을 막는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보건당국은 한국이슬람교중앙회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하여 다국어 안내문을 배포하고, 의료기관의 DURITS(해외여행력 정보제공 시스템)를 통해 의심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는 등 빈틈없는 감시 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해외 여행이 일상화된 시대에 감염병 예방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의무다. 중동 방문 예정자는 보건당국의 권고안을 숙지하고 현지에서 위생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귀국 후 증상 모니터링을 통해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