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 "시정명령 한 장"이 바꾼 계약의 운명
부동산 분양시장에서 수분양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것입니다. "시행사가 법을 어겼을 때, 나는 계약을 해제하고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가?"
2025년 12월 24일 대법원은 이 물음에 매우 의미 있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대법원 제2부는 2025다215248 판결에서, 대구 소재 건물의 분양계약과 관련하여 매도인이 관할 구청으로부터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하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수분양자가 그 분양계약에 정해진 약정해제사유를 근거로 계약을 해제하고 분양대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를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습니다. 즉, 시정명령 수령이 약정해제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더욱 면밀히 심리하라는 취지입니다. 이 판결은 분양계약 수분양자들의 권리 행사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무법인 휘명 박휘영 대표변호사
2. 사건의 배경 — 분양광고에 누락된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
이 사건의 원고들은 매도인인 주식회사 D, 위탁자인 주식회사 E와 사이에 해당 건물 각 1개 호실에 관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계약 당시 분양금액은 호실별로 약 3억 5천만 원 수준이었고, 원고들은 피고 D, E에게 계약금을 지급하고 이후 피고 조합들로부터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납부하였습니다.
문제는 2024년 3월에 불거졌습니다. 피고 D는 대구광역시 남구청장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이유의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 건물과 관련하여 분양 광고에 건축물분양법 제6조 제2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5호의3 가목에 따른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구단위계획의 수립여부' 사항을 포함하지 아니하였음"
쉽게 말해, 분양 광고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법정 필수 기재사항 —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 — 을 누락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원고들은 2024년 4월 11일, 피고 D와 E에게 "이 사건 시정명령 수령이 분양계약 해제조항에서 정한 약정해제사유에 해당하므로, 분양계약을 해제한다"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발송하였습니다.
해제조항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분양계약 제2조 제4항 제5호, 즉 **"매수인은 매도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매도인 및 시공사가 계약의 중요한 사항을 위반하거나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제10조에 따라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제12조에 따른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은 경우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3. 원심의 판단 — "약정해제는 인정, 그러나 의사표시 방법 문제"
원심(부산고등법원 2025나20504 판결)은 피고 D가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였습니다. 즉 약정해제사유의 발생 자체는 긍정한 셈입니다.
그러나 원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원고들이 계약 해제 의사표시를 하기 위해 피고 F(조합)의 동의 또는 관여가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즉, 원고들이 피고 D, E에게만 해제 통보를 한 것으로는 계약 해제의 효력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한 원심은, 분양계약상 해제 의사표시의 상대방 요건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이 유효하게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 "의사표시의 해석, 더 면밀히 심리하라"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계약 해제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계약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그 서면에 사용된 문언에 의하여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다14452 등 판결 인용), 이때 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 계약의 목적, 경위, 거래관행, 당사자의 지식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 분양계약의 해제조항을 다시 살펴보면서, 대법원은 다음 두 가지를 지적하였습니다.
첫째, 이 사건 분양계약은 건축물분양법 제4조 및 동법 신탁 관련 규정에 따라 분양사업자가 분양 대상 건물에 관한 신탁을 설정하는 구조에서 체결된 것으로서,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해제사유로 삼은 것은 분양계약 특유의 법적 구조를 반영한 것입니다. 해제권 행사의 전제조건이나 반대급부에 관한 부수조건 등의 해석이 원심과 달리 이루어져야 할 여지가 있습니다.
둘째, 이 사건 분양계약에는 위탁자(피고 E)가 건축물분양법상 시정명령을 받는 경우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고, 이러한 해제조항의 해석상 계약 해제의 의사표시의 상대방 및 절차에 관하여 원심이 판단한 것과 달리 이를 판단하여야 할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원심이 해제 의사표시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분양계약 해제조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것입니다.
5. 실무적 시사점
이 판결은 분양계약 수분양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중요한 실무적 시사점을 줍니다.
① 분양광고의 법정 기재사항 누락 → 시정명령 → 계약 해제 경로 확인
건축물분양법 시행령 제8조 제1항은 분양광고에 포함해야 할 법정 필수 기재사항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이를 누락하면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상당수의 분양계약에는 이 판결의 해제조항처럼 "시정명령 수령"을 약정해제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로를 통한 분양계약 해제 및 분양대금 반환 청구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그 가능성이 한층 더 명확해졌습니다.
② 해제 의사표시의 상대방 문제는 계약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판단
원심은 조합(금융기관) 동의 없이는 해제가 불가하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이를 더 면밀히 살펴보라고 했습니다. 수분양자로서는 해제 통보 시 분양계약 당사자 전원에게 해제 의사표시를 도달시키는 것이 안전합니다. 실무적으로는 매도인, 시행사, 신탁사 모두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이 추후 분쟁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③ 건축물분양법 시행령 개정 동향과의 연결 고리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문제 삼은 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5호의3은 최근 개정 논의가 활발한 조항입니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필수 기재사항의 범위가 변동되면, 이에 수반하는 시정명령 대상 행위도 달라지게 됩니다. 분양시장의 참여자들은 건축물분양법 시행령의 개정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습니다.
④ 대법원 2025다215248과 기존 판례의 연속선
이 판결은 기존 건축물분양법 관련 판례의 흐름 위에 서 있습니다. 특히 법정해제권과 약정해제권의 경합, 신탁구조 하에서의 책임 주체 문제, 시정명령의 법적 성격 등은 이미 여러 하급심에서 치열하게 다투어진 쟁점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환송심에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낼지 주목됩니다.
6. 마치며
"작은 광고 항목 하나의 누락"이 수억 원 규모의 분양계약 해제와 분양대금 반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이번 대법원 2025다215248 판결이 보여주는 핵심입니다.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 수분양자들은 단순히 분양가격과 입지 조건만 살필 것이 아니라, 분양광고가 법이 요구하는 모든 기재사항을 포함하고 있는지, 계약서의 해제조항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시행사가 행정제재를 받은 경우, 그것이 계약 해제권 행사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분양계약 수분양자들의 권리는 법이 보호합니다. 그 권리는 정확한 법률 지식과 신속한 행동으로 지킬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