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CNN
독일 전 총리인 앙헬라 메르켈이 16년 간 총리로 있는 이야기로 책을 썼다. 그리고 CNN 기자 크리스틴 아만푸(Christiane Amanpour)는 메르켈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트럼프가 처음 당선되었을 때 메르켈이 유일하게 조건적으로 당선을 환영했다고 한다. 내건 조건은 트럼프가 다양성, 자유, 인권 등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원칙을 지킬 때라고 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졌지만, 특히 혼자 장을 보는 기사로 한 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국의 총리가 평범한 주부처럼 장을 본다는 것에 많은 한국인이 놀랐다.
그러나 그런 한국인의 태도에 필자는 오히려 놀랐다. 선진국일수록 총리든 대통령이든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은 하나의 직업인이기 이전에 그 나라의 국민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 나라의 국민이기에 자신의 언어를 사랑하고 문화를 사랑한다. 그리고 자기가 사랑하는 나라를 대표한다는 책임감도 강하다. 그래서 말과 행동에 조심한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이 개인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속한 나라를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가진 이를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뽑는 것이 선진국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메르켈 총리가 평범하게 장을 보고, 경호원 둘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출근했는지 저 인터뷰를 보면서 조금 더 이해가 갔다. 그녀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기독사회당이라는 보수적인 정당의 대표이다.
그녀는 다른 직업을 가졌다가 어느 날 반짝 나타나 총리가 된 사람이 아니다. 직업 정치인으로 처음 정치를 시작한 것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생긴 ‘Demokratischer Aufbruch’ 당 대변인이었다. 1990년 국회의원이 된 후 한국의 여성가족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부서의 장관에 이어 환경부 장관을 했다. 그리고 기독민주당의 당직을 맡으며 차근차근 올라가 당대표까지 되었다.
개인적으로 한국과 선진국 정치인 차이를 특권 의식 유무로 본다. 한국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국민이라는 생각보다 ‘수장’ ‘우두머리’라는 생각이 강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일제강점기부터 내려온 것인지 조선시대부터인지 몰라도 완장을 채워주면 그 자리에 집착하고 할 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같다.
이런 특권 의식은 대통령뿐 아니라 거의 모든 고위 공무원이나 정당의 대표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어떤 국무총리는 기차 타는 곳까지 승용차를 몰고 갔었다. 또 어떤 정당 대표는 보좌관에게 묻지도 않고 여행 가방을 줘 버린다든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많이 한다.
하지만 메르켈 전 총리는 직업인으로 자기 일을 수행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를 좋아하는 트럼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견에 따라 움직이는 사회이지, 한 명이 좌지우지하는 사회가 아니다.
민주주의 기본을 잘 이해하기에 그녀는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특별한 대접을 원하지 않았다. 한국 정치인도 선거철만 되면 시장으로 몰려 가 사진 찍는 행위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동네 가게든 시장이든 상관없으니, 선거 때만이 아닌 일상에서 늘 장을 보는 사람이 정치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몇억도 돈이 아닌 사람에게 백 원이 우습겠지만, 우리 세대 어머니들은 콩나물 한단 500원을 깎기 위해 기를 쓰던 사람들이다. 그런 마음을 모르는 사람이 선출직 공무원이 된다는 게 가끔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리고 메르켈이 말한 것처럼 사람은 그 자리에 맞는 가치관을 따르고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기본 가치인 다양성 언론의 자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민주주의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에 있어서는 곤란하다. 민주주의에서는 평등을 이야기한다. 나와 너는 다른 사람이지만, 기본적으로 하나의 표를 가진 동등한 존재이다.
선출된 이는 이런 동등한 존재의 다수 지지를 받은 사람이다.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이지만, 민주주의라는 하나의 큰 틀 안에 모여 있는 사람이다. 다양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지만 인권도 존재한다. 인간을 인간으로 존경하지 못하는 사람이 내는 의견은 누군가를 상처줄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할 생각이 없는 사람도 민주주의에 어울리지 않는다. 내 생각만큼 다른 사람의 생각도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민주주의뿐 아니라 조선의 뛰어난 학자들도 그러했다. 나이를 넘어서 학문과 문화를 공유하며 우정을 맺은 이야기는 많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박지원, 박제가, 유득공 등은 원각사지 탑 이름을 따서 백탑파라고 부르며 학문적 교류를 했다. 연암 박지원 1737년생, 이덕무 1741년생, 유득공 1748년생, 서이수 1747년생, 박제가 1750년생으로 나이가 다양했다. 그러나 그들은 실학이라는 큰 틀에서 학문적 교류를 했다.
작금의 나이 따지기 상황을 보면, 과거 왕정인 조선시대보다 더 민주적이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 민주주의는 사람이 위아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평등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한 기본 상식이 있기에 메르켈 전 총리는 실력으로 자신이 할 일을 하며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총리를 떠난 후에도 그녀 자체 실력 인격 등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은 것은 본인의 노력 결과물일 것이다.
떠난 후 정치계를 배회하는 은퇴 정치인들이 있다. 그런 인물을 볼 때마다 자신의 자리가 그리운 건지 그때 누렸던 특권이 그리웠던 건지 무엇에 미련이 남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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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모르는 고위 공무원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7366
국무총리로 승용차로 기차 타는 곳까지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736012.html
보지 않고 가방을 준 국회의원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103128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