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디시즘 철학 동화 - 8. 왜 우리는 계속 잊어버릴까
분명히 느꼈던 날이 있었다.
그날은 조금 달랐다.
말을 조심했고,
사람을 더 이해하려 했고,
작은 것에도 감사했다.
“이제는 다르게 살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자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짜증은 다시 올라왔고,
말은 다시 거칠어졌고,
마음은 다시 바빠졌다.
깨달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우리는 다시 돌아갈까.
깨달음은 왜 오래 머물지 않는가
지훈이는 어제 울었다.
친구에게 심하게 말한 뒤였다.
집에 돌아와 혼자 앉아 있다가
그 말이 계속 떠올랐다.
“왜 그렇게 말했을까….”
지훈이는 처음으로
자신의 말이 누군가를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걸
깊이 느꼈다.
“내일은 꼭 사과해야지.”
그날 밤,
그 마음은 진짜였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학교에 가는 길에
그 마음은 조금 흐려졌다.
교실에 들어가고,
친구들이 떠들고,
수업이 시작되자
그 감정은
조용히 뒤로 밀려났다.
그리고 점심시간,
지훈이는
또 같은 말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날 오후였다.
지훈이는 운동장 한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또 잊어버렸구나.”
지훈이는 고개를 들었다.
아무도 없었다.
“어제는 그렇게 느꼈으면서.”
지훈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쉽게 잊어버릴까….”
잠시 후,
그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익숙해지기 때문이야.”
바람이 천천히 불었다.
“사람은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면
더 이상 느끼지 못하게 돼.”
지훈이는 생각했다.
매일 보는 교실,
매일 보는 친구들,
매일 하는 말들.
그래서
그 소중함도,
그 조심해야 할 마음도
점점 희미해졌던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지훈이가 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목소리가 대답했다.
“다시 느끼면 돼.”
“다시?”
“응.
한 번 느끼는 걸로는 부족해.”
낙엽 하나가
지훈이 발 앞에 떨어졌다.
“사람은 잊는 존재야.
그래서 반복해서
다시 느껴야 해.”
지훈이는 그 말을
천천히 되뇌었다.
다시 느낀다는 것.
그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아주 작은 순간에서 시작될 수도 있었다.
말하기 전에 한 번 멈추는 것,
눈을 한 번 더 바라보는 것,
마음을 한 번 더 떠올리는 것.
그래서 우리는 매일 다시 살아야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훈이는 걸음을 조금 늦췄다.
오늘 하루를 떠올렸다.
그리고
어제의 마음을
조금 다시 꺼내 보았다.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아주 조금은 느껴졌다.
지훈이는 조용히 말했다.
“다시 해보자.”
우리는 완벽하게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깨닫고,
잊고,
다시 깨닫는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다시 느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