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원 영통 ‘지혜의 숲’ 윤지혜 원장 |
경기도 수원 영통. 수많은 학원들 사이에서 조금은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공간이 있다. ‘지혜의 숲 영통센터’는 글쓰기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곳이다. 기자는 ‘글쓰기’가 아닌 ‘사유’를 중심으로 한다는 이곳의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 ▲ 사진 = 지혜의 숲 영통센터 |
교실 안에는 조용한 긴장감 대신, 아이들의 생각이 오가는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는 발표를 하고, 누군가는 질문을 던지며, 또 다른 아이는 그 생각을 글로 옮기고 있었다. 윤지혜 원장은 이곳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곳은 아이들이 글을 쓰는 공간이고, 저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지혜의 숲은 일반적인 논술 학원과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정답을 찾는 글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만들어가는 글’을 지향한다.
6세부터 고등까지 ‘감각적 에세이 → 창의적 에세이 → 통합적 에세이 → 철학적 에세이’로 이어지는 단계별 커리큘럼을 통해, 아이들의 사고를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사진 = 지혜의 숲 영통센터 |
모든 수업은 크게 발표, 사유, 에세이 세 단계로 이루어져있다.
아이들은 먼저 자신의 생각을 말로 꺼내고, 그 과정에서 질문을 확장한다. 이후 그 생각을 글로 정리하며 하나의 ‘에세이’를 완성한다. “생각하지 않고 쓰는 글은 오래 가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먼저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연령에 따라 교육 방식도 세밀하게 나뉜다. 저학년은 ‘관찰’을 중심으로 감각을 깨우고, 중학년은 다양한 예술적 요소를 통해 사고를 확장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고전과 역사, 철학을 통해 보다 깊은 사유로 나아간다.
![]() ▲ 사진 = 지혜의 숲 영통센터 |
윤 원장이 이 일을 계속하게 된 계기는 한 아이였다. 처음 만났을 당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또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던 학생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가 쓴 글 한 편이 마음을 움직였다. “그 아이가 ‘나는 사실 억지로 이런 행동을 한다’는 식의 글을 썼는데, 그걸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행동 뒤에 숨겨진 아이의 내면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아이들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경험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아이의 내면을 발견하는 과정’으로서의 글쓰기 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 ▲ 사진 = 지혜의 숲 영통센터 |
지혜의 숲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질문’이다.
윤 원장은 현재 교육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질문하는 힘’을 꼽는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지만, 결국 중요한 건 어떤 질문을 하느냐입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단순한 정보 습득은 의미가 줄어든다.
대신 스스로 사고하고 해석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저희는 글을 잘 쓰는 아이보다, 생각하는 아이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 ▲ 사진 = 지혜의 숲 영통센터 |
최근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도서『미래를 먼저 경험했습니다』를 읽고 쓴 한 학생의 독후감을 꼽았다. 그녀는 복잡한 사회 이슈를 외교적 성과를 넘어 우리 곁의 이웃 이야기로 풀어낸 아이의 시선에서 성숙한 인문학적 소양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는 아이들의 성장은 단순한 학습 성과 이상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 ▲ 사진 = 지혜의 숲 영통센터 |
지혜의 숲에는 6세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찾아준다. 다양한 연령대의 수업은 수업의 밀도, 집중도, 운영 방식 모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커리큘럼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지만 아이 한 명 한 명이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이 더 큽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한 학부모의 말이었다. 수업이 쉽지 않았던 아이를 두고,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아이가 언젠가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는 말은, 교육자로서의 책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순간이었다.
![]() ▲ 사진 = 지혜의 숲 영통센터 |
앞으로의 방향 역시 분명하다. 글을 ‘학습 결과’가 아닌 ‘삶의 기록’으로 남기는 것. 윤 원장은 아이들이 쓴 글을 단순한 과제가 아닌 ‘성장 포트폴리오’로 남기고자 한다. “아이들이 써온 글은 결국 그 아이의 삶이 담긴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입시를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하나의 ‘나침반’이 된다.
![]() ▲ 사진 = 지혜의 숲 영통센터 |
윤 원장은 현재 사교육 시장에 대한 고민도 솔직하게 전했다. “사교육은 점점 과열되고 있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AI의 발전은 글쓰기 교육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AI가 글을 너무 잘 씁니다. 그래서 더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위기가 아닌 방향의 전환으로 본다. AI를 도구로 활용하되, 그 결과를 해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학부모들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아이의 점수보다, 이 아이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 봐주셨으면 합니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 질문에 귀 기울이는 것이 교육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지식이 많은 아이보다, 자기만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아이가 더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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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답을 찾는 시대다.
하지만 지혜의숲은 그 흐름 속에서 또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답을 서두르기보다, 질문을 충분히 마주하게 하고 그 질문을 아이 스스로 문장으로 완성해 나가도록 돕는다.
그 느린 과정 속에서 쌓이는 ‘생각의 힘’.
그 힘이 아이들의 삶에 어떤 방향을 만들어낼지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