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성진용 건축사]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제도 개선안을 두고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핵심은 사업계획승인을 위한 토지 확보 기준을 기존 95%에서 80%로 완화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지켜본 건축사의 시각에서 볼 때, 이번 개편의 본질은 단순한 규제 완화가 아니다. 정부가 지주택 사업의 가장 큰 적이 ‘시간’이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 지주택 사업의 핵심 변수, ‘토지’ 아닌 ‘시간’
지역주택조합은 본래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돕고 합리적인 분양가를 지향하는 선의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토지 확보 지연과 조합 내 갈등, 공사비 증액 등으로 인해 ‘원수에게 권하는 사업’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주택조합 사업은 토지가 아니라 시간이 곧 돈이다. 3년 예상 사업이 10년으로 늘어지는 순간, 금융비용·자재비·인건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조합원들이 묻는 ‘분담금 상승 이유’의 80% 이상은 결국 사업 지연에 따른 시간 비용이다. 공사가 멈춘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며 돈이 새고 있는 셈이다.
■ 토지 기준 80% 완화, ‘시간 비용’ 절감 위한 승부수
이번 제도 개선의 백미인 ‘토지 확보 기준 80% 완화’는 사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획기적인 조치다. 기존 95% 기준 체제에서는 단 5%의 토지주가 이른바 ‘알박기’를 통해 전체 사업을 멈춰 세울 수 있었다. 나머지 95%의 조합원이 소수의 욕심 때문에 기약 없는 기다림과 비용 상승을 감수해야 했던 구조다.
이번 기준 완화는 특정인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전체 사업의 속도를 높여 다수 조합원의 금융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간 비용 절감 장치’로 해석해야 한다. 속도가 곧 사업성인 지주택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윤활유가 마련된 셈이다.
■ “투명성은 속도의 엔진”… 불신 제거가 지속성 담보
하지만 속도만큼 중요한 것이 ‘투명성’이다. 정부가 자금 사용 내역 공개, 회계감사 강화, 온라인 총회 및 공사비 외부 검증을 함께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주택 사업의 두 번째 적은 ‘불신’이기 때문이다.
돈의 쓰임새가 불투명하고 의사 결정 과정이 ‘깜깜이’로 진행되면 조합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진다. 정보 공개가 투명할수록 조합원의 신뢰가 두터워지고, 이는 곧 신속한 의사 결정으로 이어져 사업 속도를 더욱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즉, 속도는 사업성을 만들고 투명성은 사업의 지속성을 만든다.
■ 성공하는 조합의 공식: 시간표를 관리하라
성공한 조합들은 공통적으로 토지 확보가 빠르고 정보 공개가 투명하며 전문 인력이 적기에 참여한다. 반면 실패한 곳은 갈등을 방치하고 정보를 감추며 시간을 끈다. 1년 지연은 분담금 상승을, 3년 지연은 사업의 존폐를 결정짓는다.
결국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단순히 집을 짓는 공사가 아니라, 치밀하게 ‘시간을 관리하는 사업’이다. 토지는 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지만, 한 번 잃어버린 시간은 그 어떤 비용으로도 보전할 수 없다. 이번 제도 개선을 기점으로 조합들이 명심해야 할 원칙은 명확하다. 주택조합 사업의 성패는 땅값이 아니라 얼마나 정교하게 ‘시간표’를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성진용 건축사·교수
토지·건축물 건강검진센터 대표
주식회사 화신 대표
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매경부동산센터 대표교수
https://blog.naver.com/yto62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