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방식이 또 한 번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검색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직접 여행 일정을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플랫폼과 인공지능이 여행을 대신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경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많이 아는 것’보다 ‘잘 고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큐레이션 경제란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개인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선택을 선별해 제공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여행 분야에서는 항공권, 숙소, 맛집, 체험 프로그램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추천이 이루어진다. 사용자는 복잡한 검색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자신에게 맞는 여행을 손쉽게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Airbnb, Tripadvisor 같은 플랫폼과 AI 기술이 있다. 이들은 이용자의 검색 기록, 예약 패턴, 선호 지역 등을 분석해 개인화된 여행 콘텐츠를 제안한다. 최근에는 일정 전체를 자동으로 구성해주는 ‘AI 여행 플래너’ 서비스도 등장하며 여행 준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현우(36세)는 최근 일본 여행을 준비하면서 AI 추천 서비스를 활용했다. 그는 “예전에는 블로그와 후기들을 일일이 비교하며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에는 추천 기능을 활용하니 시간도 줄고 만족도도 높았다”며 “내 취향에 맞는 일정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검색 중심 여행’에서 ‘추천 중심 여행’으로 이동하는 배경에는 ‘선택 피로’가 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전문가나 플랫폼의 추천을 신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알고리즘 기반 추천에 익숙해 이러한 변화에 더욱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여행업계 역시 큐레이션 기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한 예약 서비스를 넘어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재구성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부 기업은 여행자의 감정 상태나 목적까지 분석해 추천하는 ‘감성 기반 큐레이션’ 기술도 도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큐레이션 경제가 여행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정보의 양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정확하게 추천하느냐’가 핵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데이터와 경험 설계 능력의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관광산업 전문가는 “여행은 더 이상 소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라, 플랫폼과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큐레이션은 여행의 효율성과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큐레이션 경제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추천 알고리즘이 특정 패턴에 편향될 가능성, 예상치 못한 경험의 감소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많은 여행자들은 ‘시간을 절약하고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행의 기준은 ‘얼마나 많이 찾았는가’에서 ‘얼마나 잘 선택했는가’로 바뀌고 있다. 검색의 시대를 지나 추천의 시대로 넘어가는 지금, 여행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정교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큐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소비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