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본시장이 유례없는 격변의 시기에 직면했다. 국내 증시의 운영 시간을 기존의 두 배에 달하는 12시간으로 확대하려는 한국거래소(KRX)의 움직임에 개인투자자들이 거세게 저항하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거래 시간의 문제를 넘어, 자본력과 정보력을 앞세운 외국인·기관 투자자와의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공포에서 기인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는 최근 거래소를 상대로 시장 연장 조치에 반대하는 공식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4페이지 분량의 답변서를 통해 입장을 피력했다. 거래소의 핵심 논지는 '글로벌 유동성 방어'다.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 등 세계적인 거래소들이 연내 24시간 거래 시스템 구축을 공식화하며 아시아 시장의 자금을 흡수하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낸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까지 한국 증시 관련 상품의 24시간 거래를 개시한 상황에서, 국내 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거래 시간 연장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시장의 주인공인 개인투자자들의 시각은 차갑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미국은 광활한 영토와 시차라는 명분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며 "정보력과 시스템이 부족한 개미들에게 밤낮없는 투표를 강요하는 것은 결국 외국인들이 수익을 독식하는 구조를 고착화할 뿐"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기관이나 외국인은 야간 교대 근무와 고도화된 알고리즘 매매로 대응할 수 있지만, 생업이 있는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는 실시간 대응이 불가능해 시장 변동성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측은 투자 결정은 개인의 책임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으나, 노동계와 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 직원들의 노동 강도 강화와 야간 거래에 따른 시스템 오류 가능성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한투연은 서울 여의도 거래소 앞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국회 국민동의 청원 역시 9천 명을 돌파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당초 지난해 말 시행을 목표로 했던 이번 계획은 이미 여러 차례 연기된 바 있다. 현재 거래소는 오는 9월 14일 프리·애프터마켓 시행을 위한 모의시장 운영에 들어갔다. 자본시장의 선진화라는 명분과 투자자 보호라는 실질적 가치가 충돌하는 가운데, 정부와 거래소가 어떤 절충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주식시장 거래 시간 연장은 글로벌 금융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일 수 있으나, 그 과정에서 시장의 근간인 개인투자자들의 권익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환경 조성이 선행되지 않은 시간 연장은 자칫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