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지식산업센터, 오피스텔을 분양받아 대금을 완납했는데, 입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처음에는 시행사나 시공사에 보수를 요청합니다. 한 번 고치면 괜찮아지겠지 싶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자리, 혹은 다른 자리에서 다시 누수가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이 수년간 반복된다면, 수분양자는 그 건물에 계속 투자를 유지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일정한 요건을 갖출 경우 분양계약을 해제하고 납부한 분양대금 전액을 이자까지 포함하여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고등법원 판결(2022나2049619, 2024. 8. 23. 선고)은 이를 정면으로 확인해 주었습니다.

법무법인 휘명 박휘영 대표변호사
1. 사안의 배경 — 3차 보수 후에도 멈추지 않은 누수
이 사건 원고는 서울 소재 근린생활시설 상가를 약 13억 9,000만 원에 분양받아 2020년 3월 잔금을 납부하고 입주했습니다. 그런데 입주 직후인 2020년 5월부터 천장과 주변 구조물에서 누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시행사 측은 2020년 5월, 2021년 2월, 2021년 7월 세 차례에 걸쳐 보수공사를 시행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 8월까지도 누수는 계속되었고, 법원 감정 결과 어느 한 부분을 고쳐도 다른 부분에서 새로운 누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전용면적 약 66㎡의 상가 전 구역이 영향을 받아 영업과 임대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2. 핵심 법리 — 두 가지 해제 경로
분양계약 분쟁에서 수분양자가 계약 해제를 주장할 때는 크게 두 가지 경로를 검토하게 됩니다.
① 약정 해제조항 — '분양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많은 분양계약서에는 '매도인의 귀책사유로 분양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수분양자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여기서 '계약목적 달성 불능'의 의미가 중요합니다.
이 사건 약정 해제조항은 입점 지연을 주된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건물이 준공되어 사용승인을 받았다면 '입점 가능한 기본 상태'는 갖추어진 것으로 보아, 이 특정 조항의 적용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판단이 '약정 해제조항은 절대로 쓸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분양계약서에 따라서는 하자로 인한 계약목적 달성 불능을 해제 사유로 명시한 경우도 있으며, 그 경우에는 약정 해제도 가능합니다. 계약서 문언을 꼼꼼히 분석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② 집합건물법 제9조 + 민법 제668조 — 법정 해제 경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9조 제1항은 구분건물을 분양한 자와 시공자에게 분양 계약에 관하여 민법상 도급인에 준하는 하자담보책임을 지우고 있습니다. 이 책임은 준공 후에도, 소유권이전 후에도 발생합니다.
이 중 민법 제668조는 하자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도급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 상가의 반복적·구조적 누수 하자가 바로 이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아 분양계약 해제를 인정하였습니다.
3. '계약목적 달성 불능' — 법원이 본 판단 기준
모든 누수가 계약 해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이 이 사건에서 해제를 인정한 데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바탕이 되었습니다.
| 판단 요소 | 이 사건의 사실관계 |
| 누수 기간 | 입주 직후(2020. 5.)부터 2022. 8.까지 약 2년 이상 지속 |
| 보수 횟수 | 3차례 보수공사에도 재발 |
| 하자 범위 | 전용면적 전 구역에 영향 |
| 감정 결과 | 어느 한 부분 보수 시 다른 부분 누수 발생 가능성 매우 높음 |
| 영업·임대 가능성 |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
핵심은 '보수 가능성'입니다. 하자가 존재하더라도 실질적인 보수가 가능하고 그 비용이 과다하지 않다면 법원은 손해배상이나 하자보수 청구를 우선 인정합니다. 반면 구조적 원인으로 인해 어느 한 부분을 고쳐도 다른 부분에서 반복적으로 하자가 재발하고, 이로 인해 건물을 본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계약 해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4. 분양대금 반환의 범위 — 납부일부터의 이자
계약 해제가 인정되면 수분양자는 납부한 분양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 사건 항소심은 단순히 원금을 반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납부일부터 기산한 연 6%의 이자를 함께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차이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지 보여드리겠습니다. 1심은 소장 송달 다음날(2021. 8. 7.)부터 이자를 기산했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계약금 납부일인 2018년 2월 8일부터 기산했습니다. 계약금만 하더라도 약 1억 3,900만 원에 대해 약 6년 6개월간 연 6% 이자가 발생하니, 이자 총액 차이만 수억 원에 이릅니다. 처음 청구를 설계할 때 이자 기산점을 어떻게 잡느냐가 최종 회수금액을 크게 좌우합니다.
5. 시공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집합건물법 제9조는 분양자뿐 아니라 시공자에게도 하자담보책임을 부과합니다. 따라서 하자보수나 손해배상 청구는 시공사에게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분양대금 반환을 직접 청구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법원은 민법 제668조의 계약 해제는 도급계약의 당사자 사이에서 그 계약을 해제하는 것인데, 시공사는 분양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시공사에 대해 분양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을 구하는 것은 법리상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분양대금 반환 청구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분양계약의 당사자인 시행사(또는 신탁사)가 됩니다.
6. 수분양자가 취해야 할 실무적 조치
이 판결을 바탕으로 반복적 누수 하자를 겪고 계신 수분양자께서는 다음 사항을 점검하시길 권합니다.
| 조치 사항 | 핵심 내용 |
| 하자 이력 기록 | 보수 요청 일자, 보수 공사 내역, 재발 현황을 문서·사진으로 기록 |
| 내용증명 발송 | 시행사·시공사에 하자 통보 및 보수 이행 촉구 — 책임 귀책 자료 확보 |
| 계약서 검토 | 약정 해제조항 문언이 하자를 포함하는지 확인 |
| 감정 전략 수립 | 반복성·확장 가능성이 감정 사항에 포함되도록 설계 |
| 이자 기산점 설계 | 각 납부일부터 법정이자 청구 — 원금 못지않은 금액 |
맺음말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수억 원의 대금을 납부했는데 건물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수분양자의 몫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법은 이런 상황에서 수분양자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박휘영 변호사는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로, 분양계약 분쟁·집합건물 관리·재건축·재개발·토지수용보상 등을 전문으로 하며, 현재 관련 분야에서 100건 이상의 집단·다수 소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