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박동명 법학박사는 한국공공정책신문 발행인이자 선진사회정책연구원장으로, 사회법과 공공정책의 관점에서 노동·복지·지방재정·사회적 약자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어 온 정책 전문가이다.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서울특별시 공익감사위원, 서울특별시교육청 청렴시민감사관, 강남구 결산검사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국회의정연수원과 지방자치인재개발원 등에서 지방의회 의정활동, 예산·결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조례입법, 주민참여제도, 인공지능 활용 의정혁신 등을 강의하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 신용거래융자와 이른바 ‘빚투’ 현상을 단순한 개인투자 문제로 보지 않고, 가계부채·청년불안·자산격차·금융문해력 부족이 결합된 공공정책의 과제로 진단한다. 특히 빚을 활용한 단기 투자 열풍이 청년과 서민의 삶을 흔들고, 금융시장 불안과 지역사회 복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과 지방정부, 지방의회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 증시가 다시 뜨겁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흐름을 보이고, 일부 보도에서는 코스피 6400선 돌파와 함께 레버리지성 투자자금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문제는 주가 상승 그 자체가 아니다. 주가 상승의 이면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이른바 ‘빚투’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026년 4월 17일 사상 처음 34조원을 넘어섰고, 4월 20일에는 34조2000억원대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물어야 한다. 지금의 증시 상승은 건강한 자본시장의 회복인가, 아니면 빚으로 떠받친 위험한 열기인가. 증권사들도 뒤늦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신용공여 한도 관리, 고위험 종목의 신규 신용거래 제한, 차액결제거래 제한 등의 조치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신용잔고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에야 한도를 조이고 거래를 제한하는 방식은 근본 대책이라기보다 과열 이후의 사후약방문에 가깝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자기 돈만으로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거래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72조는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가 증권과 관련하여 금전의 융자 또는 증권의 대여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신용을 공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신용거래융자는 법적으로 허용된 금융거래이지만, 그 본질은 명백히 ‘빚을 이용한 투자’이다.
상승장에서는 신용거래가 마치 수익을 키워 주는 지렛대처럼 보인다. 자기자본 1000만원으로 10% 수익을 얻는 것보다, 빚을 더해 2000만원을 투자하면 수익 규모가 커진다. 그러나 레버리지는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도 같은 방식으로 확대된다. 담보비율이 일정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투자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식을 강제로 처분할 수 있다. 이것이 반대매매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국내 증시 급등락 속에서 신용융자 반대매매 관련 분쟁 민원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며 투자자 유의사항을 안내한 바 있다.
반대매매의 위험은 단순히 한 개인의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여러 투자자가 동시에 담보 부족 상태에 빠지면 증권사는 기계적으로 매도 주문을 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주가는 더 떨어지고, 하락한 주가는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부른다. 이 과정에서 시장은 합리적 가격 형성의 공간이 아니라 강제청산이 강제청산을 부르는 악순환의 장이 된다. 빚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다시 그 빚이 주가를 무너뜨리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빚투의 피해가 사회적으로 균등하게 분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산과 소득이 충분한 투자자는 손실을 견딜 여력이 있다. 그러나 청년, 서민, 소액투자자는 한 번의 손실로 주거 계획, 결혼 계획, 교육비, 생계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 두 곳의 개인투자자 종합계좌 약 460만개를 분석한 결과, 2026년 3월 9일까지 신용융자를 이용한 개인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19.0%로, 신용융자를 사용하지 않은 투자자의 -8.2%보다 손실 폭이 2.3배 컸다. 특히 20대와 30대는 신용융자 미사용 투자자와의 손실률 격차가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투자자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투자금 1000만원 미만 계좌에서는 신용융자 투자자의 손실률이 -20.7%로, 미사용 투자자 손실률 -7.5%보다 2.8배 컸고, 20대 소액투자자의 경우 손실률 격차가 3.2배까지 벌어진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는 빚투가 청년에게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아니라 오히려 빚의 미끄럼틀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청년들이 위험을 몰라서 빚투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더 깊은 배경에는 구조적 불안이 있다.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어렵고, 안정된 일자리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이미 널리 퍼져 있다. 부동산 가격은 오랫동안 청년의 기대보다 빠르게 상승했고, 주식과 가상자산 등 자산시장은 ‘기회를 잡지 못하면 뒤처진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 이른바 영끌과 빚투는 개인의 탐욕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소득 정체, 자산 격차, 주거 불안, 노후 불안이 결합하여 만든 사회적 압박의 산물이다.
그렇다고 빚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위험한 구조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서 위험한 선택이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정책의 언어와 시장의 신호가 이 위험을 충분히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11월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빚투를 두고 “넓게 보면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보도되었고, 동시에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적 언어는 단서보다 방향성이 먼저 시장에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정책당국자의 말은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다. 그것은 시장참여자에게 신호가 된다. 특히 금융문해력이 충분하지 않은 청년·소액투자자에게 “빚투도 전략일 수 있다”는 메시지는 “정부도 어느 정도 용인한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정책당국이 한쪽에서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주식시장 활성화를 이유로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희석하는 듯한 메시지를 낸다면 정책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관리대상 가계대출 증가율을 1.5% 수준으로 관리하고, 가계부채/GDP 비율을 2030년까지 8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2026년 3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3조5000억원 증가하여 전월 증가 폭보다 확대된 것으로 발표되었다.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면, 주택담보대출만 볼 것이 아니라 증권시장 레버리지와 청년층 위험투자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이제 빚투 문제를 “개인이 알아서 책임질 일”로만 돌릴 수 없다. 물론 투자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가 신용공여를 확대하고, 플랫폼이 손쉬운 거래환경을 제공하며, 사회 전체가 ‘자산을 사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그 책임은 개인에게만 머물 수 없다. 공공정책은 개인의 선택 뒤에 숨어 있는 구조를 보아야 한다.
첫째, 신용거래에 대한 선제적 규율이 필요하다.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일정 수준을 넘거나, 특정 종목·섹터에 신용거래가 과도하게 집중되거나, 변동성 지표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자동으로 증거금률을 높이고 신용한도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투자 자체를 막자는 것이 아니다. 과열된 시장이 스스로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제도적 브레이크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둘째, 금융당국은 증권시장 레버리지를 가계부채 관리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만 관리하고, 증권시장 신용융자를 별개의 투자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히 청년층, 저소득층, 자영업자, 고령층 등 취약계층의 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급증할 경우 조기경보가 작동해야 한다. 은행권 대출, 카드론, 저축은행 대출, 증권사 신용융자, 파생상품 거래를 분절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셋째, 투자자 보호 장치를 형식적 고지에서 실질적 이해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의 투자위험 고지는 너무 길고 어렵다. 투자자는 동의 버튼을 누르지만, 실제로 자신이 어떤 위험을 감수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용거래를 신청할 때 “주가가 10%, 20%, 30% 하락하면 내 원금과 부채가 어떻게 변하는지”, “언제 반대매매가 발생하는지”, “반대매매 뒤에도 빚이 남을 수 있는지”를 시나리오 방식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반대매매 유의사항을 안내한 것처럼, 이러한 정보는 사후 민원 대응이 아니라 사전 교육 체계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넷째, 청년 금융교육을 공공교육의 영역으로 끌어와야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투자기법 교육이 아니다. 소득관리, 지출관리, 부채관리, 신용관리, 장기 분산투자, 연금, 보험, 주거비 관리까지 포함하는 생활금융 교육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도 청년의 소득·지출관리, 부채·신용관리, 자산관리 등에 대한 맞춤형 재무상담을 확대하고 원스톱 종합 플랫폼 형태의 운영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상담이 일회성 홍보사업에 머물지 않고 학교, 대학, 군, 지자체 평생교육, 청년센터와 연결되어야 한다.
다섯째, 증시 활성화 정책과 가계부채 관리 정책의 언어를 일치시켜야 한다. 자본시장을 키우는 것은 필요하다. 국민이 기업 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누는 구조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방식이 빚을 내 단기 차익을 좇는 구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가 장려해야 할 것은 레버리지 투기가 아니라 소득 기반의 장기 분산투자, 기업가치 제고, 배당 투명성, 노후자산 형성이다.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역할도 결코 작지 않다. 빚투 실패는 결국 지역사회 문제로 돌아온다. 청년이 금융손실로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면 일자리, 주거, 복지, 가족관계가 함께 흔들린다. 자영업자가 사업자금과 투자손실을 함께 떠안으면 지역경제의 소비 여력도 줄어든다. 고령층이 노후자금을 잃으면 복지수요는 늘어난다. 따라서 지자체는 청년·신혼부부·자영업자·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생활금융 상담, 채무조정 연계, 법률상담, 신용회복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지방의회는 이 문제를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사 과정에서 다루어야 한다. 지역 청년센터의 금융교육은 실효성이 있는가. 서민금융복지상담센터와 신용회복위원회, 법원 개인회생제도, 법률구조기관과의 연계는 작동하고 있는가. 위기 청년과 위기 가구를 조기에 발견하는 체계는 있는가. 지방정부의 일자리정책, 주거정책, 복지정책은 가계부채 문제와 연결되어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더 이상 금융기관만의 질문이 아니다. 지방자치의 질문이며, 민생정책의 질문이다.
결국 빚투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소득으로 삶을 설계하기 어려운 사회, 노동보다 자산가격 상승이 더 빠른 사회, 노후가 불안한 사회, 청년에게 기다림보다 조급함을 가르친 사회가 만들어 낸 결과다. 그러므로 해법도 단순한 경고 문구나 일시적 거래 제한으로 충분하지 않다. 가계부채 관리, 노동소득의 회복, 주거 안정, 금융교육, 투자자 보호,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주식시장은 기업과 국민경제의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제도다. 그러나 빚으로 떠받친 시장은 오래 갈 수 없다. 빚투 잔고가 늘었다고 해서 국민의 자산 형성 능력이 커진 것은 아니다. 신용융자 잔고 34조원이라는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빚에 의존하지 않고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시민의 비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빚투 열풍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빚을 내지 않아도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사회적 토대다. 그것이야말로 금융정책이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성이며, 공공정책이 회복해야 할 민생의 기본선이다. 빚으로 버티는 증시가 아니라, 신뢰와 소득과 장기투자로 성장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길이고, 청년을 지키는 길이며, 건강한 시장경제를 세우는 길이다.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