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뒤에 숨어서 잘못된 방식으로 책임 회피
- 쿠팡의 위험한 선택
글로벌 기업의 정체성은 단순히 본사가 위치한 국가로만 정의되지 않는다. 기업이 실제로 활동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시장에서 어떤 책임을 지느냐가 더욱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최근 쿠팡을 둘러싼 논란은 이러한 기준을 정면으로 시험하는 사례로 떠올랐다.
쿠팡은 한국에서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미국 기업’으로 규정하며 한국 정부의 규제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정치권과의 관계를 활용한 로비 활동이 드러나며 논란은 단순한 기업 전략을 넘어 정치·외교적 문제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쿠팡의 사업 구조를 보면 핵심 시장은 단연 한국이다.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물류망과 고객 기반 역시 한국에 집중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자신을 미국 기업으로 규정하며 규제 적용에 있어 차별적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글로벌 기업들이 종종 사용하는 ‘법적 지위 활용’ 방식과 유사하지만, 문제는 그 의도가 규제 회피로 비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국적을 선택적으로 강조하는 행위는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으며, 특히 국내 법체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쿠팡의 모기업은 지난 5년간 미국 의회에 약 158억 원 규모의 로비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기업 홍보 수준을 넘어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들을 고위직에 영입한 점은 기업과 정치권 간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인적 네트워크는 미국 정치권 내에서 쿠팡의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으로 이어졌고, 일부 의원들은 한국 정부의 규제 조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피해 기업’이라는 프레임을 형성하며 국제적 여론전을 시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팡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의견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자국 정부의 보호를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를 ‘책임 회피 전략’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어디에 본사를 두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어떤 책임을 지느냐”는 점을 강조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일수록 각국의 법과 규제를 존중해야 하며, 이를 회피하려는 시도는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사례가 반복될 경우, 다른 기업들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어 시장 전체의 공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기업의 전략을 넘어 국가 주권과 법적 신뢰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특정 국가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다른 국가의 정책에 압박을 가하는 행위는 국제 질서 측면에서도 민감한 사안이다.
특히 “미국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용납된다”는 식의 인식이 확산될 경우, 이는 글로벌 시장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 법과 규제는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특정 기업만 예외를 인정받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경우 법의 권위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업의 영향력이 국가를 넘어서는 순간, 시장 질서는 심각한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글로벌 기업 시대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을 던진다. 기업은 어디에 속해 있는가,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쿠팡의 선택은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업 신뢰와 시장 질서를 훼손할 위험이 크다. 특히 정치적 로비를 통해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는 기업 윤리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글로벌 기업에게 요구되는 것은 ‘국적’이 아니라 ‘책임’이다. 법과 규제를 존중하고 시장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 조건이다. 미국이라는 방패 뒤에 숨는 전략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이제는 책임 있는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