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점의 그림인데 보는 위치에 따라 색채가 달라진다. 조선 개국공신 의령남씨 25세손인 남인우 화가의 2022년작 '고뇌하는 주피터(토성)' 이야기다. 캔버스를 사용하지 않고 30년간 목재 패널 위에서만 작업해 온 작가의 이 작품이, 보는 각도마다 색이 변하는 독특한 시각 효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비밀은 나무의 표면 구조와 안료의 물리적 반응에 있다. 캔버스는 표면이 균일해 안료가 고르게 정착하지만, 나무는 부위마다 섬유질의 방향과 밀도가 다르다. 남인우 화가는 이 불균일한 표면 위에 점도가 높은 안료를 반복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작가는 이를 '지질학적 적층법'이라 부른다. 이렇게 형성된 거친 요철 위에 얹어진 안료는 빛을 한 방향으로 반사하지 않고 입자마다 다른 각도로 난반사시킨다. 관람객이 위치를 바꿀 때마다 빛의 반사 경로가 달라지면서 색채가 미묘하게 변화하는 것이다.
이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작품의 색채 배치다. 화면 중심부와 하단에는 핑크, 블루, 오렌지, 레드 등 서로 상충하는 고채도 보색이 과감하게 배치돼 있다. 나무 심층부로 스며든 안료는 어두운 저채도 톤을 형성하고, 밀도가 높은 옹이 주변에서는 안료가 표면에 머물며 선명한 원색이 돌출된다. 이 두 층위가 빛의 각도에 따라 교차하면서, 같은 작품이 때로는 어둡고 무거운 톤으로, 때로는 강렬하고 찬란한 색감으로 보이게 된다.
작품의 도상도 이 물리적 특성 위에 설계됐다. 작가는 로마 신화의 최고신 주피터를 나무 위에 불러들였다. 나무결의 거친 흐름은 주피터의 상징인 번개의 궤적으로, 화면 곳곳에 자리한 단단한 옹이는 주피터의 전령인 독수리의 눈으로 치환됐다. 옹이는 나무가 상처를 치유하며 남긴 가장 밀도 높은 흔적으로, 주변과 확연히 다른 색감을 만들어내면서 작품의 시각적 구심점 역할을 한다. 제목에 병기된 '토성'은 시간의 신 크로노스와 연결되며, 나이테의 순환적 구조가 이를 시각적으로 뒷받침한다.
이 작품이 복제 불가능한 이유도 같은 원리에 있다. 나이테 간격, 옹이 위치, 섬유질 방향, 부위별 흡수율이 나무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안료와 기법을 적용해도 같은 난반사 패턴이 나올 수 없다. AI 이미지 생성과 디지털 프린팅이 정밀해지는 시대에, 보는 각도에 따라 물리적으로 색이 변하는 이 특성은 디지털로 재현할 수 없는 영역이다.
남인우 화가는 "나무의 요철이 만드는 난반사는 내가 설계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안료를 쌓는 것은 나의 몫이지만, 빛에 따라 어떤 색이 보일지는 나무가 결정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보는 사람마다, 보는 순간마다 다른 그림이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