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은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지만, 정작 그 자리에 앉아야 할 임산부들의 마음은 시퍼렇게 멍들어 있다. 자리를 비워주지 않는 무관심과 따가운 시선 탓에 임산부 배려석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된 지 오래다. 이러한 대중교통 이용의 고충을 해소하고 시민들의 실질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민·관이 손을 맞잡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회장 김경선)는 보건복지부, 서울교통공사, KBS아나운서협회와 공동으로 지난 4월 28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과 열차 내부에서 ‘2026년 임산부 배려 공동 캠페인’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홍보를 넘어 시민들이 임산부의 고통을 직접 체험하고 자발적인 배려를 약속하는 ‘소통형 콘텐츠’로 채워졌다.

■ “자리가 비어 있어도 못 앉아요”... 임산부들이 느끼는 배려의 현주소
협회가 2025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배려 의식은 여전히 ‘동상이몽’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 시민의 82.6%는 ‘임산부를 배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지만, 정작 배려를 받아야 할 임산부가 ‘배려받았다’고 체감하는 비율은 56.1%에 불과했다. 특히 임산부 배려석 이용 시 불편을 겪었다는 응답이 전년 대비 20%p 가까이 급증(60.9%)하며 실천적 문화 정착의 시급함을 알렸다.
배려석을 비켜주지 않는 비매너(90.3%)가 가장 큰 문제였으며, 임산부들은 주변 사람에게 부담을 줄까 봐, 혹은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스스로 일반석을 찾거나 서서 가는 길을 택하고 있었다. 이는 ‘핑크카펫’이 물리적 공간으로만 존재할 뿐, 심리적 배려의 공간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 임신 체험복 입어보니 ‘천근만근’... ‘배려 나무’에 핀 약속의 꽃
이날 여의도역 대합실은 시민들의 참여 열기로 뜨거웠다. 캠페인의 백미는 ‘임신 체험존’이었다. 남성 시민들과 청년들이 무거운 임신 체험복을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임산부가 겪는 육체적 피로와 만성적인 무게감을 직접 경험했다. 체험에 참여한 한 시민은 “잠시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고 허리가 끊어질 듯한데, 매일 이 무게를 견디며 출퇴근하는 임산부들이 얼마나 힘들지 이제야 알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시민들은 ‘배려를 키우는 나무’ 코너에서 꽃 모양 포스트잇에 임산부를 향한 따뜻한 격려와 양보의 다짐을 적어 부착했다. 삭막한 역사 내에 조성된 ‘배려 나무’는 시민들의 진심 어린 약속으로 화사하게 피어났다. 또한 임산부 배려 수칙 퀴즈를 통해 잘못 알려진 상식을 바로잡고, 정답자에게 기념품을 증정하며 축제 같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 KBS 아나운서들의 울림 있는 방송... “작은 양보가 행복의 시작”
캠페인의 열기는 열차 안으로도 이어졌다. KBS 아나운서들이 여의도역에서 충정로역 구간의 5호선 열차에 직접 탑승해 실시간 안내방송을 진행했다. 아나운서들은 특유의 신뢰감 있는 목소리로 임산부 배려석 비워두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외형적 특징이 뚜렷하지 않은 초기 임산부들을 향한 세심한 관심을 당부했다. 열차 내 승객들은 갑작스러운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교통약자를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경선 인구보건복지협회 회장은 “시민들이 나무에 붙여준 소중한 약속들이 모여 임산부가 진정으로 환영받는 세상을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배려 문화를 정착시켜 출산과 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캠페인은 오랜 기간 협력해온 유관 기관들의 공고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추진되었으며, 남양유업과 마이필의 후원이 더해져 시민들에게 풍성한 혜택을 제공했다.
비어있는 핑크색 좌석은 단순한 빈자리가 아니라 임산부를 향한 ‘사회의 자리’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이 ‘임산부 배려’를 의무가 아닌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_ 패밀리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