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현재, 미국 국방부 청사 밖에서는 여전히 성조기가 나부끼지만, 그 안에서 작성되는 작전 계획서의 무게감은 예전과 달라졌다. 문제는 군사력 자체가 아니다. 그 군사력을 어떻게, 왜, 누구와 함께 쓰느냐의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 후 지난 8개월간 독단적으로 강행한 세 건의 군사 작전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잇따라 실패했다는 비판이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그 실패의 반사이익이 미국의 최대 전략 경쟁국인 중국으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군사 전문 매체 BEMIL 군사세계에 기고한 윤석준 칼럼니스트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베네수엘라 '확고한 결의 군사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ution)'을 포함한 세 건의 군사 작전이 목표로 삼았던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 기반 복구와 친미(親美)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국제법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주권 국가의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형태로 강행된 작전들이었지만, 정작 손에 쥔 것은 없었다. 윤 칼럼니스트는 이를 두고 "미국의 예측 불가능하고 일방적인 군사 행동이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지적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한국 안보 환경에도 직접적인 함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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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8개월 동안 강행한 세 건의 군사 작전은 공통된 패턴을 보인다. 동맹과의 사전 협의를 생략하거나 최소화했고, 국제법적 근거보다 미국의 단기 이익을 우선시했으며, 작전의 성패와 무관하게 출구 전략이 불명확했다. 베네수엘라 작전의 경우 원유 생산 인프라 복구라는 경제적 목표와 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했지만, 두 목표 모두 달성에 실패했다.
국제법 분야 전문가들은 주권 국가에 대한 이 같은 군사적 개입이 유엔 헌장(UN Charter) 제2조 4항이 규정한 무력 사용 금지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목표 달성에도 실패하고 국제법 위반 논란까지 자초한 셈이다.
동맹 관계의 균열은 수치보다 태도와 행동으로 먼저 드러난다. 나토(NATO) 회원국 대부분은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문제에 대한 군사적 해결 방안을 거부했다. 유럽 동맹국들은 이 문제가 군사적 접근보다 유엔 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른 외교적·법적 해결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냉전(Cold War)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장면이다. 당시 나토는 미국의 군사 전략 판단에 대체로 보조를 맞췄다.
그러나 지금의 나토는 적어도 이 사안에서 워싱턴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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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단일한 안보 협력 구조로서 기능하지 않는다는 신호다. 중국의 전략은 이 틈새를 정확히 겨냥한다.
베이징은 미국이 벌이는 군사적 소동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총 한 발 쏘지 않고, 미국이 스스로 만들어낸 신뢰의 공백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간다.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 '예측 불가능한 행위자'로 각인될수록, 중국은 상대적으로 '규범을 지키는 책임 있는 강대국'이라는 이미지를 덧입을 수 있다.
실제로 베네수엘라 사태 전후 시기, 일부 분석가들은 중국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 논의를 확장했다고 평가한다. 미국이 군사적 강압으로 문을 걷어찼을 때, 중국은 투자와 인프라 협력이라는 명함을 들고 그 자리를 채웠다는 것이다.
다만 이 평가는 중국 측 공식 발표나 제3의 독립 기관이 검증한 수치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므로, 하나의 분석적 가설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의 군사 실패가 중국의 외교 자산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가능성만큼은, 윤석준 칼럼니스트를 비롯한 안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2027년 국방 예산 50% 증액 계획 역시 맥락을 살펴야 한다.
윤석준 칼럼니스트는 BEMIL 군사세계 기고문에서, 이 예산이 차세대 전력 건설에 투입될 예정이지만 최근 실행된 군사 작전들이 러시아와 중국 견제라는 전통적인 전략 목표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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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쏟아붓되 방향이 엇나가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국방비를 증액하면서도 그 운용이 전략적 경쟁자인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억제하는 데 집중되지 않는다면, 그 예산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은 합리적이다. 군사력은 절대적인 규모보다 전략적 적합성(strategic relevance)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된다.
이 지점에서 반론도 살펴야 한다. 트럼프 지지 측 일부 전략가들은 미국의 예측 불가능성 자체가 억제력(deterrence)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상대방이 미국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지 못할수록, 선제적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논리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베트남전 당시 구사했던 이른바 '광인 이론(Madman Theory)'의 현대적 변주인 셈이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억제력은 동맹의 신뢰를 전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예측 불가능성이 적국에 대한 억제력이 되려면, 동맹국들은 미국이 자신들을 보호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나토 동맹국들이 공개적으로 미국의 군사 접근법에 반기를 드는 현실은, 억제력의 전제인 동맹 신뢰가 이미 훼손되었음을 보여준다.
억제 효과는 적에게만 선택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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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도 함께 흔들린다. 한국은 이 구도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수 없는 처지다. 한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Mutual Defense Treaty)에 따라 미국과 안보 동맹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다.
미국이 군사적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으면서 중국에 전략 공간을 내어주는 구도는, 한국이 두 강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압력을 높인다. 특히 북한 문제에 있어 미국의 군사적 신뢰도는 한반도 억제력의 핵심이다. 워싱턴이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남발하고 나토 동맹국과 갈등을 빚는 동안, 평양이 이 상황을 전략적 기회로 계산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미국의 군사 행동이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더라도, 그 파장은 서울까지 닿는다.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 군사 행동이 초래하는 가장 위험한 결과는 전장에서의 패배가 아니다.
국제 질서 유지자로서 미국에 대한 신뢰 자체가 침식되고, 그 빈자리를 중국이 직접 충돌 없이 채워가는 구조적 변화다. 군사력을 쏟아붓고 외교적 자본을 탕진하는 사이, 지정학적 이득은 베이징으로 흘러들어 간다. 한국은 이 흐름이 한반도 안보 방정식에 어떤 변수를 더하는지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워싱턴이 신뢰를 잃어가는 속도와, 베이징이 그 신뢰의 빈자리를 채우는 속도 중 어느 쪽이 더 빠른지, 그 답에 한국의 전략적 선택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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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목표로 했나. A.
'확고한 결의 군사작전(Operation Absolute Resolution)'으로 명명된 이 작전은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인프라 복구와 친미 정권 교체를 핵심 목표로 삼았다. 윤석준 칼럼니스트의 BEMIL 군사세계 기고문에 따르면 두 목표 모두 달성에 실패했으며, 국제법 위반 논란만 남긴 것으로 평가되었다. Q.
나토 동맹국들이 트럼프의 군사 접근법에 반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나토 및 유럽 동맹국들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려는 트럼프의 방식이 유엔 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른 외교적 접근보다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해당 사안을 국제법 틀 안에서 다뤄야 할 해양 안보 문제로 규정하며 미국의 군사적 해결 방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Q.
이 상황이 한국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A.
한국은 한미동맹과 중국과의 경제 의존이라는 두 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구조적 딜레마를 안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신뢰도 하락과 동맹 내 균열은 한반도 억제력의 신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북한이 이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