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가는 길에서』는 신앙의 언어로 삶을 멀리 밀어 올리는 시집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낮은 자리에서 길어 올린 마음들, 오래 견디고 돌아본 끝에 비로소 닿게 되는 다정한 시선이 조용히 담겨 있는 시집이다. 시인은 새벽기도의 시간, 겨울의 공기, 눈을 치우는 손길, 고향의 풍경 같은 일상의 장면 속에서 삶과 믿음이 만나는 자리를 보여준다.
이 시집에는 어머니와 고향, 유년의 기억, 그리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상처의 시간이 함께 놓여 있다. 장독대와 방죽, 산길과 기차, 막힌 담장과 갇힌 시간의 감각까지도 시 속에서는 하나의 삶의 결이 된다. 그래서 이 시집은 단순한 신앙시집에 머물지 않고, 사람이 어떻게 아픔을 견디며 마음을 추슬러 가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하늘 가는 길에서』는 높아지는 길보다 낮아지는 길을 말한다. “너희는 하나뿐인 나의 꽃이란다”라는 다정한 음성과 “인생 어디에도 아픔이 없는 곳은 없다”는 담담한 고백 사이에서, 이 시집은 독자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마음이 지친 날, 삶을 다시 붙들 힘이 필요한 날 오래 곁에 두고 펼쳐볼 만한 시집이다.
<작가소개>
시인 유철민
• 강원 정선 출생
• 2007 월간 시사문단 시 부문 등단(추천: 황금찬 시인)
• 감리교신학대학교 목회학 석사
• 홍익대학교 교육학 박사(상담심리 전공)
• 전) 법무부 교정민원콜센터 센터장
• 현) 임계제일교회 담임목사
• 저서) 청소년 문제와 상담
<이 책의 목차>
제1부. 너희는 하나뿐인 나의 꽃이란다
새해를 맞으며
정선 임계를 위한 기도
바람 없는 겨울날
눈을 치우다가
하늘 가는 길에서
경포호
너희는 하나뿐인 나의 꽃이란다
새벽기도
상속
늦가을 단상
야곱의 환도뼈
신발 없어도 잘 달리는 10살 똘방이
사랑을 해보셨나요?
김 집사네 진순이
노추산 모정탑
삶 그리고 사랑
사랑의 빚진 자
팔봉산 가는 길
제2부. 난 그렇게 깨어있습니다
망모가
나그네
남겨진 사랑
난 그렇게 깨어있습니다
하지
아킬레스건 파열
어머니의 마당
불 꺼진 창
시계 먹은 날
비상소집
장마전선 북상 중
솔향
사탄의 미소
고성 통일전망대
파도의 꿈
내 떠난 빈자리
산다는 것은
매미소리
제3부. 눈 내리는 오후 그대를 그리며
환절기 매미
여인과 은하수
가을산행
한산도 앞 뱃길
춘천행 기차
젖은 낙엽
내 몸에 피는 울음꽃
만리포 기도
새벽안개
보름달 단상
그대 오시는가
부황을 뜨며
폭설
사랑한다면 비판하세요
눈 내리는 오후 그대를 그리며
목이 아픈 하루
겨울 산
도시 풍경
제4부. 인생 어디에도 아픔이 없는 곳은 없다
새벽열차
어머니
인생 어디에도 아픔이 없는 곳은 없다
등산화 끈을 묶다가
삶
폭설 내린 아침
상록수 사랑
인생 40날
오늘도 난 눈물겹도록 그립다
유년 시절
청송 주왕산 정상에 서다
십오 척 담장
아버지의 길
한여름 밤의 낚시꾼
고향 방죽으로 가고 싶다
어머니의 마당 그리고 미소
무기수
유년의 추억은 광 속 곰팡이에서 온다
<본문 詩 ‘하늘 가는 길’ 일부>
하늘 가는 길은
자신의 목을 꺾고
온몸을 더 낮춰
당신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샅샅이 드러내어
목 놓아 울 때까지
진정으로
더 드러낼 것이 없을 때까지
가슴을 모두 비워내는 것이다
이제
내가 없어지고
내가 가진 것이
흘러가는 구름이고 바람이었음을
문득 깨달을 때
당신을 향해
나의 묻어두었던 작은 돌멩이를
하나씩 들어
힘주어 돌다리를 놓는 것이다
<추천사>
유철민의 시집 『하늘 가는 길에서』는 오래 지나온 삶의 시간을 따라 마음이 어떻게 낮아지고 깊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시로 위안을 얻었고, 교정시설에서 상처 입은 이웃들의 삶에 귀 기울였으며, 지금은 고향에서 목회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한다. 그 시간들이 이 시집의 바탕을 이룬다. 그래서 이 시집의 시편들은 무엇을 가르치려는 말보다, 한 사람이 견디고 돌아보며 얻은 내면의 기록처럼 읽힌다.
표제작 「하늘 가는 길에서」는 이 시집의 중심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준다. 시인은 하늘 가는 길을 자신을 낮추고 비워내어 당신에게 다가가는 일로 쓴다. 그 길은 먼 곳을 향한 비상이 아니라, 내 안의 단단함을 내려놓고 사람답게 서는 과정에 가깝다. 그래서 이 시집에서 하늘은 관념이 아니라 삶을 지나며 겨우 배워가는 태도다. 높아지려 하기보다 낮아지는 마음, 그 마음이 이 시집의 첫 자리를 이룬다.
이 시집의 좋은 점은 신앙의 언어가 생활의 감각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는 데 있다. 새벽기도, 눈을 치우는 손길, 겨울 새벽의 공기, 호수와 산길과 기차 같은 풍경은 시인의 마음을 비추는 장면이 된다. 「바람 없는 겨울날」에서 멎은 마음은 겨울 무서리로 드러나고, 「눈을 치우다가」에서는 쌓인 눈을 밀어내는 일이 자기 안의 묵은 것을 덜어내는 일과 겹쳐진다. 이런 시편들 덕분에 독자는 이 시집을 관념으로 읽지 않고 삶의 온도로 받아들이게 된다.
시집을 읽으며 자주 되돌아보게 되는 것은 어머니와 고향, 그리고 유년의 기억이다. 「어머니의 마당」, 「어머니」, 「고향 방죽으로 가고 싶다」, 「오늘도 난 눈물겹도록 그립다」 같은 시편에는 오래된 풍경이 조용히 배어 있다. 장독대와 방죽, 안개 낀 산허리와 어머니의 손등 같은 장면들은 지나간 시간을 꾸미기 위해 놓인 것이 아니다. 지금의 자신을 이루고 있는 가장 깊은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기억이다. 이 시집에서 그리움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삶을 버티게 하는 정서로 남는다.
한편 이 시집에는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시간의 무게도 있다. 교정시설의 경험이 배어 있는 시편들에서는 닿지 않는 거리와 막힌 담장, 갇힌 시간의 감각이 절제된 언어로 드러난다. 「난 그렇게 깨어있습니다」, 「십오 척 담장」, 「무기수」 같은 작품은 사건보다 그 시간을 견디는 사람의 내면을 보여준다. 많이 말하지 않고 이미지와 여백으로 남겨두기 때문에 오히려 더 오래 남는다. 아픔을 과장하지 않고 쉽게 덮지 않는 태도 또한 이 시집의 힘이다.
그래서 이 시집이 건네는 위로도 가볍지 않다. 「너희는 하나뿐인 나의 꽃이란다」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음성은 상처 입은 존재를 향한 깊은 긍정으로 남고, 「인생 어디에도 아픔이 없는 곳은 없다」라는 문장은 삶을 외면하지 않는 담담한 수용으로 읽힌다. 이 시집은 아픔이 사라진 뒤를 말하지 않는다. 아픔이 있는 채로도 사람이 어떻게 하루를 건너고 다시 마음을 세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그 위로는 조용하지만 오래간다.
『하늘 가는 길에서』는 신앙시를 읽는 독자에게는 물론이고, 삶의 낮은 자리에서 다시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독자에게도 천천히 닿을 만한 시집이다. 이 시집의 시들은 하늘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눈물과 기도, 그리움과 반성 속에서 조금씩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철민의 시는 그 길을 서두르지 않는다. 삶을 오래 바라본 사람의 호흡으로, 사람을 다시 품어보려는 마음으로 끝까지 걸어간다. 그 차분한 걸음이 이 시집의 여운이 된다.
(유철민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128쪽 / 변형판형(135*210mm) / 값 10,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