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국가를 위해 희생했지만 오랜 시간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했던 무연고 전사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유가족이 없거나 기록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예우의 사각지대에 놓였던 전사자들을 국가가 직접 찾아 명예 회복과 보훈 예우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보훈부는 국민주권정부의 국정과제인 ‘나라를 위한 헌신에 합당한 보상과 예우 실현’을 위해 국립서울현충원 등에 안장된 무연고 전사자를 대상으로 국가유공자 등록 및 예우를 위한 합동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쟁과 혼란 속에서 정확한 기록이 남지 않았거나 유가족이 존재하지 않아 국가유공자 등록 절차를 밟지 못한 전사자들을 국가가 직접 확인하고 예우하기 위한 사업이다. 특히 정부는 단순한 신원 조사에 그치지 않고 유가족 확인과 제도 개선까지 함께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국민권익위는 지난해 8월 한 민원인의 고충 제기를 계기로 문제를 확인했다. 당시 민원인은 “1951년 경기도 양주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김모 소령이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음에도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않았다”고 제보했다.
조사 결과 해당 전사자는 유가족 부재 등의 이유로 국가유공자 등록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는 이를 단순 개별 사례가 아니라 전쟁 당시 기록 관리의 한계와 행정 공백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로 판단하고 유사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봤다.
정부는 우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무연고 전사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뒤 향후 국립대전현충원과 전국 19개 국가관리묘역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조사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당수 전사자의 안장 기록에는 이름과 군번 정도만 남아 있거나 성명 표기 오류, 군번 불일치, 자료 누락 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단순히 보훈 자료만으로는 정확한 신원 확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와 국가보훈부는 육군본부의 군 기록과 지방자치단체의 제적등본 등 관계기관 자료를 종합적으로 대조해 신원 확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양한 기록을 교차 검증하는 방식으로 조사 정확도를 높이고 국가유공자 등록 가능성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유가족이 없거나 신청 자체가 어려운 경우에는 국가보훈부가 직권으로 국가유공자 등록 절차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한 예우를 가족의 신청 여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국가가 책임지고 수행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단순 행정 절차를 넘어 국가 보훈의 본질적 가치 회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름조차 제대로 남지 못한 채 잊혀졌던 전사자들을 국가가 끝까지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정일연 위원장은 “6·25 전쟁 중 순직한 군인들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위한 조사를 치밀하게 진행해 그분들의 명예를 선양하겠다”며 “국가와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이 정당한 보상으로 이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역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전사자에 대한 예우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라며 “이름과 군번만 남은 채 잊힌 전사자까지 끝까지 찾아 한 분도 빠짐없이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무연고 전사자에 대한 국가유공자 등록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 그동안 행정 사각지대에 놓였던 전사자들의 명예 회복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유가족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가 직접 보훈 책임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보훈 행정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전수조사는 단순한 기록 정비를 넘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끝까지 기억하겠다는 국가 책임의 선언적 의미를 가진다. 이름 없이 잠들어 있던 전사자들에게 국가유공자 예우가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의 체계적 조사와 제도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