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8일은 제54회 어버이날이다.
거리에는 카네이션이 등장했고, 식당과 꽃집은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붐볐다. 하지만 정작 많은 사람들에게 어버이날은 “챙겨야 하는 날”로만 지나가고 있다.
어버이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니다.
부모의 헌신과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날이다. 오늘날 변화한 가족 구조와 고령사회 현실 속에서 그 의미는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버이날의 시작은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다. 전쟁 이후 어려운 사회 속에서 희생한 어머니들의 노고를 기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후 부모 모두의 은혜를 기리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1973년 ‘어버이날’로 명칭이 변경됐다.
현재 어버이날은 정부가 지정한 법정기념일이다.
매년 전국 곳곳에서는 카네이션 달아드리기 행사와 효행자 포상 등이 진행된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는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
통계청(2025)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20.3%다.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반면 1인 가구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가족이 함께 사는 형태가 줄어들면서 부모 돌봄 방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부모 부양의 형태는 ‘대가족 중심’에서 ‘개인 책임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인다.
최근에는 경제적 지원보다 정서적 돌봄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자주 연락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4) 씨는 “부모님과 떨어져 지낸 지 오래돼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비싼 선물보다 안부 전화 한 통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최근에서야 실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버이날의 핵심이 ‘행사’보다 ‘관계 회복’에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부모와 자녀 모두 바쁜 일상을 살아가며 대화 시간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 흐름을 보면, 노년층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로 ‘정서적 외로움’이 지속적으로 언급된다.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관계 단절 문제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어버이날은 결국 부모에게 거창한 무언가를 해야 하는 날이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짧은 식사 한 끼, 안부 전화, 함께 보내는 시간처럼 사소한 행동이 부모에게는 가장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 세대는 자녀에게 부담이 되지 않으려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잘 지내고 있냐”는 짧은 말 한마디를 기다리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올해 어버이날 역시 수많은 카네이션이 오가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하루의 이벤트보다 관계를 기억하는 마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사회복지사는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거창한 효도가 아니라 일상의 관심에서 시작된다”며 “어버이날은 부모의 시간을 한 번쯤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은 해마다 반복되는 기념일이다.
그러나 부모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반복되지 않는다.
오늘 하루만큼은 잠시 바쁜 일상을 멈추고 부모에게 먼저 연락해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에게는 그 전화 한 통이 오래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