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스닥 상장사와 연계된 AI 금융 플랫폼’이라는 화려한 문구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안전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약속처럼 들렸다고 한다.
그러나 전국 곳곳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Aiffeex(에이아이픽스)를 둘러싼 의혹은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라, 고수익 미끼와 조직형 모집, 출금 지연, 자체 코인 전환이 결합된 신종 유사수신·폰지 사기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현금처럼 설명하던 자산이 어느 순간 정체 불명의 자체 코인으로 바뀌었고, 결국 사실상 회수가 어려운 상태가 됐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안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희팔 사건 이후 형태만 바꿔 되살아난 초대형 금융사기로 기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의혹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Aiffeex가 투자자 신뢰를 얻는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 이미지와 ‘상장사 서사’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이다.
2025년 6월 배포된 유료 보도자료에서 Aiffeex는 인천에서 17개국 5,000여 명이 참석한 AI 서밋을 열었고, 한국 운영센터를 공식 출범시켰다고 홍보했다. 행사에서는 “AI for Everyone”을 내세우며 개인과 금융의 역량 강화를 말했고, 한국을 글로벌 확장의 전략 거점으로 삼겠다는 메시지도 내놨다.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런 대규모 행사와 국제 홍보 자체가 기업 실체를 보증하는 장치처럼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홍보성 기사들도 이러한 신뢰 형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기사에서는 Aiffeex의 ‘나스닥 상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글로벌 AI 핀테크 인프라 플랫폼으로서의 도약, 브랜드 전략 업그레이드, AI 로봇 ‘Takwin’의 대규모 매개변수 기반 시장 예측 성능 등을 부각했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김재덕 씨가 미국 뉴욕 본사 초청을 받아 현지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Aiffeex 경영진과 운영 전략을 공유받았다고 소개했다. 검색 결과로 확인되는 또 다른 기사에서는 Aiffeex 한국지사 윤용호 대표가 직접 행사에 참석해 AI 기반 펀드 구조와 수익 전략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홍보는 투자자들에게 “해외 본사도 있고, 상장도 했고, 한국 책임자도 공개적으로 움직이는 회사”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작 ‘나스닥 상장’의 실체를 확인해보면, 투자자 모집 과정에서 사용된 서사와 공식 상장사의 입장이 충돌하는 대목이 드러난다.
나스닥 상장사인 Aifeex Nexus Acquisition Corporation은 2025년 4월 14일 공식 성명에서, 자사와 유사한 이름을 이용한 외부 주체들이 소셜미디어와 웹사이트를 통해 자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됐거나 특정 회사와 연계돼 있고, 이미 기업결합을 완료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사는 해당 주체들이 과거에도 현재도 자사와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이 없다고 밝혔고, 자신들은 여전히 독립적으로 상장된 회사이며 특정 합병 대상을 확정하거나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투자자 유치에 활용된 ‘나스닥 상장사 연계’ 홍보가 공식 상장사의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규제기관의 경고도 이미 나와 있다.
말레이시아 증권위원회(Securities Commission Malaysia)는 2025년 6월 8일 투자자 경고 목록 업데이트 공지에서 Aifeex를 무인가 웹사이트·투자상품·회사·개인 관련 주의 대상 목록에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관은 이 목록이 투자 판단 전 참고용이며, 의심스러운 자본시장 활동을 발견하면 제보해달라고 공지했다. 적어도 한 해외 금융 규제기관이 Aiffeex를 공적 경고 대상에 올렸다는 사실은, 이 플랫폼을 둘러싼 위험 신호가 단순한 인터넷 소문 수준을 넘어섰음을 방증한다.
국내외 언론 보도에서 공통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수익 구조의 비현실성이다.
외교저널은 Aiffeex가 ‘AI 기반 자동 펀드 시스템’을 표방하며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집했고, 매일 3~3.5% 수익 보장을 내세웠다고 보도했다.
UN Journal 역시 Aiffeex가 뉴욕 본사, AI 자동매매, 나스닥 상장 서사를 동원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으며, 실질적으로는 “암호화폐+AI+다단계”를 결합한 국제적 폰지 사기 의혹 구조라고 분석했다. 정상적인 금융시장에서는 원금 보장도 쉽지 않은데, 매일 고정 수익을 약속하거나 연 수백 퍼센트 이상 수익을 제시하는 구조 자체가 상식적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언론의 공통된 문제 제기다.

핵심 기술로 홍보된 AI 자동매매 엔진 ‘Takwin’을 둘러싼 의문도 적지 않다.
공개 홍보물에서는 2,700억 개 수준의 매개변수, 높은 거래 정확도, 대단히 높은 연환산 수익 가능성 등이 강조됐지만,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외부 감사 자료, 제3자 검증 보고서, 실거래 내역, 알고리즘 검증 문서 등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UN Journal은 Takwin이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 수익을 내는 AI 엔진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백테스트 자료와 독립 검증이 필수적이지만, 이런 자료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AI’라는 단어가 곧바로 사업의 진정성이나 수익의 현실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술 포장 뒤에 숨은 실체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피해자들이 가장 크게 분노하는 대목은 출금 중단 이후의 처리 방식이다.
피해 주장에 따르면 일정 시점부터 사이트 접속 장애와 서버 다운, 출금 지연이 이어졌고, 이후 현금으로 설명되던 투자금 또는 수익금이 자체 발행 코인이나 내부 토큰으로 전환되거나 교환되도록 유도됐다고 한다. 현금성 자산처럼 홍보하던 권리가 어느 날 갑자기 거래가 어려운 내부 자산으로 바뀌고, 그 가치마저 급락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휴지조각’을 떠안은 것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단순한 운영 실패가 아니라, 사전에 책임 회피를 염두에 둔 출구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금 지급이 어려워지자 가치가 불분명한 토큰을 지급해 시간을 벌고, 이후 가격 붕괴를 시장 탓으로 돌리는 수법은 신종 유사수신·폰지 사기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돼 온 패턴과 닮아 있다.
피해 규모 역시 결코 가볍게 볼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저널은 Aiffeex 관련 피해가 수천억 원대로 추산된다고 보도했고, UN Journal 역시 수백억 원대 이상 피해 가능성을 거론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전국적으로 모집이 이뤄졌고, 노년층과 가정주부, 생계형 투자자까지 광범위하게 유입됐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소개와 추천, 조직 확대가 수익 구조의 핵심이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특정 투자 플랫폼 하나의 실패가 아니라, 인맥과 지역 네트워크를 타고 확산된 조직형 금융사기 의혹 사건으로 봐야 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 ‘2차 유인’ 정황까지 제기된다는 점이다.
외교저널은 Aiffeex 환매 중단 사태 이후 동일 조직 배후 의혹이 제기된 JBank가 피해 보상을 내세우며 재투자를 유도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Aiffeex 피해를 입증하면 새 투자금의 200% 상당 코인을 추가 지급하되 1년 락업을 거는 방식이 제시됐다.
이는 원금을 되찾고 싶으면 다시 돈을 넣으라는 구조와 다름없고, 피해 회복 심리를 자극해 손실을 더 키우는 전형적인 ‘리로드 스캠’ 수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옴부즈맨뉴스도 AIFEEX 피해자 일부가 유사한 구조의 다른 AI·코인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악순환을 경고했다. 한 번 무너진 고수익 신화를 또 다른 플랫폼이 이어받는다면, 피해는 단절되지 않고 연쇄적으로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적용 가능한 형사 법리가 적지 않다고 본다.
투자자들에게 허위 또는 과장된 사실을 고지해 돈을 받았다면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우선 검토 대상이 된다.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홍보했다면 형법 제30조 공동정범 법리도 문제 될 수 있다. 편취액이 5억 원 이상으로 인정될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또 원금 보장 또는 확정 수익을 약속하며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한 구조라면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 위반 소지가 제기될 수 있다. 추천수당과 하위 조직 확대를 핵심으로 한 다단계식 운영 정황이 드러날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
다만 최종 죄명과 형사책임은 실제 자금 흐름, 홍보 자료, 전산 기록, 수당 구조, 내부 의사결정 체계, 피해자 진술 등을 통해 수사기관이 가려야 할 문제다.
이번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쟁점은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나스닥 상장’ 또는 ‘상장사 연계’라는 메시지가 누구의 지시로 어떤 자료를 통해 유포됐는가?
둘째, AI 자동매매와 고수익 구조를 실제로 입증할 객관적 거래 기록과 외부 검증 자료가 존재하는가?
셋째, 출금이 막힌 뒤 투자자 자산이 어떤 방식으로 자체 코인이나 내부 자산으로 전환됐고, 그 과정에서 누가 의사결정을 내렸는가?다.
여기에 더해 윤용호 씨와 김재덕 씨를 포함한 주요 홍보·조직 운영 인물들의 역할과 책임 범위, 투자금이 흘러간 계좌 및 가상자산 지갑 추적, 해외 법인과 국내 조직 간 연결 구조도 함께 확인돼야 한다. 그래야만 이 사안이 단순한 사업 실패인지, 처음부터 기망을 전제로 설계된 조직형 투자사기인지 실체를 가릴 수 있다.
피해자들은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 대화방을 통해 피해 사실을 공유하고, 집단 민원과 법적 대응,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노후자금과 생활비, 전 재산을 넣었다는 증언까지 잇따르는 상황에서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 Aiffeex 사안은 ‘AI’와 ‘상장’이라는 외피를 둘렀을 뿐, 본질적으로는 사람의 절박함과 탐욕, 그리고 정보 비대칭을 파고드는 오래된 금융사기 구조와 닮아 있다.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선제적으로 자금 흐름과 운영 실체를 규명하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유사 플랫폼이 피해자들을 다시 빨아들이는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기술의 이름으로 포장된 거대한 약속이 실제로는 누구의 돈으로 누구의 수익을 메우는 구조였는지, 이제는 철저한 수사로 밝혀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