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상무지구는 화려하다. 밤이 되면 수많은 간판 불빛이 거리를 채우고, 골목마다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진다. 호남 최대 상권 가운데 하나인 이곳은 외식업의 치열한 경쟁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수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와 감성주점, 유행형 술집들이 빠르게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유행은 짧고 소비자의 취향은 빠르게 변한다.
조금만 흐름을 놓쳐도 간판을 내리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상무지구에서 10년 이상 살아남는다는 건 단순한 장사가 아니라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의미로 통한다. 그런 상무지구 한복판에서 16년 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전국 애주가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공간이 있다. 바로 남도 전통주점 ‘원두막’과 ‘정주막’이다.
투박한 이름과 달리 이곳은 이미 전국 술꾼들 사이에서 ‘광주 낮술 성지’로 통한다. 낮술 먹기 좋은집 점심시간이 지나 대부분 식당들이 브레이크 타임으로 문을 닫는 오후 시간에도 원두막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묵은지 삼합과 홍어삼합, 닭볶음탕에 막걸리와 소주잔을 기울이는 손님들로 매장은 가득 찬다. 직장인과 자영업자, 여행객과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풍경은 일반 술집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누군가는 거래처 사람과 낮술 한잔을 하고, 누군가는 오랜 친구와 편안하게 하루를 보낸다. 상무지구 특유의 빠른 회전과 시끄러운 분위기와 달리 원두막에는 느긋함과 사람 냄새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단순한 술집이 아니라 ‘광주다운 공간’이라고 말한다.
그 중심에는 정정호 대표의 철학이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장사는 결국 오래 가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 유행을 좇기보다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를 만들고, 빠른 수익보다 신뢰를 남기는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두막과 정주막의 성공 뒤에는 철저한 운영 시스템과 데이터 분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시스템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손님과 직원,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조직에 대한 고민이었다.
Q. 원두막이 ‘광주 낮술 성지’라는 별칭을 얻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정종호 대표는 웃으며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만든 별명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것이 철저히 계산된 운영 철학의 결과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전부터 느낀 게 있습니다. 오후 2시에서 5시 사이에도 술 마시고 싶은 사람은 많다는 겁니다. 그런데 갈 곳이 없습니다. 대부분 식당이 브레이크 타임을 하니까요.”
그는 오히려 그 빈 시간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대부분 식당들이 쉬는 시간에도 원두막은 문을 열었다. 일요일에도 쉬지 않았다.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간 맞춰 술 마시지 않습니다.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언제든 편하게 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도 우려가 많았다. 인건비 부담이 크고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손님들은 결국 ‘언제 가도 문이 열려 있는 집’을 기억합니다. 한 번 두 번 오다 보면 자연스럽게 단골이 됩니다.”
그는 실제 손님 흐름을 꾸준히 분석하면서 오후 시간대에도 안정적인 수요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직장인 휴무일, 자영업자, 교대근무자, 여행객 등 낮 시간에 술을 찾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남들이 쉬는 시간에 움직인 역발상이 결국 원두막만의 색깔이 됐습니다.”
현재 원두막은 평일 오후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14개 테이블 규모의 매장이 월 매출 1억 원 이상을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Q. 광주 상무지구에서 16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정 대표는 잠시 생각한 뒤 “유행을 따라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외식업은 유행이 정말 빠릅니다. 그런데 유행만 따라가면 오래 못 갑니다. 결국 사람들은 익숙하고 편안한 맛으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원두막과 정주막 메뉴판에는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메뉴보다 묵은지 삼합, 홍어삼합, 닭볶음탕, 제철 해산물 같은 남도 전통 음식들이 중심에 자리한다.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음식인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특히 그는 남도 음식 특유의 깊은 손맛과 술 문화를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광주 사람들은 결국 정 있는 음식을 좋아합니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음식보다 오래 먹을 수 있는 맛을 찾습니다.”
그는 유행하는 메뉴를 억지로 따라 하기보다 남도 음식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결국 자기 색깔이 있어야 오래갑니다[.”




Q. 정 대표가 강조하는 ‘시스템 경영’은 어떤 의미인가.
정 대표는 인터뷰 중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가운데 하나가 ‘시스템’이었다.
“장사는 감각만으로 하면 오래 못 갑니다.”
현재 그는 매월동에 자체 제조 공장을 운영하며 양념장과 묵은지, 젓갈류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식자재 생산 개념이 아니라 브랜드 표준화를 위한 전략이다.
“손맛에만 의존하면 매장이 늘수록 흔들립니다. 결국 누가 만들어도 같은 맛이 나와야 합니다.”
그는 외식업을 단순 요리업이 아닌 운영 산업으로 바라봤다.
“브랜드는 일관성이 생명입니다. 손님들은 늘 같은 맛과 분위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그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 전략을 세운다고 강조했다.
“시간대별 매출, 메뉴 판매량, 좌석 회전율, 손님 체류시간까지 다 체크합니다.”
정 대표는 재방문율을 가장 중요한 지표로 꼽았다.
“한 번 오는 손님보다 다시 오는 손님이 훨씬 중요합니다. 단골이 많아야 브랜드가 오래 갑니다.”
그는 손님 체류시간도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손님이 오래 머문다는 건 공간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원두막이 낮술 문화로 자리 잡은 이유도 결국 편안함 때문입니다.”
현재 그는 조선이공대학교 프랜차이즈창업과에 재학 중이다. 현장 경험에 경영 이론을 접목하기 위해서다.
“현장 감각만 믿으면 한계가 옵니다. 계속 트렌드를 배우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Q. 직원 복지와 상생 철학은 어떻게 시작됐나.
정 대표는 인터뷰 중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직원 이야기를 꺼냈다.
“외식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그는 과거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직원들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직원을 단순 인건비로 생각하면 결국 조직은 무너집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사장 만들기 프로젝트’다. 현재 정주막 운영 시스템은 직원들이 향후 독립 운영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제 목표는 직원들을 사장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는 단순히 월급만 많이 준다고 조직이 오래가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미래를 보여줘야 합니다. 본인 가게를 가질 수 있다는 꿈이 있어야 주인의식이 생깁니다.”
실제로 그는 직원들에게 운영 노하우와 고객 응대, 매출 관리까지 직접 교육하고 있다. 장기 근속자에게는 성과 보상과 성장 기회도 적극 제공한다.
“직원이 행복해야 손님도 행복합니다.”
원두막과 정주막의 분위기가 안정적이고 서비스 만족도가 높은 이유 역시 이런 조직 문화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원두막 안은 여전히 활기로 가득했다. 일요일 오후 시간인데도 테이블마다 술잔이 오갔고, 직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공간 전체에는 여유와 편안함이 흘렀다.
정정호 대표는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며 매장 곳곳을 살폈다. 단골들은 그를 이름으로 불렀고 그는 익숙한 미소로 화답했다. 그 모습은 단순한 사장이라기보다 오래된 주막의 주인장에 가까웠다. 빠르게 소비되고 사라지는 시대 속에서도 원두막이 16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해 보였다.
유행보다 본질을 선택했고, 단기 수익보다 오래가는 구조를 만들었으며, 직원과 손님 모두를 함께 가는 사람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광주의 골목에서 시작된 작은 주막은 이제 전국 애주가들이 찾는 ‘낮술 성지’가 됐다. 그리고 정정호 대표는 오늘도 데이터를 기록하고 시스템을 연구하며 다음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의 장사는 결국 음식이 아니라 사람과 신뢰, 그리고 시간을 쌓아가는 일이었다.
상무지구 원두막
상무지구 정주막
https://naver.me/FqZq9ZhZ
마크강 | 시니어 전문 퍼스널브랜딩 컨설턴트·마을방송국 운영자
광주 북구 우산동에서 마을방송국을 운영하며, 조선이공대학교 프랜차이즈창업경영과 특임교수, 전남과학대학교 시니어공연예술모델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 강의와 지역 현장을 오가며 실전형 교육을 이어가는 동시에, 시니어 세대를 위한 퍼스널브랜딩과 인생 2막 설계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의 삶과 경험을 새로운 콘텐츠와 경쟁력으로 전환하는 데 강점을 지닌 현장형 컨설턴트로, 시니어 퍼스널브랜딩을 비롯해 드론 항공촬영, 시니어 바디프로필, 시니어 책쓰기, 시니어 자서전, 시니어 영상자서전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단순한 교육에 머물지 않고, 시니어 개개인의 스토리와 정체성을 발굴해 새로운 사회적 역할과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힘쓰고 있다.
또한 마을방송국 운영과 미디어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시니어들이 직접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표현하며 세상과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누구나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쓰고, 영상으로 삶을 남기며, 한 편의 프로필과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왔다.
마크강은 ‘인생 후반전이 아닌, 가장 빛나는 두 번째 시작’이라는 철학 아래, 시니어의 경험과 서사를 자산으로 바꾸는 실질적 해법을 제안한다. 기록되지 않은 인생을 콘텐츠로, 지나온 시간을 브랜드로 바꾸는 작업을 통해 시니어가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당당한 인생 2막을 열 수 있도록 돕는 데 주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