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가 단순한 오락을 넘어 누군가의 삶을 버티게 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스무 살 영화감독 지망생 이주영 양은 이 질문에 주저 없이 “그렇다”고 답한다. 그녀에게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자, 현실을 잠시 견디게 하는 또 하나의 세계였다. 검은 스크린 속 허구는 가장 외로웠던 시간마다 숨 쉴 틈을 내어준 안식처였다.
이주영 양의 유년기는 안정과 거리가 멀었다. 알코올중독을 겪던 아버지와 갈등이 이어지던 가정 안에서 집은 편히 머무는 장소라기보다 피하고 싶은 공간에 가까웠다. 어린 나이에 이미 도망칠 곳을 찾아야 했던 그녀가 선택한 곳은 영화였다. 힘든 날이면 습관처럼 영화를 틀었고, 혼자 우는 대신 영화 속에서 울었다.
열여섯의 어느 날, 학교에서 따돌림을 겪던 그녀는 다시 영화를 틀었다. 어디에서도 숨 쉴 수 없다고 느끼던 순간, 스크린 속 가짜 세계는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도피처처럼 다가왔다. 그날 이후 그녀는 관객으로만 머물지 않기로 했다. 누군가가 만든 세계에 기대는 사람에서, 누군가가 기댈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사람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이후 그녀의 삶은 영화로 향했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교내 연극에서 각본과 연출을 맡았고, 2024년에는 뮤직비디오 연출에도 참여했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는 단편영화 블루 로봇의 연출을 맡으며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구체화했다. 작은 시도들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는 훈련이 됐다.

블루 로봇은 안드로이드가 인간을 지배하는 로봇 사회에서 홀로 인간으로 살아가는 정진이 감정을 느낀다고 말하는 로봇 시안과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 2024년에 제작을 시작해 2025년에 완성한 이 작품은 22분 분량의 단편영화로, 아직 정식 상영이나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고 지인들에게만 공개됐다. 그러나 작품 안에는 이주영 양이 오래 품어온 외로움과 결핍, 이해받고 싶었던 마음이 선명하게 담겼다.
영화를 본 누군가는 그녀에게 “더 잘 살아보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 말은 이주영 양에게 영화가 단순한 영상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그녀는 병세로 야위어가던 아버지에게도 자신의 첫 영화를 보여드렸다. 아버지는 영화를 끝까지 본 뒤 “영화 좋더라”는 짧은 말을 남겼다. 그 한마디는 그녀에게 무엇보다 깊은 인정이었다.
그 순간 이후 그녀는 아버지를 조금 다르게 이해하게 됐다. 영화를 만들며 아버지의 외로움과 고독했던 유년 시절을 비로소 들여다보게 됐고,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는 어느 순간 가장 닮아 있는 사람으로 다가왔다. 그녀에게 첫 영화는 한 편의 작품이자, 가족과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 통로였다.
현재 이주영 양은 재수생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시간을 지나고 있다.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며 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에 서 있지만, 그녀는 이 시간을 멈춤으로 보지 않는다. “멈춰 있다는 말보다 고여 있다는 표현이 더 맞다. 흐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여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그녀의 말처럼, 지금의 시간은 더 깊은 이야기를 품기 위한 준비에 가깝다.
최근 그녀는 헤이븐의 노래 봄밤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으며 다시 창작의 현장에 섰다. 해당 작업은 2026년 2월 의뢰를 받아 촬영을 마쳤고, 현재 편집 단계에 있다. 공개도 가능한 작업인 만큼, 이주영 양에게는 자신의 감각과 연출력을 더 넓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거창한 메시지나 화려한 스펙터클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녀는 자신이 만드는 이야기가 단 하나의 역할만 감당해도 충분하다고 믿는다. 그 역할은 분명하다.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일이다.
검은 스크린 속 세계가 현실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군가를 잠시 숨 쉬게 할 수는 있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주영 양은 바로 그 ‘잠시’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결핍을 이야기로 바꾸며, 언젠가 누군가에게 한 편의 꿈을 선물하는 창작자로 자신의 세계를 천천히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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