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의 죽음은 누구에게나 언젠가 찾아오는 일이지만, 막상 그 시간을 통과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낯설고 어렵다. 김정서 작가의 전자책 『나도 애도는 처음이라』는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마주한 감정과 일상을 기록한 애도 에세이다. 작가는 2024년 2월 29일, 아버지의 위독한 소식을 듣고 달려갔지만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했다. 그날의 미안함과 당혹감, 그리고 이후 이어진 장례와 애도의 시간이 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이 책의 힘은 감정을 과장해서 끌어올리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담담하게 써 내려간 문장 속에서 상실의 실제감이 선명하게 전해진다.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며 일상은 계속되지만 어느 날 문득 눈물이 나는 순간. 작가는 그 감정을 “나는 지금 애도 중이다”라고 말한다.
애도는 슬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시간
『나도 애도는 처음이라』에는 장례식장의 풍경, 부고 문자를 보내는 망설임, 조문객을 맞이하는 피로감, 화환을 보며 느낀 위로가 차분히 담겨 있다. 특히 작가는 한때 허례허식처럼 여겼던 화환이 실제 슬픔의 자리에서는 큰 위로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빈소를 채운 화환이 허전했던 마음까지 채워주었다는 대목은 상실의 순간에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마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책은 애도를 슬픔 하나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미안함, 서운함, 죄책감, 원망, 고마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다. 가족을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꼈을 법한 감정들이 문장 사이에 조용히 놓여 있다.
“괜찮아?”보다 “고생했다”가 필요한 순간
작가는 장례가 끝난 뒤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려웠다고 말한다. 누군가 “괜찮아?”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괜찮다고 말하기엔 괜찮지 않았고, 안 괜찮다고 말하기엔 설명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작가는 상실을 경험한 사람에게는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면 충분할 것 같다고 적는다. 이 대목은 이 책이 가진 중요한 미덕이다. 작가는 자신의 슬픔을 기록하면서 동시에 독자에게 애도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위로는 거창한 말보다 상대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태도에 가까울 수 있다.
상실 이후에야 다시 보이는 아버지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애도는 아버지에 대한 재이해로 이어진다. 작가는 어린 시절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말과 행동을 떠올린다. 트럭을 타고 전국 일주를 하고 싶어 했던 마음, 늦은 나이에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여러 번 시험에 도전했던 모습, 딸이 원했던 라디오를 뒤늦게 기억하고 사주었던 마음까지.
살아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마음들이 아버지의 부재 이후 하나씩 떠오른다. 작가는 그 기억들을 따라가며 “아빠는 안 해준 게 아니라 못 해준 거였다”는 깨달음에 닿는다. 이 책이 단순한 슬픔의 기록을 넘어서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애도는 떠난 사람을 다시 이해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담담해서 더 오래 남는 애도 에세이
『나도 애도는 처음이라』는 부모를 떠나보낸 사람의 마음을 솔직하게 기록한 책이다. 슬픔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애도의 시간을 빠르게 정리하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처음 겪는 감정 앞에서 서툴고 흔들리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부모의 죽음을 경험한 독자에게는 “나만 이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위로를 건넨다. 아직 그 시간을 지나오지 않은 독자에게는 언젠가 마주하게 될 상실과 애도에 대해 조용히 생각해보게 한다.
애도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누군가의 기록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은 길이 되어줄 수 있다.
김정서 작가의 『나도 애도는 처음이라』는 그런 책이다.
커리어 책장 한 줄 추천
상실 이후의 복잡한 감정을 담담하고 진솔하게 기록한 애도 에세이.
커리어온뉴스 ‘커리어 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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