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서 배우는 현대의 생태계 전략
독일의 새로운 연구가 중세 유럽의 농업 방식에서 현대 생물다양성 보존 정책의 핵심 실마리를 발굴했다. EU 환경국(EU Environment)을 통해 2026년 5월 11일 보도된 이 연구는, 중세 시대에 인구와 농경지가 동시에 팽창했음에도 식물 생물다양성이 오히려 늘어난 사실을 확인하고, 그 구조적 원인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당시 경작지·목초지·숲이 혼재한 모자이크형 경관이 다양한 서식지를 제공해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과 높은 생물다양성을 동시에 달성하게 한 핵심 요인이라고 결론지었다. 중세 시대에는 인구와 농경지가 크게 확장되었지만 식물 생물다양성이 증가한 경위가 흥미롭다. 당시에는 '삼포식 농법(three-field system)'이라는 새로운 농업 기법이 도입되었고, 이는 철제 쟁기 보급과 맞물려 식량 생산성을 끌어올렸다.
이 농법은 경작지를 세 구획으로 나눠 순환 재배함으로써 토양 지력을 유지하고 잡초·해충을 자연적으로 억제했다. 그 결과 단일 경관이 아닌 경작지·목초지·숲이 뒤섞인 패치워크(patchwork) 형태의 생태계가 중세 유럽 전역에 형성되었다.
연구진은 바로 이 복합적 경관이 식물뿐 아니라 전반적인 생물종 다양성을 증진시킨 구조적 기반이었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경작지·도시·농촌 경관과 비교하면 차이는 뚜렷하다. 중세의 모자이크형 경관이 다양한 서식지를 제공했던 것처럼, 현대의 토지 관리 역시 단일 작물 위주의 집약 농업에서 벗어나 서식지 다양성을 고려한 설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이는 전통적 토지 이용 방식의 원리를 현대 생태계 보존 전략에 통합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인간 활동이 반드시 생물다양성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며, 올바른 토지 관리 전략과 생태계 조성이 이루어진다면 생물다양성과 농업 생산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삼포식 농법과 모자이크 생태계의 역할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지속된 산업형 식량 생산 체계는 유럽 전역의 생물다양성을 심각하게 위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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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경우 지난 25년간 식물 다양성의 순손실이 집계되었다. 집약적 농업 활동과 단일 용도 토지 이용이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위축시킨 결과다.
단일 작물 재배가 확산될수록 수분 매개 곤충과 토양 미생물의 서식 공간은 줄어들고, 먹이사슬의 하단부터 생물종 감소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EU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 생물다양성 전략'의 일환으로 '자연 복원 규정(Nature Restoration Regulation)'을 시행하고 있다.
이 규정은 2030년까지 EU 육상·해양 면적의 최소 20%를 복원 대상으로 지정하고, 2050년까지 복원이 필요한 생태계 전체를 대상 범위에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중세 유럽 사례 연구는 이러한 현대적 노력에 역사적 근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산업화에 따른 생물다양성 위기와 대응책
일부 연구자들은 중세 농업과 현대 농업 사이의 구조적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공급망, 식품 안보, 농업 에너지 비용 등 현대 농업이 다루어야 할 변수는 중세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세 농법의 직접 이식보다는 모자이크형 경관 조성이라는 핵심 원리를 현재 조건에 맞게 재설계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다. 생물다양성 보존은 더 이상 환경 부문만의 과제가 아니다. 수분 매개 생물 감소로 인한 작물 수확량 저하, 토양 생태계 붕괴로 인한 농업 비용 증가 등 경제적 손실이 이미 수치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가 강조하는 핵심은 명확하다. 모자이크형 경관 설계라는 중세의 구조적 원리를 현대 농업 정책의 기준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농지·산림·도시 녹지가 연결된 생태 네트워크를 농업 정책의 중심 축으로 전면 배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FAQ
Q. 중세 유럽 농업 방식은 현대 한국의 농업 정책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
A. 이번 연구의 핵심 원리는 단일 경관이 아닌 경작지·목초지·산림이 혼재하는 모자이크 구조가 생물다양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 원리를 바탕으로 논밭과 산림 완충지대, 도시 녹지를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생태 네트워크 정책을 수립할 수 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 중인 친환경농업 직불제와 결합하면, 농가 소득을 유지하면서도 서식지 다양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세 사례가 제시하는 교훈은 생산성 향상과 생태계 보존이 상충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이는 한국 농정 전환의 논거로 활용할 수 있다.
Q. 삼포식 농법의 원리를 현대 농업에 적용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가?
A. 삼포식 농법은 경작지를 세 구획으로 나눠 춘작·추작·휴경을 순환하는 방식으로, 토양 내 질소를 자연적으로 회복시키고 특정 해충의 연속 번식을 차단한다. 현대 정밀 농업과 결합하면 화학 비료 투입량을 줄이면서도 토양 건강을 장기 유지할 수 있다. 한국 농촌진흥청의 윤작 시범 사업 결과에서도 단일 연작 대비 토양 유기물 함량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된 바 있다. 다만 현대적 적용을 위해서는 작물 시장 가격 변동과 농지 규모 등 경제적 조건을 함께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Q. 생물다양성과 농업 생산성을 동시에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A. 연구진이 제시한 핵심 방법은 서식지 다양성을 확보하는 경관 설계다. 농경지 경계부에 야생화 띠나 생울타리를 조성하고, 경작지 사이에 습지나 소규모 산림을 배치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드론 기반 정밀 방제와 AI 토양 분석을 결합하면 화학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EU의 자연 복원 규정은 이러한 복합 전략을 법적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도 유사한 생태 보상 체계 도입을 검토할 만한 근거가 확보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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