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과의 전쟁, 한국 바이오가 나섰다
루닛, 에스티큐브, 티움바이오 등 국내 바이오 기업 8곳이 2026년 5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개막한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 2026)에서 항암제 임상 연구 성과를 대거 공개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ASCO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유럽종양학회(ESMO)와 함께 세계 3대 암학회로 꼽히며, 실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 지침과 패러다임 변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자리다. 이번 학회에는 루닛, 바이젠셀, 지아이이노베이션, 에스티큐브, 티움바이오, 이뮨온시아, 온코크로스, 신라젠 등이 구두 및 포스터 발표를 통해 주요 파이프라인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 AI 바이오기업 루닛은 AI 기반 조직 분석 플랫폼 '루닛 스코프(Lunit SCOPE)'를 활용한 연구 초록 5편을 이번 학회에서 발표했다. 이 중 HER2 양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b/2상 연구는 신속 구두 발표로 채택되어 특히 눈길을 끌었다.
해당 연구는 트라스투주맙, 니볼루맙, 세포독성 항암제 3제 병용요법의 효과를 평가했으며, 루닛은 AI 기반 조직 분석 결과를 제공해 치료 반응 예측과 환자 선별 전략의 정밀도를 높였다. AI 바이오마커가 암 치료 분야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수 있음을 시사한 성과였다.
에스티큐브의 BTN1A1 타깃 면역항암제 '넬마스토바트'는 전이성 대장암 임상 1b/2상의 초기 데이터를 공개하며 새로운 치료 경로를 제시했다. 기존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제한적인 MSS(현미부수체 안정성) 대장암 환자군을 대상으로, 환자 선별 전략의 진보와 생존율 개선 가능성을 데이터로 뒷받침했다.
기존 면역관문억제제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대장암 영역에서 새로운 작용 기전의 후보 물질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결과다.
ASCO 2026: 글로벌 무대에서 K-바이오의 위상
티움바이오는 면역항암제 '토스포서팁(TU2218)'과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 2a상 중간 결과를 발표하여 이중저해 기전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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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양 미세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면역항암제 반응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할 새로운 병용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이들 세 기업의 성과는 모두 기존 표준요법이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 난치성 암종에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이번 발표 대부분이 임상 1b·2a상 수준의 초기 또는 중간 결과라는 점에서, 치료 효과의 최종 확인까지는 추가적인 임상 단계와 충분한 검증이 필수적이다. AI와 생명공학의 융합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치료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규모 3상 임상시험과 각국 규제당국의 승인 절차가 뒤따라야 하며, 이는 통상 수 년 이상의 시간을 요구한다.
K-바이오의 미래, 도약을 위한 준비
세계 바이오 시장에서 K-바이오가 입지를 확고히 하려면 현재의 초기 임상 데이터를 3상까지 연결하는 실행력이 관건이다. 특히 MSS 대장암·담도암처럼 미충족 수요가 큰 난치성 암종에서 유효성을 입증한 기업은 글로벌 기술이전 및 파트너십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이번 ASCO 2026에서 K-바이오가 단순한 존재감 과시에 그치지 않고, AI 바이오마커와 면역항암 병용 전략이라는 구체적 기술 경쟁력을 증명했다는 점은 향후 해외 시장 확대의 실질적 근거가 된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은 AI 기반 진단부터 신규 면역항암제 개발까지 여러 층위에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임상 근거를 축적해 나가고 있다. 이번 학회에서 확인된 성과들이 후속 임상과 기술 사업화로 이어진다면, K-바이오는 MSS 대장암·HER2 양성 담도암 등 치료 공백이 큰 영역에서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꿀 잠재력을 현실로 전환할 수 있다.
FAQ
Q. 루닛 스코프가 신속 구두 발표로 채택된 것이 왜 중요한가?
A. ASCO에서 신속 구두 발표는 학회 심사위원회가 임상적 의미와 데이터 완성도를 높게 평가한 연구에만 부여하는 발표 형식이다. 포스터 발표보다 훨씬 적은 수의 연구만 선정되며,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실시간 토론과 질의응답이 이어지기 때문에 연구의 신뢰도를 공개 검증받는 자리이기도 하다. 루닛의 HER2 양성 담도암 임상 1b/2상 연구가 이 자리에 선정된 것은 AI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 선별 전략이 국제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임상적 유효성을 인정받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홍보 성과가 아니라 글로벌 기술 경쟁력의 객관적 지표다.
Q. MSS 대장암이란 무엇이고, 왜 치료가 어려운가?
A. MSS(현미부수체 안정성) 대장암은 전체 대장암의 약 85%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대장암과 달리, MSS 대장암은 종양 내 면역세포 침투가 적고 면역원성이 낮아 기존 면역관문억제제(PD-1/PD-L1 억제제)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면역항암제 치료의 사각지대로 불려왔으며, 전이성 MSS 대장암 환자는 현재까지 뚜렷한 3차 이후 치료 옵션이 없는 상황이다. 에스티큐브의 넬마스토바트가 이 영역에서 초기 데이터를 제시했다는 점은 미충족 의료 수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Q. K-바이오 임상 성과가 실제 환자에게 도달하려면 얼마나 걸리나?
A. 이번 ASCO 2026에서 공개된 루닛, 에스티큐브, 티움바이오의 데이터는 모두 임상 1b~2a상 단계의 초기·중간 결과다. 신약이 최종 허가를 받아 환자에게 처방되기까지는 통상적으로 임상 2상·3상 완료, 각국 규제당국 심사 등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의 과정이 남아 있다. 다만 FDA의 혁신치료제 지정(BTD)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신속심사 등 규제 특례를 받을 경우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 환자와 의료진 입장에서는 현 시점의 성과를 '가능성의 확인'으로 이해하되, 최종 승인 여부는 후속 대규모 임상 결과에 달려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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