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13
13. 퇴원하는 날
닷새째 아침이었다.
남자가 병실에 들어와 엄마를 진찰하고 나서 말했다.
"오늘 퇴원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수는 그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기뻤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그 기쁨이 조금 복잡해졌다. 퇴원.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 그것은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 병원을 떠난다는 것이었다.
닷새. 그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것이 있었다.
남자는 덧붙였다.
"완전히 나으신 건 아닙니다. 집에 가셔도 며칠은 더 쉬셔야 해요. 무리하시면 다시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 말이 중요했다. 퇴원이 끝이 아니라는 것. 집으로 돌아가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 영수는 그 말을 마음속에 단단히 새겼다. 엄마는 괜찮다고 하겠지만, 영수가 기억하고 있어야 했다.
엄마는 침대에 앉아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복잡했다. 살았다는 안도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무게와, 그리고 무언가 미안함 같은 것이 섞여 있었다.
영수는 그 표정을 보았다. 미안함이 무엇을 향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병원비. 그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남자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서서 말하지 않았다. 앉아서 말했다. 그 작은 차이가, 지금 하려는 말이 짧지 않을 것임을 알려 주었다.
"병원비 얘기를 해야겠네요."
엄마의 어깨가 조금 굳었다. 영수도 손을 무릎 위에서 꼭 쥐었다.
"걱정하고 계신 거 압니다."
남자는 조용히 말했다.
"지금 당장 내실 수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아주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어요. 이름이라도 남겨야 하니까요."
영수는 그 말을 들으며 낡은 공책을 떠올렸다. 사람이 왔다는 기록. 이름으로 남는 것.
남자는 공책을 꺼냈다. 엄마의 이름을 적었다. 그리고 옆에 무언가를 더 적었다. 영수는 그 글씨를 볼 수 없었지만, 남자의 손이 멈추지 않고 조용히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공책을 덮으며 남자가 말했다.
"나중에 형편이 되면 주시면 됩니다. 언제가 되어도 괜찮습니다."
엄마는 입술을 달싹였다.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눈가가 조금 붉어졌다.
"감사합니다…."
그 말은 작았다. 하지만 방 안을 가득 채울 만큼 무거웠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가려다 잠시 멈추었다. 뒤를 돌아보며 엄마에게 말했다.
"다음에 오실 때는 이렇게 아프게 오지 마세요."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이상하게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다음에 또 올 수 있다는 것. 이곳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보다는 덜 힘든 날 오라는 것.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조금 웃었다.
영수는 엄마가 웃는 것을 닷새 만에 처음 보았다.
짐은 많지 않았다.
들어올 때 가져온 것이 거의 없었으니까. 낡은 저고리 하나, 엄마의 빗 하나, 그리고 영수의 주머니 속 동전들. 영수는 짐을 챙기며 병실을 둘러보았다.
낡은 침대. 작은 창문. 오래 닦인 바닥. 이 방이 며칠 동안 자신과 엄마에게 집이었다는 것이 이상하게 실감났다. 집보다 더 집 같은 시간이 있었다는 것이.
복도로 나서자, 간호사가 인사를 건넸다.
"건강히 가세요."
영수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맞은편 병실 쪽을 한 번 바라보았다. 열한 살 여자아이는 이제 없었다. 어제 먼저 퇴원했다고 들었다. 그 아이와 말을 제대로 나눈 것은 한 번뿐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눈빛 교환이 영수에게는 오래 남아 있었다.
할머니 병실 앞도 지나쳤다. 물 한 그릇을 가져다 드렸던 그 방. 문이 닫혀 있었다. 안에 할머니가 아직 계신지는 알 수 없었다.
영수는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잠깐 멈추었다.
병원 문 앞에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를 부축하며 문 밖까지 같이 나오기 위해서였다. 아직 혼자 걷기에는 불안한 상태였다. 영수는 반대쪽에서 엄마를 받쳤다. 셋이 함께 문 쪽으로 걸었다.
문이 열렸다.
차가운 공기가 밀려왔다. 골목을 걸어오던 그 공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때의 공기는 두려움 속에서 맞았다. 지금의 공기는 엄마와 함께, 그리고 누군가의 손길을 받으며 맞았다.
같은 겨울 공기였지만, 피부에 닿는 느낌이 달랐다.
문 앞에서 남자는 엄마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쉬면서 드세요. 무리하지 마시고."
엄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없었다.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
남자는 영수를 내려다보았다.
"영수야."
"네."
"어머니 부탁한다."
그 말은 짧았다. 하지만 영수에게는 크게 들렸다. 부탁한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었다. 믿는다는 말이었다. 열 살짜리 아이를 향해,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말이었다.
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반사적으로가 아니었다. 진짜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골목은 그대로였다.
눈은 많이 녹았다. 며칠이 지났으니까. 하지만 아직 그늘진 곳에는 조금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지나갔다. 연탄 냄새가 났다. 누군가 빨래를 걷고 있었다. 아이들이 뛰었다.
모든 것이 닷새 전과 같았다.
그런데 영수에게는 달라 보였다.
닷새 전 이 골목을 걸을 때, 영수는 두려움을 안고 걸었다. 엄마가 어떻게 될지 몰랐고, 병원 문이 열릴지 몰랐고, 동전 몇 개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몰랐다.
지금은 달랐다.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았다. 병원비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엄마는 완전히 낫지 않았고, 집에는 여전히 쌀이 부족했다. 달라진 것이 없는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영수 안에서는 무언가가 달라져 있었다.
그는 엄마의 팔을 받치며 걸었다. 엄마의 걸음은 느렸다. 영수는 그 걸음에 맞추었다. 빠르게 가려고 하지 않았다. 엄마가 걷는 속도로, 그 옆에 나란히.
남자가 영수의 보폭에 맞추어 걸었던 것처럼. 그 걸음의 방식이, 지금 영수의 몸 안에 있었다.
골목 모퉁이를 돌자 집이 보였다. 낡은 문. 기울어진 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집.
하지만 영수는 그 문을 보며 생각했다. 닷새 전, 엄마를 두고 나서면서 저 문을 닫았다. 그때는 돌아올 수 있을지 몰랐다. 아니, 돌아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돌아올 때 엄마가 어떤 상태일지가 두려웠다.
지금 엄마가 옆에 걷고 있었다. 느리지만, 걷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영수에게 가장 큰 것이었다.
집 문을 열었다.
방 안의 공기는 차가웠다. 며칠 동안 아무도 없었으니까. 영수는 먼저 들어가 이불을 폈다. 엄마가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엄마는 천천히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따뜻하게 해 드릴게요."
영수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땔감을 찾았다. 조금 남아 있었다. 아궁이에 불을 붙였다. 작은 불씨가 일었다가 꺼질 뻔했다. 영수는 조심스럽게 바람을 불었다. 불이 살아났다.
엄마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네가 다 했구나."
영수는 고개를 들었다.
"뭐가요?"
"이번에."
영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냥 다시 불 쪽을 바라보았다. 불이 조금 더 살아나고 있었다.
그날, 영수는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 버텨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 혼자라는 것이 완전한 혼자는 아니었다. 누군가 문을 열어 주었고, 누군가 옆에 걸어 주었고, 누군가 이름을 기록해 두었다.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영수는 혼자인 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자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불이 더 커졌다. 방 안이 조금씩 따뜻해졌다.
엄마는 이불 속에 손을 넣고 눈을 감았다. 기침이 없었다. 숨소리가 고르게 이어졌다.
영수는 그 옆에 조용히 앉았다.
골목 끝 병원의 불빛은, 지금도 거기에 있을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