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시아만의 모래바람 너머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지각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이란 전쟁이라는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라는 두 이름이 한층 더 가까이 어깨를 맞대는 풍경이 펼쳐진다. 영국 매체 '미들 이스트 아이(Middle East Eye)'가 복수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전한 보도에 따르면, 두 나라 사이의 군사 협력은 단순한 외교적 친목을 넘어 방공망과 드론 무력화 기술의 공동 개발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미국이 이 두 나라를 포함한 역내 국가에 86억 달러(약 11조 7천억 원) 규모의 무기 판매 패키지를 승인한 사실은, 이 흐름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웅변한다. 페르시아만의 새 질서, 그 첫 페이지가 지금 막 펼쳐지고 있다.
전쟁이 끝난 뒤에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전쟁은 사람의 마음을 바꿔놓는다. 국가의 마음 또한 다르지 않다. 이란 전쟁이라는 한 시기의 격류가 지나간 직후, 가장 먼저 변하기 시작한 것은 페르시아만 연안국들의 안보 셈법이다. 미들 이스트 아이는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토대로, 이스라엘과 UAE 간의 군사적 결속이 전쟁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한다. 두 나라는 특히 항공 방어 시스템과 무인기(드론) 대응 기술이라는, 현대 전장의 가장 첨예한 영역에서 손을 잡았다. 이미 2020년 '아브라함 협정'으로 외교적 빗장을 풀었던 두 나라가, 이제는 무기 체계의 심장부까지 함께 들여다보기 시작한 셈이다.
공동 방위 기금, 그리고 '엄청난 돈'
보도의 핵심은, UAE와 이스라엘이 새로운 무기 체계를 공동으로 구매하고, 일부 시스템은 처음부터 함께 개발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아부다비 당국이 이스라엘의 방공 기술에 직접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 전직 미국 고위 관계자는 두 나라의 공동 방위 기금에 "매우 큰 금액"이 배정됐다고 말한다. 그 '큰 금액'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으나, 그 그림자만으로도 페르시아만의 군사 지형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승인한 86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패키지는 이 흐름을 뒷받침하는 단단한 디딤돌이 된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이번 협력의 윤곽이 이란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UAE를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잡혔다고 주장한다. 네타냐후가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직접 마주 앉았다는 것이다. 아부다비 측은 이 주장을 곧바로 부인한다. 그러나 부인은 종종, 침묵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란의 분노, UAE의 선택
이 모든 풍경의 배경에는 깊은 균열이 있다. 이란 전쟁 기간, 이란은 미군 기지를 품은 걸프 국가들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고, 그중 가장 큰 표적 가운데 하나가 바로 UAE였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UAE 또한 이란을 향해 공격을 가했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이런 긴장의 한복판에서, 이란의 아락치 외무장관은 UAE를 향해 칼날 같은 말을 던졌다. "그들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편에 서기로 선택했다." 짧은 한 문장이지만, 그 안에는 페르시아만이 둘로 갈라지는 소리가 담겨 있다. 시기적으로 2026년 5월, 이 모든 보도가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르며 중동의 지정학 지도는 빠르게 다시 그려지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