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5월 21일 백악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좀처럼 쓰지 않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핵전쟁(nuclear war)" 이라는 네 글자였다. 그는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못 박았다.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으면, 중동에서 핵전쟁이 일어난다. 그 전쟁은 미국과 유럽까지 번질 것이다." 단순한 외교적 경고가 아니다. 2026년 2월 28일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살얼음판 휴전에 들어선 지 한 달여, 협상 테이블은 다시 무너지기 직전이다. 백악관 크로스 홀에 울려 퍼진 이 한마디는 워싱턴부터 테헤란, 텔아비브, 서울의 주유소 가격표에까지 진동을 일으키고 있다.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가 어떻게 70억 인류의 운명을 흔들고 있다.
이번 발언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2026년 이란 전쟁은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으로 막이 올랐다. 3월 들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자 글로벌 유가가 폭등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48시간 안에 해협을 열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를 박살내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렸다. 4월 1일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는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보내겠다는 격앙된 표현까지 등장했다. 결국 4월 7일과 8일, 파키스탄의 중재와 중국의 막바지 압박 속에 휴전이 성사되었다.
그러나 그 휴전은 종전이 아니었다. 5월 7일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미 해군 구축함 USS 메이슨을 포함한 3척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고, 5월 11일에는 트럼프가 이란의 평화 역제안을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축했다. 핵 문제는 여전히 가장 큰 가시였다. 이번 21일 발언은 그 누적된 긴장의 정점에 놓여 있다.
백악관 기자회견장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에 관한 질문을 받자 단호하게 답했다. "지금 우리는 협상 중이다. 어떻게 흘러갈지는 두고 보겠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이 일은 매듭짓는다.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결단코 허용되지 않는다."
이어 그는 목소리를 한층 낮추며 본론을 꺼냈다. "지금 우리는 일부 사람들이 '미친 나라'라고 부를 수도 있는 한 국가의 핵무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용납할 수 없다. 이것이 본질이다. 만약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으면 중동에서 핵전쟁이 벌어진다. 그 불길은 여기 미국과 유럽까지 번진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둘 수 없고,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그 어떤 사안도 이란의 핵 보유를 막는 일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 그의 결론은 더욱 칼날 같았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든지, 아니면 우리가 매우 강경한 조치를 취하든지 둘 중 하나다."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양자택일을 들이민 셈이다.
질문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옮겨가자, 트럼프 대통령의 어조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쥐고 있다." 그는 미국이 이란에 가한 해상 봉쇄가 "강철벽"을 형성했으며, 이란과 연결된 어떤 선박도 그곳을 빠져나가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이란의 해군·공군·미사일 능력이 이번 전쟁으로 거의 무력화되었다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미국 측 추산에 따르면 봉쇄로 인해 이란은 매일 약 5억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 이란과 오만이 추진 중이라는 호르무즈 해협 결제 시스템에 대해서는 명확히 거부했다. "해협은 자유로워야 한다. 통행료는 있어서는 안 된다. 국제 수로이자 국제 해협이기 때문이다." 농축 우라늄 처리 방안에 대한 질문에는 더욱 단도직입적으로 답했다. "고농축 우라늄은 우리가 가져온다. 우리에게 필요해서가 아니다. 손에 넣은 뒤 아마도 폐기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것을 보유하도록 두지 않는다." 이는 같은 날 보도된 이란 최고지도자 무즈타바 하메네이의 '우라늄 국외 반출 금지' 지령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발언이다. 협상장은 좁아지고 있다.
핵전쟁이라는 단어는 가볍게 발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도시의 불빛이 일순간 꺼지고, 어머니의 품에 안긴 아기가 사라지며, 수천 년을 이어온 문명의 기록이 한 줌 재로 흩어지는 사태를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그 단어가 나왔을 때, 그것은 단순한 정치 수사로 들리지 않았다. 그는 위협이 아니라 가능성을 말한 것에 가깝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상하리만치 평온해 보이지만, 그 평온의 표면 아래는 활화산처럼 끓고 있다. 페르시아만의 한 척 유조선이 멈추는 순간, 한국의 주유소 숫자판도 흔들리고, 식탁 위의 빵값도 흔들린다. 인류의 운명이 이토록 촘촘히 엮여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핵의 그림자 앞에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누군가가 두려움 대신 용기를, 보복 대신 용서를, 굴복 대신 신뢰를 먼저 선택하지 않으면 협상은 시작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결단이 인류를 살리거나 무너뜨린다. 평화는 결코 저절로 오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