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전 내려놓고 호미 든 엘리트, 예천 농업의 미래를 디자인하다
화려한 도시를 뒤로하고 고향의 흙을 선택하다
“좋은 머리로 왜 농사를 짓느냐”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연세대학교에서 법학과 사회복지를 공부한 박덕근 대표는 한때 서울에서 안정적인 길을 걸을 것이라 기대받던 인물이었다. 더 높은 자리, 더 좋은 직업, 더 화려한 도시의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늘 고향 예천의 냄새를 향하고 있었다. 결국 그는 법전 대신 호미를 들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던 서울의 길을 내려놓고 다시 예천으로 돌아왔다.
주변의 반응은 차가웠다. “연세대까지 나와서 왜 농사를 짓느냐”는 말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박덕근 대표에게 귀농은 실패나 후퇴가 아니라 도시에서 배운 기획력과 경영 감각을 지역 농업에 접목시키는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다. 그는 농업을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1차 산업으로 보지 않고, 지역의 전통과 문화, 사람의 삶, 소비 트렌드까지 연결하는 미래 산업으로 바라봤다.
그 시선은 결국 ‘예천 참기름 커피’라는 독창적인 결과물로 이어졌다. 서울과 일본에서 참기름 커피가 유행하는 흐름을 읽은 그는 “참기름 하면 예천인데 왜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렇게 지역의 전통 식재료였던 참기름은 그린바스켓이라는 공간 안에서 새로운 로컬 콘텐츠로 다시 태어났다.
그가 운영하는 ‘그린바스켓’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지역 농산물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가장 정직하게 전달하려는 실험장이자, 예천 농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플랫폼에 가깝다. 참기름과 꿀, 쌍화차 같은 지역 특산품은 이곳에서 단순 상품이 아닌 ‘예천의 이야기’로 소비된다. 박덕근 대표는 생산과 가공, 체험과 문화가 함께 움직여야 지역 농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귀농인연합회장과 곤충유통사업단장 등을 맡으며 지역 농업 기반 구축에도 앞장서 왔다. 농업법인을 운영하며 청년 귀농인들과 지역 농가를 연결하는 역할도 꾸준히 이어왔다. 도시 청년들에게 농촌은 더 이상 낙후된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 살아 있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박덕근 대표의 손은 거칠다. 한때 법전을 넘기던 손에는 이제 예천의 흙이 깊게 배어 있다. 그러나 그 손끝에는 여전히 치밀한 기획력과 사람을 향한 진심이 함께 살아 있다. 화려한 도시의 스펙보다 고향의 흙을 선택한 이유. 그 답은 지금도 예천의 들판과 그린바스켓의 한 잔 커피 안에서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냉혹한 현실을 깨고 '6차 산업형' 현장 경영인으로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예천으로 돌아온 뒤 박덕근 대표가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냉혹한 현실이었다. 도시에서는 ‘연세대 출신 엘리트’로 불렸지만, 농촌에서는 결국 흙을 이해하고 버텨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는 농업이 책으로 배우는 산업이 아니라 사람과 계절, 지역 공동체를 함께 견뎌야 하는 생활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익혀갔다.
처음부터 길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귀농 초기에는 “젊은 사람이 오래 버티겠느냐”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덕근 대표는 단순히 개인 농사를 짓는 데 머물지 않았다. 지역 전체의 농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직접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예천군 귀농인연합회장을 맡아 귀농인들의 정착 문제와 판로 확대, 지역 공동체 적응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단순한 행정 지원이 아니라 실제 농촌에서 살아남기 위한 현실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핵심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부분은 곤충유통사업단장 활동이었다. 당시만 해도 곤충 산업은 생소한 분야로 여겨졌지만, 박 대표는 미래 농업 시장의 가능성을 먼저 읽었다. 식용 곤충과 기능성 소재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흐름을 분석하고 지역 농업과 연결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나섰다. 단순 재배 중심 농업에서 벗어나 가공·체험·유통까지 연결되는 이른바 ‘6차 산업형 농업’ 모델을 지역에 정착시키려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농업법인을 운영하며 지역 농가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생산자들이 제값을 받고 소비자들은 믿고 먹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도시 소비자들의 입맛과 트렌드를 분석해 지역 농산물을 단순 특산품이 아닌 ‘브랜드’로 키워야 한다는 전략도 함께 세웠다. 이러한 시도는 이후 그린바스켓 운영과 로컬푸드 콘텐츠 개발의 기반이 됐다.
박덕근 대표가 지역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예천을 단순히 농사짓는 공간으로 보지 않았다. 평생 지키고 키워야 할 삶의 터전이자 지역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관심은 늘 ‘어떻게 하면 지역 농업이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었다. 청년 귀농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구조, 지역 농산물이 도시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유통 방식, 그리고 농촌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그렇게 박덕근 대표는 ‘귀농한 엘리트’라는 단순한 수식어를 넘어 지역 농업을 기획하고 설계하는 현장형 경영인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예천의 흙 위에서 그는 이제 법률가가 아닌, 지역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농업 실천가로 살아가고 있다.
전통 식재료의 변신, ‘예천 참기름 커피’의 탄생
박덕근 대표가 ‘참기름’에 주목한 이유는 단순했다. 예천 사람들에게 참기름은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그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과 일본의 식문화 트렌드를 유심히 지켜보며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건강한 지방과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버터커피와 오일커피가 유행하는 시대였다. 그런데 정작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참기름’은 제대로 된 콘텐츠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참기름 하면 예천인데, 왜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
박덕근 대표는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는 제품이 아니라 예천만이 만들 수 있는 로컬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예천 참기름 커피’였다. 그는 직접 개발 과정에 참여해 수십 차례 맛 테스트를 반복했다. 일반 카페라테처럼 무겁거나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참기름 특유의 고소함이 살아 있어야 했다. 동시에 지역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어야 했다.
그린바스켓에서 선보인 ‘예천 참기름 커피’는 기존 커피와 확실히 달랐다. 진한 에스프레소 위에 부드러운 휘핑크림과 오트밀이 올라가고, 마지막에 박덕근 대표가 직접 생산한 참기름이 더해진다. 첫맛은 부드럽지만 뒤로 갈수록 깊고 고소한 풍미가 입안에 오래 남는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한국형 방탄커피’라는 별칭까지 붙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박 대표는 이 음료를 단순한 화제성 상품으로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는 참기름 자체가 가진 건강한 이미지와 지역 농업의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고자 했다. 참기름은 오래전부터 한국 식탁을 지켜온 전통 식재료다. 그는 전통 식재료에 현대적인 감각과 카페 문화를 접목해 젊은 세대들도 자연스럽게 로컬푸드를 경험하도록 만들었으며, 농업을 ‘촌스러운 산업’이 아닌 트렌디한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했다.
이 과정에서 박덕근 대표의 기획력은 더욱 빛났다. 그는 농산물을 단순히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만으로는 지역 농업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신 소비자가 경험하고 기억할 수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그린바스켓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예천의 맛과 철학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참기름 커피 한 잔에도 예천의 농부와 들판, 지역의 시간이 함께 담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그린바스켓을 찾는 방문객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부드럽다”, “참기름 향이 커피와 이렇게 잘 어울릴 줄 몰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새로운 방식으로 예천 농산물을 즐기기 시작했다. 지역의 전통 식재료를 현대적 콘텐츠로 바꾸는 실험은 그렇게 조금씩 가능성을 증명해가고 있다.
박덕근 대표는 지금도 말한다. 농업은 결국 시대 흐름을 읽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그러나 그 변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지역의 진짜 맛’이 있어야 한다고. 예천 참기름 커피는 바로 그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담긴 결과물이다.
정직한 신뢰로 농촌의 지속 가능한 내일을 짓다
그린바스켓의 슬로건은 단순하지만 분명하다. “직접 농사 지어 식탁까지.” 박덕근 대표는 이 짧은 문장 안에 자신이 추구하는 농업의 방향을 모두 담았다고 말한다. 농업은 단순히 많이 생산하는 산업이 아니라 사람의 건강과 삶을 책임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생산 과정부터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확인하고 관리하는 방식을 고집해왔다.
그린바스켓에서 판매되는 대표 상품들도 이런 철학 위에서 만들어진다. 가장 중심에 있는 제품은 역시 ‘박덕근 참기름’이다. 예천 지역에서 재배한 깨를 엄선해 착유한 참기름은 깊고 진한 고소함으로 입소문을 탔다. 여기에 지역 농가와 협업해 생산하는 천연 벌꿀, 전통 방식으로 재료를 우려낸 쌍화차, 계절 농산물을 활용한 로컬푸드 메뉴들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단순히 상품 종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예천의 건강한 맛’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박덕근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원재료 관리다. 그는 지역 농산물이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직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가능한 한 직접 재배하거나 생산 이력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는 농가의 재료만 사용한다. 유통 과정도 최소화한다. 지역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이 불필요한 가공과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치면서 본래의 맛과 신뢰를 잃어버리는 구조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땅은 정직하다. 욕심내서 억지로 키우면 결국 사람에게 돌아간다.”
박 대표는 농업의 기본이 결국 사람을 속이지 않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린바스켓은 화려한 마케팅보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평가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실제로 단골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자극적이지 않아 오래 먹게 된다”,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는 반응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 신뢰를 쌓는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그것이 결국 지역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 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의 관심은 단순히 상품 판매에만 머물지 않는다. 박덕근 대표는 예천군 귀농인연합회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청년 귀농인들과 지역 농가를 연결하는 역할에도 꾸준히 힘을 쏟고 있다. 그린바스켓 역시 단순한 카페 운영 공간이 아니라 지역 농업 네트워크 플랫폼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청년 귀농인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소개하고, 로컬푸드 상품 개발 과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방식이다.
특히 그는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 지원금보다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단순 재배 기술보다 브랜딩과 가공, 온라인 판매, 로컬 콘텐츠 기획 역량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린바스켓에서 진행되는 일부 협업 프로그램 역시 이런 방향에 맞춰 운영되고 있다. 지역 농산물을 단순 생산품이 아니라 경험형 콘텐츠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박덕근 대표가 꿈꾸는 미래는 분명하다. 예천 농업이 더 이상 낡은 산업으로 소비되지 않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돌아와도 충분히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고, 지역 농산물이 도시의 트렌드와 연결되며, 농촌이 문화와 관광까지 품어내는 공간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린바스켓은 지금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작은 실험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박덕근 대표의 손은 거칠다. 오랜 시간 흙을 만진 사람의 손이다. 그러나 그 손에는 단순한 노동의 흔적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연세대학교 법대에서 배운 치밀한 사고, 서울에서 익힌 기획 감각, 그리고 고향을 지키겠다는 진심이 함께 배어 있다. 도시의 화려한 스펙을 뒤로하고 예천으로 돌아온 그의 선택은 이제 단순한 귀농 이야기를 넘어 지역의 미래를 다시 설계하는 실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그린바스켓 역시 단순한 로컬 카페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곳은 예천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현장이자, 지역 농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며, 청년 귀농인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의 모델이 되고 있다. 참기름과 꿀, 쌍화차 같은 전통 농산물은 이 공간 안에서 더 이상 오래된 시골 상품이 아니다. 지역의 철학과 이야기를 담아낸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특히 ‘예천 참기름 커피’는 박덕근 대표의 철학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그는 참기름이라는 전통 식재료를 단순한 농산물로 보지 않았다. 시대 흐름과 소비 트렌드를 읽고, 여기에 예천만의 색깔을 입혀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켰다. 농업은 결국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의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박덕근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정직함’이다. 그는 농업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라고 말한다. 생산자가 욕심을 줄이고 땅을 정직하게 대할 때 소비자 역시 그 진심을 알아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직접 농사를 짓고, 직접 원재료를 관리하며, 소비자들에게 가장 건강한 방식으로 예천의 맛을 전달하기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화려한 도시의 성공보다 고향의 흙을 선택한 남자. 법전 대신 호미를 들었던 선택은 이제 예천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키워내는 씨앗이 되고 있다. 박덕근 대표가 일구고 있는 것은 단순한 농장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지역,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오래된 약속에 가깝다.
“농업은 결국 사람과 땅의 약속이다.”
그 말처럼 오늘도 예천의 흙 위에서는 한 사람의 진심이 조용히 미래를 키워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