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의 마지막 날이다. 올해 이 주간은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효과를 다시 묻는 국제적 계기였고, 공교육의 변화와 맞물려 예술교육이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했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게 지금 예술교육이 마주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예술교육이 왜 지금 다시 흔들리는가
예전에는 결과물이 잘 나오면 수업이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 학생이 어떤 질문을 했고, 무엇을 골랐고, 왜 고쳤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공교육의 수행평가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자료를 단순히 모아 제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참고한 근거와 선택의 이유, 수정의 과정을 함께 기록하도록 요구한다. AI 활용도 마찬가지다. 결과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썼는지 설명해야 한다.
교육은 점점 정답의 속도보다 사고의 경로를 보게 되고, 예술교육은 바로 그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
북아트가 갑자기 다시 보이는 이유
이 변화 속에서 북아트 활동을 다시 보게 된다. 25년간 아이들과 함께 스토리 팝업북을 만들어온 현장에서, AI 시대에 접어든 지금 아날로그 창작형 북아트 활동의 의미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필자가 작업해온 창작형 북아트 활동은 겉으로 보면 책 모양의 만들기 활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담는다. 책이라는 형식은 이야기를 순서대로 배열하게 만들고, 장면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며, 내용을 글과 이미지, 때로는 팝업과 함께 구성하게 한다.
아이가 자기 경험이나 상상을 바탕으로 한 권의 책을 직접 만든다면, 그는 단지 종이를 접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구조화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장면을 먼저 둘지, 어떤 색을 쓸지, 어떤 문장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 결정하는 과정 자체가 창작이 된다.
만들기와 창작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문제는 모든 북아트 활동이 같은 교육적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반제품을 꾸미거나 표지만 꾸미는 작업은 순간의 재미가 될 수 있지만, 창작의 깊이가 충분하지 않다.
반면 아이가 직접 이야기를 떠올리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페이지의 흐름과 책의 구조까지 생각해서 작업한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활동이 된다. 무엇을 선택했고, 무엇을 버렸고, 왜 다시 고쳤는지가 초안 작업과 책 속에 남는다.
바로 여기서 창작형 북아트 활동은 과정과 결과가 모두 창작 로그가 된다. 완성된 책은 작품이면서 동시에 생각의 흔적이고, 기획과 판단의 기록이며, 자기 세계를 만들어간 과정을 보존한 문서가 된다.
AI 시대일수록 느린 작업이 필요한 이유
AI가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시대일수록,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는지를 남기는 일이 중요해진다.
창작형 북아트 활동은 바로 그 능력을 훈련시키는 데 적합하다. 연필과 종이 한 장으로 시작해서, 그리고 쓰며 손으로 접고 자르고 붙이는 물리적 과정 속에서 아이는 느리게 생각하고, 반복해서 고치고, 자기 판단을 눈앞에 드러내게 된다.
그 느림은 비효율이 아니라 학습의 핵심이다. 빠르게 정답을 얻는 대신, 자기 안에서 아이디어를 이야기로, 또 하나의 세계관으로 만들어내는 힘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교육이 끝내 지켜야 할 것
작은 생각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씨앗인지 깨달은 아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신감을 가지고 표현하고 키우는 법을 배우게 된다. 수많은 시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실패를 즐기고 자신의 꿈을 이뤄갈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예술교육 주간이 던지는 질문도 결국 이 지점에 닿아 있다. 예술교육은 재능을 선별하는 장이 아니라, 각자가 자기 세계를 형성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
창작형 북아트 활동은 그 과정을 가장 구체적으로, 가장 손에 잡히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낙서 수준의 끄적임에서 세계관으로 확장하며 상상하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결국 예술교육은 자신의 삶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묻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