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을 숫자로 세는 시대가 왔다.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이제 세 번째. 2026년 5월 말,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세 번째 전쟁' 가능성을 향해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채비를 서두른다. 한쪽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휴전과 합의를 논하는데, 정작 텔아비브는 그 평화의 가능성을 안도가 아닌 불안으로 바라본다. 미국에서 막 도착한 신형 급유기는 ‘게임체인저로 불리고, 본토의 방위 태세는 한 단계 끌어올려진다. 협상장의 악수와 격납고의 굉음이 동시에 울리는 이 모순의 풍경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왜 다시 전쟁을 준비하나
피로 얼룩진 시간표가 이 불안의 뿌리다. 이번 전쟁은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으로 시작됐고, 이스라엘 공군은 4천여 표적을 향해 1만 800여 차례의 타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한 차례의 충돌로 끝나지 않았다. 두 번의 라운드를 치른 지금, 텔아비브의 군 수뇌부는 다음 라운드가 반드시 온다고 본다. 이유는 명료하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충돌에서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고 자평하며, 이란이 다음 전쟁에서는 한층 발전된 미사일 능력과 더 빠른 대응 속도로 전장에 설 것이라 평가한다. 적은 패배할 때마다 배운다. 그 학습의 속도가 이스라엘을 잠 못 들게 한다. 그래서 이번 준비의 방식은 은밀하다. 정치·군사 지도부는 유사시 모든 기관이 즉각 가동되도록 지시했고, 그 모든 채비는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다.
무엇이 도착했나, 누가 움직이나
이 긴장의 한복판에 한 대의 비행기가 있다. 5월 27일 네바팀 공군기지에서, 미국이 인도한 보잉 KC-46 '기드온' 공중급유기가 이스라엘 공군에 처음 배치된다. 국방부가 도입하는 6대 중 첫 번째다. 이스라엘 언론이 이를 ‘게임체인저’라 부르는 데는 까닭이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에서 약 2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그간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장거리 작전을 위해 주로 미군 급유기에 의존해 왔다. 반세기 가까이 쓰인 노후한 보잉 707 급유기를 대체할 이 신형기는, 미국의 승인 없이도 홀로 멀리 날아가 타격할 자유를 이스라엘에 안긴다. 동시에 본토의 시계도 빨라진다. 군 당국은 일상에서 전면전 체제로 짧은 시간 안에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본토 전선 사령부의 전시 대비 수준을 끌어올린다. 무기는 도착하고, 명령은 하달되며, 한 사회 전체가 전쟁의 시간으로 시계를 맞춘다.
침묵 속의 경고, 그날의 공기
가장 서늘한 대목은 그들이 그리는 다음 전쟁의 그림이다. 본토 전선 사령부는 세 번째 전쟁이 사전 경고 없는 기습으로 시작될 것이라 상정한다. 첫 라운드에서 이란의 첫 미사일까지 18시간이 걸렸고, 두 번째에서는 개전과 하메네이 암살로부터 2시간 50분으로 줄었으며, 이번엔 그보다 더 빠를 것이라 본다. 그래서 전쟁 초기 본토 전역이 '적색'으로 전환되어 벤구리온 공항과 교육 체계까지 멈추는, 민간 영역의 완전한 셧다운을 각오한다. 더 깊은 불안은 협상 테이블에서 온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협의 중인 합의가 이란의 탄도미사일 문제를 사실상 비껴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스라엘 본토를 위협해 온 가장 큰 칼날이 바로 그 미사일이기 때문이다. 일부 논평가는 지난 전쟁에서 설정한 목표가 온전히 달성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적을 무너뜨렸다고 믿었는데 끝내지 못했다는 그 미완의 감각이, 다시 칼을 갈게 만든다.
나는 전쟁을 번호로 부르는 이 시대 앞에서 깊은 슬픔을 느낀다. 세 번째라니. 마치 계절이 돌아오듯 전쟁이 돌아오고, 사람들은 다음 차례를 손꼽아 헤아린다. 본토가 '적색'으로 물들면 아이들의 학교가 닫히고 공항의 불이 꺼진다 한다. 그 무미건조한 군사 용어 뒤에는, 경보음에 잠이 깨는 어린아이의 떨림과 지하 대피소의 눅눅한 공기가 숨어 있다. ‘게임체인저’라 불리는 비행기 한 대가 격납고에 들어설 때, 누군가의 집은 다시 표적의 좌표가 된다. 이 시대를 살아가며 나직이 묻는다. 우리는 언제까지 전쟁을 첫째, 둘째, 셋째로 세어야 하는가. 칼을 쟁기로 바꿀 그날은, 정녕 이 땅의 몫이 아니란 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