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는 발표되었으나, 하늘은 아직 평화를 모른다. 2026년 6월 3일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한 장의 공동 성명이 세상에 나왔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무너지던 휴전을 되살리고, 레바논 땅 안에 헤즈볼라가 발붙일 수 없는 '시범 안보 구역'을 세우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잉크가 마르기도 전, 레바논 남부의 하늘은 다시 갈라졌다. 평화의 문서와 전쟁의 포연이 같은 시각에 공존하고 있다.
한 전쟁이 두 전선으로 갈라진 봄
2026년의 봄은 중동의 지도 위에 또 하나의 핏자국을 남겼다. 시작은 2월 28일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향해 합동 공습을 감행했고, 그 첫 일격에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목숨을 잃었다. 권력의 심장이 멎자, 충격파는 국경을 넘어 레바논으로 번졌다. 이틀 뒤인 3월 2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을 쏘아 올렸고, 이스라엘은 보복 공습으로 응수했다.
이스라엘은 곧 레바논 전역을 폭격하고 남부에 지상군을 들여보냈다. 한 전쟁이 두 개의 전선으로 갈라진 것이다. 4월 16일 미국 중재로 첫 휴전이 맺어졌으나 총성은 멎지 않았다. 지난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북부를 겨눈 드론·로켓 공격에 대응하라며 군에 공격을 강화하고 내륙으로 더 깊이 진격하라 명령했다. 휴전이라는 이름의 종이는 그렇게 몇 번이고 찢겼다.
박수 없는 합의문
네 번째 미국 중재 회담 끝에 나온 이번 합의의 핵심은 분명하다. 헤즈볼라의 사격이 '완전히 중단'되고, 국경에서 북쪽으로 약 30km 떨어진 리타니강 이남에서 모든 대원이 철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구역은 레바논 정규군이 단독으로 통제하며 어떤 비국가 행위자도 발을 들이지 못한다. 다만 성명에는 그 구역이 지도상 어디인지, 실제로 어떻게 운용될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다. 이스라엘은 군 철수에 앞서 헤즈볼라의 즉각 무장 해제를 원하고, 레바논은 휴전을 전국으로 넓혀 포괄적 평화로 잇기를 바란다. 양측은 6월 22일 다시 마주 앉기로 했다.
그러나 박수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스라엘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은 이번 합의를 "심각한 실수"라 부르며 헤즈볼라만 더 강해질 것이라 비난했다. 헤즈볼라 정치위원 마흐무드 카마티는 BBC에 "휴전은 없었고, 다히에 지구를 보호한다는 합의만 있었을 뿐"이라 잘라 말했다. 협상 자체를 원칙적으로 거부했으니 그 결과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화를 적어 내린 종이 위에서, 정작 총을 든 자는 서명을 거부한 셈이다.
숫자가 멈춘 자리에 이름이 남는다
종이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 레바논 남부의 하늘은 다시 갈라졌다. 수요일과 목요일, 이스라엘의 공습은 남부 전역을 훑었다. 항구도시 티르 남쪽 알후쉬에서는 시리아인 4명과 팔레스타인인 2명이 숨졌다. 동쪽 체후르에서는 구급차가 직접 타격을 받아 구급대원 2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레바논 보건부는 지난 석 달간 구급차와 의료시설을 겨눈 공격으로 응급·의료 인력 12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나바티에 인근 도로에서는 오토바이를 타던 레바논 군인이 드론에 희생됐고, 수도 베이루트 코앞 칼데 해안 고속도로까지 차량 공격이 닿았다. 부분 휴전 이후 수도에 가장 가까이 다가온 불길이다.
숫자는 차갑지만 무겁다. 레바논 보건부 집계로 3월 이후 최소 3,516명이 숨졌으며, 이 통계는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유엔은 100만 명이 넘는 피난민을 기록했고, 이스라엘의 대피령은 국토의 8분의 1을 넘는 땅을 덮었다. 이스라엘 쪽에서도 군인 26명과 민간인 4명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이 모든 장면의 배후에는 워싱턴과 테헤란의 신경전이 흐른다.
부분 휴전을 발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베이루트 폭격을 명령한 직후 욕설 섞인 통화에서 그를 "미친 사람"이라 불렀다는 보도를 사실상 인정했다. 이란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는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전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