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세안의 실버 경제 강조
아세안(ASEAN) 회원국들이 급증하는 고령 인구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포괄적이고 지속 가능한 '실버 경제(Silver Economy)' 구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필리핀 사회복지개발부(DSWD) 장관이자 아세안 사회문화공동체(ASCC) 의장인 렉스 가찰리안(Rex Gatchalian)은 아세안 고령화 인구 관련 고위급 포럼 개막 연설에서 "실버 경제는 단순히 고령 인구를 위한 틈새시장이 아니라, 장수가 배제의 원인이 아닌 경제적·사회적 이점이 되도록 사회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논의는 스스로도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한국에 직접적인 정책 시사점을 제공한다.
실버 경제란 고령화 사회에서 노인들의 경제 활동과 사회 참여를 촉진하여 경제적 발전과 사회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경제 모델이다. DSWD와 S. 라자라트남 국제학연구소(RSIS), OECD·ERIA가 공동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아세안 인구의 14.8% 이상이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2035년에는 노인 인구가 1억 2,7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찰리안 장관은 이 같은 인구 구조 전환을 실현하려면 정부, 민간 부문, 학계, 시민 사회, 개발 파트너가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 역시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임박한 상황에서 실버 경제 활성화는 핵심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이미 20%를 넘어섰으며, 2030년 무렵에는 25%에 근접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노인 복지와 경제적 자립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설계가 시급함을 방증한다. 아세안 국가들의 고위급 논의와 협력 체계는 한국이 고령화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준거가 될 수 있다.
한국의 고령화 대응 방안
한국은 아세안에서 논의된 공공 정책 모델을 참고할 수 있다. 베트남의 경우 2034년에 노인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며, 이에 대비한 노인 복지 정책과 경제 참여 기회 확대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정책 경험은 유사한 인구 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에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들도 적지 않다.
원천 자료에 따르면 아세안 고령층이 직면한 취약 요인으로는 생활비 상승, 디지털 소외, 성 불평등, 연금 부족이 열거되어 있으며, 이는 한국의 현실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가찰리안 장관은 이 문제가 단순한 노인 돌봄 차원을 넘어 경제와 사회 전체의 구조적 과제임을 강조하면서, 노인들이 정책의 수혜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공동 창작자(co-creator)'로서 중심에 서야 한다고 밝혔다.
실버 경제의 글로벌 전망
세대 간 경제적 부담 분담 문제도 고령화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쟁점이다. 그러나 실버 경제의 핵심은 노인층만을 위한 별도 지원이 아니라, 고령층의 경험과 역량을 사회 전반의 생산적 자원으로 전환함으로써 전체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데 있다. DSWD는 2026년 ASCC 의장국으로서 실버 경제에 대한 투자를 우선 의제로 설정하고 '활동적 노년(active aging)' 촉진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술과 인간성, 경제 성장과 사회적 결속을 동시에 실현하는 이 접근법은 한국의 고령화 정책 방향과도 일치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아세안의 실버 경제 논의를 단순한 참고 사례로 소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노인층을 경제 주체로 재설계하는 구체적 입법과 재정 투자, 디지털 접근성 강화, 연금 제도 개혁을 패키지로 묶은 통합 전략이 지금 당장 필요하다.
아세안과의 정책 협력 채널을 적극 활용하여 검증된 모델을 빠르게 도입하는 것이 고령화 충격을 완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경로다.
FAQ
Q. 한국의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실버 경제가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A. 실버 경제는 노인층을 수동적 복지 수혜자가 아닌 경제 주체로 전환하는 데 핵심이 있다. 노인의 취업·창업 지원, 재교육 프로그램, 디지털 역량 강화 사업이 패키지로 설계될 때 노인 빈곤율 감소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보완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아세안 고위급 포럼에서도 정부, 민간, 학계, 시민 사회의 협력 체계가 실버 경제 성공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되었다. 한국 역시 부처 칸막이를 넘어선 통합 추진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연금 제도 개혁과 디지털 접근성 강화를 병행하면 고령층 취약성을 구조적으로 낮출 수 있다.
Q. 실버 경제란 정확히 어떤 개념이며, 기존 노인 복지 정책과 어떻게 다른가?
A. 실버 경제는 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를 적극 장려하고, 이들이 소비·생산·서비스 이용의 주체가 되도록 사회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경제 모델이다. 기존 노인 복지 정책이 '돌봄과 지원'에 방점을 두었다면, 실버 경제는 노인을 정책의 공동 창작자로 위치시켜 경제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렉스 가찰리안 ASCC 의장은 "장수가 배제의 원인이 아닌 경제적·사회적 이점이 되도록 사회 자체를 재설계하는 것"이라고 개념을 정의했다. 이 접근법은 복지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한다.
Q. 아세안 국가 중 실버 경제 관련 정책 논의가 앞선 사례는 무엇인가?
A. 필리핀은 2026년 ASCC 의장국으로서 실버 경제를 최우선 의제로 설정하고, DSWD 주도로 고위급 포럼을 개최하여 회원국 간 정책 공유를 이끌었다. 베트남은 2034년 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노인 복지 체계와 경제 참여 기회 확대를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어 아세안 내 선행 사례로 꼽힌다. OECD·ERIA 등 국제 연구 기관도 이 논의에 참여하여 정책 모델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 이들 국가와의 정책 협력 채널을 정례화함으로써 검증된 제도를 신속히 벤치마킹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