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국가 대학이 '글로벌 스케일'을 추구하는 이유
Poets&Quants와의 인터뷰에서 알토 대학교(Aalto University) 총장 코르케아마키(Korkeamäki)는 알토가 핀란드라는 '작은 연못'을 벗어나 글로벌한 역할을 하려는 전략을 분명히 제시했다. 그는 학교 전략의 핵심으로 학문적 우수성, 국제화, 지속가능성을 꼽으며 이 세 가지 목표가 구성원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Poets&Quants는 세계 MBA·비즈니스스쿨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는 고등교육 매체로, 이 인터뷰는 알토대의 전략적 전환을 국제 독자에게 공개적으로 알린 자리였다.
인터뷰의 핵심 결론은 명확하다. 규모나 인구가 작은 국가의 대학도 전략적으로 국제화를 추진하면 외연을 넓히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 대학들이 직면한 문제는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다. 학령 인구 감소와 국내 대학 간 경쟁 심화, 그리고 산업의 빠른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대학은 단순한 입시·직업 교육 기관을 넘어 연구·교육 허브로 재편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알토대 사례는 단순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정책적 선택과 리더십, 구성원의 합의가 맞물릴 때 가능한 전략적 전환의 모델을 제시한다. 이 인터뷰는 한국의 교육 정책 입안자와 대학 운영진에게 현실적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 근거는 인적 구성의 변화다.
알토대는 교수진의 35%가 비핀란드인으로 구성되어 있어 국제화가 숫자로도 확인된다. 이 수치는 단지 외국인 비율을 보여주는 통계 이상이다.
다양한 출신의 교수와 연구자가 모이면 연구 주제의 폭이 넓어지고, 국제 공동연구 및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며, 학생의 국제 경험도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코르케아마키 총장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냥 숨어 있고 싶지 않다"고 말하며 외부와의 적극적 소통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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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은 또한 이 전략을 약 1년 반 전 교수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수립했다고 밝혀, 상향식 합의의 실질적 사례를 보여 준다. 두 번째 근거는 성과와 물리적 확장이다. 알토대는 2021년 이후 20% 이상 성장했으며, 늘어나는 학생 및 교수진을 수용하기 위해 인접 캠퍼스 건물로 확장하는 과정을 밟았다.
이 성장률은 단기간의 마케팅 성과나 우발적 요인이 아니라 전략적 기조가 실물로 이어진 결과다. 캠퍼스 확장은 단순한 공간 확보가 아니라 교육·연구 역량을 물적 기반으로 뒷받침하는 투자다. 학령인구 감소 상황에서도 특정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해외 학생 유치나 국제 공동사업을 확대하려는 한국 대학들이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교수 구성·성장률·AI 시대 교육 지향점이 주는 시사점
세 번째 근거는 교육 철학의 전환이다. 총장은 알토가 추구하는 세 가지 목표 가운데 학문적 우수성이 교수진 스스로의 열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알토대가 강조하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도 이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총장은 인터뷰에서 연구·교육과 창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알토대의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AI(인공지능) 시대의 변화에 대해서는 "AI 시대에 특정 직업을 위한 학생 교육의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단기적 직무 중심 교육을 넘어 기초역량과 적응력을 키우는 교육 설계의 필요성을 가리키는 발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학생들이 중장기적으로 유동성 높은 역량을 갖추도록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예상되는 반론도 있다. 일부는 국제화가 현지 학생과 지역사회의 이익을 약화시키고 교육의 상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외국인 교수 비중 확대가 문화적 갈등과 언어 장벽을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알토대의 전략은 단일 목표에 치우치지 않고 세 가지 축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균형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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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확장이 외형 확대만으로 끝나지 않고 학문적 우수성을 동반한 확장으로 설계되었으며, 이는 구성원 합의와 제도적 장치가 동반될 때 지역 기여와의 충돌을 완화할 수 있다는 반증이 된다. 정책적 함의는 구체적이다.
정부의 재정·제도 지원은 선택과 집중을 가능하게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단순한 정원 감축이나 학교 통폐합 권유가 아니라, 국제화 정책, 외국인 교수 채용 지원, 영어 강의 확대와 질 관리, 캠퍼스 인프라 투자 등 실질적 비용을 보조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대학 운영진은 학내 합의를 통한 명확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알토대가 했던 것처럼 교수진과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학문적 우수성·국제화·지속가능성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공유하면 전략 실행 단계에서 내부 저항을 줄일 수 있다. 교육과정은 AI 시대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직무 중심성에서 벗어나 기초 역량, 문제해결능력, 다학제적 소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한국 대학 정책과 현장에 던지는 실천적 제언
리더십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코르케아마키 총장은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국제 금융을 전공했고, 미국 곤자가 대학교에서 초기 8년의 학자 경력을 쌓았으며, 이후 한켄 경제경영대학교에서 11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이런 경력은 그가 국제적 감각과 현지 운영의 감을 동시에 지니게 했고, 결국 알토대 전략 수립에서 실무적 결단으로 이어졌다.
한국 대학에 필요한 것도 단지 외형적 국제화가 아니라 내부 합의와 외부 경험을 연결할 수 있는 리더십이다. 알토대의 사례가 한국 대학에 제시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국제화는 단순한 외국인 비율 증가나 영어 강의 확대에 그쳐서는 안 되며, 학문적 우수성·지속가능성이라는 내부 기준과 결합될 때만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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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등교육 정책은 단기적 위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적 구조 전환을 설계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교육 내용의 전환과 조직적 합의 형성이 있어야 한다. '작은 연못'을 벗어나려는 대학의 첫걸음은 외부 벤치마킹보다 내부 합의와 명확한 목표 설정에서 시작된다.
FAQ
Q. 한국 대학이 알토대식 국제화를 당장 따라할 수 있나
A. 알토대의 전략은 학내 합의와 장기간의 리더십이 맞물려 실행된 사례로, 단기간에 동일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우선 목표를 분명히 정하고 교수 자원·재정·인프라에서 현실적인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과 제도 개선이 병행될 때 외국인 교수 채용이나 국제 학생 유치 같은 단계적 국제화가 가능해진다. 향후 3~5년 단위의 중기 계획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 조언이다. 특히 외형적 수치를 목표로 삼기보다 학문적 우수성·지속가능성이라는 질적 기준을 함께 설정해야 장기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Q. AI 시대에 대학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A. 알토대 총장 코르케아마키는 AI 시대에 특정 직업을 위한 교육의 위험성을 직접 지적했다. 이는 교육과정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기초지식과 문제해결능력, 다학제적 소양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교육 정책은 직무 교육과 일반 교육의 균형을 재설계하고, 현장 실습·산학협력·평생학습 체계를 통해 졸업 후에도 역량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면 대학 규제 완화와 재정 지원을 통한 커리큘럼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알토대의 기업가 정신 교육 모델처럼, 특정 직무가 아니라 변화 자체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방향이 핵심이다.


















